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칼럼] '코모도 왕도마뱀’ 장하나의 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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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준 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입력시간 : 2016.03.12 07:01:02 | 수정시간 : 2016.03.12 07:01:02
    KLPGA 무대에서 장하나가 플레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코모도 왕도마뱀을 떠올렸다. 장쾌한 드라이버 샷을 날린 뒤 탄탄한 다리로 힘차게 잔디밭을 걷는 모습은 영락없이 TV의 야생동물 프로그램에서 익숙하게 접해온 코모도 왕도마뱀의 거칠 것 없는 질주 장면을 연상케 했던 것이다.

    LPGA에 진출한 뒤 세계의 내로라는 선수들 속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플레이를 펼쳐나가는 장하나를 보며 무적의 코모도 왕도마뱀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 장하나를 사랑하는 골프팬들이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 주저함이나 머뭇거림 없이 목표를 향해 대시하는 그 유쾌하고 당당한 모습을 비유할 다른 것을 찾지 못했다.

    코모도 왕도마뱀은 인도네시아의 코모도 섬, 린카 섬, 플로레스 섬 등에서 서식하는 대형 도마뱀으로 지구상의 현생 도마뱀 중 가장 크다. 다 자라면 몸길이 3 m, 몸무게 70 Kg에 달한다. 날카롭고 강한 이빨, 갑옷 같은 피부로 서식지역에서는 대적할 상대가 없는 최상위 포식자다.

    먹이를 쫓을 때 상체를 세우고 강한 네 다리로 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리는데 한번 표적이 되면 벗어날 수 없다. 혀를 날름거리며 내닫는 모습이나 사냥감을 잡아 해체하며 탐하는 모습, 포식을 한 뒤 피 묻은 입을 핥는 모습은 소름끼치지만 목표를 향해 내닫는 모습만은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이 떠오를 만큼 나름의 미학이 느껴진다.

    지난 3~6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대회에서 장하나는 이런 코모도 왕도마뱀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전 라운드에서 그녀다운 플레이를 펼쳤지만 특히 마지막 라운드 마지막 홀에서의 플레이는 압권이었다.

    마지막 파5 홀을 앞두고 단독 2위인 뽄나농 팟룸(태국)에 3타 차이로 앞서 있어 무리할 필요가 없었지만 장하나는 거침없이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드라이버 샷이 페어웨이 한 가운데 떨어진 것을 확인한 뒤 페어웨이를 걷는 그의 힘찬 걸음걸이는 코모도 왕도마뱀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두 번째 샷을 안전하게 끊어 보내 3온을 해도 우승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우드를 빼들었다. 그린 좌측에 호수가 도사리고 있었으나 장하나는 주저 없이 우드를 휘둘렀고 호수 근처로 향하는 듯했던 볼은 그린 엣지에 떨어져 홀 2미터까지 굴러갔다.

    갤러리들의 환호를 받으며 그린으로 성큼성큼 다가서는 장하나는 어느새 코모도 왕도마뱀에서 화려한 공작새로 변신해 있었다.

    억제할 수 없는 기쁨이 흘러넘치는 미소에, 갤러리의 갈채에 답례 박수를 치고, 온갖 매력을 발산하는 동작들을 보이며 그린에 올라선 장하나는 2미터짜리 이글 퍼팅마저 성공시켰다. 이어 펼쳐진 장하나의 퍼포먼스. 지난달 시즌 두 번째 대회인 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검도 세리머니를 보여 화제를 일으켰던 장하나는 이번엔 멋진 춤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손과 발, 허리와 히프의 움직임은 세련되고 자연스러웠다. 발랄 경쾌함과 함께 섹시미까지 물씬 풍겼다. 그와 경쟁하던 동반자들까지 자연스럽게 펼쳐진 장하나의 세리머니에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장하나가 LPGA투어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순간이었다. ‘정숙의 스포츠’틀이 깨지는 흐름에 맞춰 경기에 나선 선수가 갤러리와 중계방송 시청자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엔터테인먼트적인 퍼포먼스를 펼치는 시대의 선봉에 장하나가 선 것이다.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위해 그린을 벗어나는 장하나 주위에 ‘ We Love HANAGIZER’라고 쓴 피켓을 든 팬들이 몰리는 것이나, 시상식에서의 자연스러운 영어 스피치, 사회자의 요청에 흔쾌히 18홀 이글 퍼팅 후의 춤을 재현하는 모습, 우승컵을 들고 그녀를 에워싼 갤러리들과 손을 부딪치며 순례하는 모습을 보며 이제 장하나는 태극낭자 스타에서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LPGA 스타로 발 돋음 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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