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말 남달라야 할 ‘LPGA투어의 박성현’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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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6.11.14 07:01:09 | 수정시간 : 2016.11.14 07:01:09
    박성현(23)이 7일 LPGA투어 진출을 공식 발표했다.

    박성현은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고민 끝에 LPGA투어 진출을 결정했다"며 "내년 신인왕을 목표로 미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그는 “LPGA투어에서도 '박성현 스타일' 유지해 내 존재를 각인시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기량 면에서 박성현은 LPGA투어가 제격이다. 국내 투어에서의 그의 독보적 존재감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박성현은 6일 끝난 KLPGA투어 팬텀 클래식에서 공동 12위에 그친데다 남은 대회 출전을 포기해 올해 KLPGA투어 대상은 고진영(21)에게 양보했지만 상금왕과 다승왕, 평균타수 1위 등 3관왕을 차지, KLPGA투어 1인자임을 입증했다.

    초청선수로 출전한 7차례의 LPGA투어 대회 성적만 봐도 그가 LPGA투어에서 새 바람을 일으킬 잠재적 스타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4차례 메이저대회에 참가해 브리티시 여자오픈에서만 공동 50위로 부진했을 뿐 에비앙챔피언십 준우승, US여자오픈 공동3위 등 톱5에 세 차례나 이름을 올렸다.

    LPGA투어 비회원이면서 68만2,000달러의 상금을 획득해 상금랭킹이 21위에 올라 상금랭킹 40위 이내 비회원 선수에게 주는 내년 전 경기 출전권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보증서나 다름없다.

    평균타수(69.64; 1위), 평균퍼팅수(29.81개; 5위), 그린적중률(79.72%; 1위), 페어웨이안착률(67.53%; 124위), 드라이버비거리(265.59야드; 1위) 등 올 시즌 KLPGA투어에서의 그의 통계는 페어웨이 안착률만 높이면 LPGA투어에서 얼마든지 통할 재목임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박성현은 LPGA투어가 성공을 보장해주는 ‘블루오션(blue ocean)’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LPGA투어는 세계적 수준의 선수들이 모여 우승을 위해 피나는 경쟁을 벌여야 하는 ‘레드 오션(red ocean)’이다. 촉망받던 우리나라 선수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LPGA투어에 뛰어들었다가 4~5년 동안 1승도 못 올리고 짐을 싼 경우가 있는 것만 봐도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짐작할 수 있다.

    객관적인 기록이나 성적으로 볼 때 박성현은 LPGA투어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선수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보장된 것은 아니다. 박성현은 LPGA 무대에선 우승이 가능한 선수의 한 사람, 즉 원 오브 뎀(One of them)이다. 낙관적으로 봐도 우승 가능한 20~30명 중의 하나다. ‘원 오브 톱스(One of tops)’라는 뜻이다.

    진출 초기 우승을 맛보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고 컷 오프를 몇 번 당하고 우승 문턱에서 몇 번 좌절하다 보면 객관적인 기량과 관계없이 의외의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박성현의 타고난 천재성과 잠재력을 놓고 볼 때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한다면 어렵지 않게 LPGA투어에서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한류골프의 선두주자로 부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박성현을 위해 전문가들로 팀이 구성되어 입체적이고 효율적인 지원과 대비가 이뤄지겠지만 박성현의 성공을 바라는 골프팬으로서 몇 가지 유의사항을 짚어보았다.

    지금까지 재미있고 즐거워서 골프를 지속해왔겠지만 LPGA투어에선 골프를 즐기는 자세를 보다 한 차원 높일 필요가 있다. 익숙한 국내무대와 달리 LPGA투어에서 맞는 모든 라운드 환경, 생활환경이 낯설 수밖에 없다. 내 리듬에 따라 경기하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환경과 조건과 만나면서 얼마든지 변수가 일어날 수 있다.

    골프를 제대로 즐긴다는 것은 마음속에 스트레스를 쌓아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잘 나갈 때야 절로 즐거워지지만 부진할 때도 골프 그 자체, 난관을 뚫고 나가는 데서 즐거움을 맛볼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

    LPGA투어에서 만날 모든 상황과 조화를 이루어 가슴 속에 불편함이나 초조함, 불안감 등을 남겨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조화를 이루지 못할 때 갈등과 마찰이 일어나고 이는 스트레스가 되어 경기력을 떨어뜨린다.

    ‘웃는 낯에 침 뱉지 못한다.’는 말이 있듯 웃는 얼굴은 주변을 내편으로 이끄는 최고의 묘약이다. 도도한 모습,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도 개성미가 있겠지만 미소만큼 좋은 무기는 없다. 경쟁관계에 있는 LPGA투어의 동료선수들을 내 편으로 만들어 불편하거나 생소한 관계가 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는 것은 삶의 지혜다. 골프팬들과도 적극적으로 교감을 나누고 미디어와도 활발히 소통하는 게 바람직하다. 웬만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영어를 습득하는 것은 필수다.

    선두권에 나서다가도 우승 후에 있을 영어 인터뷰가 걱정돼 소극적 플레이를 하게 된다는 어떤 선수의 고백은 변명이나 엄살로 들리지 않는다. 동료선수와 골프팬들과는 물론 미디어와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이른 시일 내에 뿌리를 내리고 ‘박성현 스타일’의 각인에 성공할 수 있고 자신의 상품성도 높일 수 있다

    영어 사용이 익숙하기 전이라도 평소에 우승 인터뷰를 위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만들어 훈련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우승 인터뷰를 들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그날의 컨디션, 코스에 대한 느낌, 어려웠던 순간, 극적인 순간, 평소 연습하는 습관, 가족이나 팬들을 위해 꼭 하고 싶은 말 등. 여기에 나만의 개성과 가치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코멘트를 준비해둔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무엇보다 LPGA투어 진출 초기 승리에 너무 조급해 하지 말 것을 권한다. 승리란 쟁취하겠다고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 자신의 리듬대로 편안하게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경기를 할 때 승리는 저절로 찾아오기 마련이다.

    빨리 우승해 한국 1인자의 존재감을 보이겠다는 강박감, 앞서 진출해 다승 가도를 달리고 있는 한국선수들과의 경쟁심, 메이저대회 우승에 대한 욕심 등은 오히려 조급증과 초조감을 유발해 부정적 영향을 주기 십상이다. 느긋한 자세로 긴 호흡으로 대응해야 롱런 할 수 있는 선수로 클 수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골프에만 매달리지 않기를 당부하고 싶다. 골프 외에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으로 긴 슬럼프에 빠졌던 박세리의 뼈저린 고백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한 선수의 성공 스토리는 골프로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골프를 벗어난 세계와 얼마나 다양하게 접촉하느냐는 성공의 가치와 함께 개인의 품격을 높인다. 다양한 취미활동, 정신적인 지혜의 축적, 지역 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도 필수사항이다.

    ‘남달라’에 열광하는 팬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LPGA투어에서 명실상부한 남다른 경기를 펼쳐줄 것을 기대한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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