• [골프 칼럼]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주인공 리키 파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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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입력시간 : 2016.01.30 07:01:12 | 수정시간 : 2016.01.30 07:01:12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이빨 빠진 사자 신세로 전락한 가운데 골프황제 자리를 놓고 벌이는 각축전이 점입가경이다.

    한때 로리 매킬로이(26.북아일랜드)가 후계자가 되는가 싶었으나 한동안 주춤하는 사이 조던 스피스(23.미국), 제이슨 데이(29.호주), 리키 파울러(27.미국) 등 20대의 영건들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와 매킬로이와 함께 4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PGA투어 누적된 승수만 놓고 보면 통산 11승(메이저 4승 포함)의 매킬로이가 단연 앞서지만, 지난해만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토너먼트와 US오픈 등 5승을 올린 스피스, 역시 5승을 올리며 통산 7승을 쌓은 데이의 상승세도 무섭다.

    지난해 초 PGA투어 동료들로부터 '가장 거품이 많은 선수'로 도마에 올랐던 리키 파울러는 지난해 5월 ‘제5의 메이저’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에 이어 PGA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두 번째 대회 도이체방크 챔피언십에서 스웨덴의 거함 헨릭 스텐손(40)을 격침시키면서 골프황제 각축전에 본격 가세했다. 파울러는 이 우승으로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나면서 타이거 우즈를 대체할 골프아이콘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여러모로 리키 파울러는 1950년대의 전설적 영화배우인 제임스 딘을 연상시킨다. 24세의 나이에 자동차사고로 요절한 제임스 딘은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 등 단 세 편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했지만 그는 고뇌에 차 방황하는 반항아의 표상으로 살아 있다. 파울러를 보고 있으면 영화 속 제임스 딘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눈빛은 도전적 도발적 반항적이다. 얼굴은 다소 차갑고 냉소적으로 보이지만 속에서 타오르는 불길이 느껴진다.

    미국 골퍼 중 젊은 층, 특히 젊은 여성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PGA투어의 동료들은 그의 인기를 두고 ‘거품’이라고 비하했지만 그것은 거품이 아닌 제임스 딘을 방불케 하는 반항아 도발자의 표상 때문이 아닐까.

    조던 스피스가 모범생의 전형으로 부모 세대나 착한 남편감을 선망하는 여성들 사이에 인기 가 있다면 파울러는 반항아의 모습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마음을 빼앗는 그 무엇은 바로 제임스 딘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반항아 도발자의 이미지가 아닐까.

    표적을 노려보는 맹수의 눈빛, 가끔 입가에 번지는 차가운 미소에 탁월한 패션 감각 등 이른바 ‘나쁜 남자’의 여러 요소를 갖춘 매력덩어리가 바로 리키 파울러다.

    이런 리키 파울러가 스피스·매킬로이 간의 빅 매치가 이뤄진 유럽프로골프 투어 아부다비 HSBC 골프챔피언십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24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아부다비 골프클럽에서 막을 내린 대회에서 파울러는 최종 합계 16언더파 272타로 강력한 우승후보 매킬로이(14언더파)는 물론 막판까지 우승경쟁을 벌였던 벨기에의 토마스 피에테르스(15언더파), 스텐슨(14언더파), 세계랭킹 1위 스피스(11언더파) 등을 모두 따돌리고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파울러의 출전은 대회 흥행을 위한 들러리의 성격이 강했다. 스피스와 매킬로이 간의 대결에 많은 여성팬을 갖고 있는 파울러를 가세시킴으로써 열기와 관심을 높여보자는 주최 측의 복안이 보였다. 1, 2라운드에서 두 강자와 동반 플레이한 파울러는 약간 밀리면서 들러리의 역할에 충실하는 듯했으나 3, 4라운드에서 특유의 도전적 플레이로 스스로 대회의 주인공이 되었다.

    리키 파울러가 선가(禪家)의 유명한 화두인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당나라의 선승 임제(臨濟)가 남긴 이 화두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에서 나온 것으로, 직역하면 “있는 곳에 따라서 주인이 되라. 그러면 서있는 곳 모두가 참된 것이다.”란 뜻이다. 쉽게 풀이하면 ‘자기가 처한 곳에서 주체성을 갖고 전심전력을 다하면 모든 것이 참된 것이지 헛된 것은 없다’라는 뜻이다. 한마디로 무대의 주인, 주관자, 주인공이 되라는 의미다. 여기에 이 세상의 주인은 바로 나 자신이란 깊은 뜻이 들어 있다.

    리키 파울러는 조던 스피스, 로리 매킬로이를 정점으로 제이슨 데이를 비롯한 강력한 도전자들로 형성된 황제쟁탈구조의 한 요소가 아닌 스스로 황제가 되고자 하는 강한 욕망을 품고 있는 것 같다.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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