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칼럼] 하늘에서 떨어진 저스틴 토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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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01.23 07:00:53 | 수정시간 : 2017.01.23 07:00:53
    ‘하늘에서 떨어졌나, 땅에서 솟았나?’

    혜성처럼 나타난 저스틴 토머스(23)를 두고 골프팬들은 이런 질문을 던질 만도 하다. 그는 2013년 프로에 입문, 2015년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PGA투어 CIMB 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했지만 골프팬들의 뇌리에 남을 만한 존재로 인식되지 못했다. 1년 후인 2016년 11월 2016-2017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같은 대회에서 2연패(連覇)에 성공했지만 미디어는 물론 골프팬들로부터도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가 올 시즌 두 번째 대회인 SBS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참가하기 위해 하와이의 마우이 섬을 밟을 때까지만 해도 미디어의 스포트라이트는 그를 비켜갔다. 그로선 섭섭했겠지만 골프팬들도 그를 어쩌다 우승을 할 수 있는 그 많은 PGA투어 선수들 중 한 명쯤으로 여기기는 마찬가지였다. 로리 매킬로이만 빠졌을 뿐 전년도 PGA투어 챔피언들이 모두 참가하는 ‘왕중왕전’이기에 제이슨 데이(29)나 조던 스피스(23), 역대 일본선수 중 최강으로 꼽히는 마쓰야마 히데키(24) 등이 주목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그가 쟁쟁한 스타급 선수들, 특히 마쓰야마 히데키의 끈질긴 추격을 뿌리치고 3타 차이 우승을 하면서 미디어나 골프팬들은 눈을 씻고 그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해외가 아닌 미국 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본 그는 일주일 후 같은 하와이 오아후섬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 골프코스에서 열린 소니오픈에서 아무도 예상치 못한 위대한 기록들을 세우며 ‘저스틴 토머스 시대’를 열었다.

    그에게 2주 연속 우승을 안겨준 하와이는 ‘축복의 섬’이자 ‘스타 탄생’을 만방에 선포한 ‘약속의 섬’이었다. 소니오픈이 시작부터 끝까지 저스틴 토머스의 ‘스타 탄생’을 위해 연출된 무대처럼 보일 정도였다.

    1라운드에서 11언더파 59타를 쳐 PGA투어 사상 7번째이자 최연소 59타를 기록한 뒤 2라운드에서 6언더파 64타를 쳐 중간합계 17언더파 123타를 기록, 종전 36홀 최소타 기록인 2015년 BMW 챔피언십에서 제이슨 데이가 세운 124타를 1타 줄였다. 그의 질풍노도는 3라운드에서도 이어져 5언더파 65타를 보태 54홀 최소타(188타) 타이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2010년 존디어 클래식에서 스티브 스트리커가 3라운드까지 세운 것이다.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도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5타를 기록, 4라운드 합계 27언더파 253타라는 PGA투어 역대 72홀 최소타 기록을 세웠다. 종전기록은 2003년 미국의 토미 아머 3세가 발레로텍사스오픈(파70)에서 세운 26언더파 254타다. 2위 저스틴 로즈, 3위 조던 스피스를 7타와 8타 차이로 따돌린 압승이었다. 시즌 5개 대회에 참가해 3승을 달성한 저스틴 토마스는 페덱스컵 포인트와 상금랭킹에서 마쓰야마 히데키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음은 물론이다.

    이런 선수가 어떻게 그동안 두각을 보이지 않았는지 의아스럽다. 경기 스타일이나 품성, 외모 등에서 조던 스피스(23)와 여러모로 닮은 그의 골프이력을 되짚어보면 그의 골프유전자는 될성부른 떡잎이었으며 다만 조금 늦게 개화했을 뿐임을 알 수 있다.

    조던 스피스와는 석달 정도 이른 23세 동갑내기로 절친 사이다. 1993년 켄터키주 루이빌서 태어난 그는 2009년 PGA투어 윈덤 챔피언십에 초청받아 역대 3번째 어린 나이(16세 3개월 24일)로 컷을 통과했다. 앨라배마 대학 1학년 때 가장 뛰어난 골퍼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기도 했다.

    AJGA(미국주니어골프협회)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3회 우승, 이를 기려 AJGA가 지난해부터 켄터키에서 그의 이름을 딴 ‘저스틴 토머스 주니어챔피언십’대회를 개최할 정도이니 그의 기량을 짐작할 수 있다. 2012년 웹닷컴투어를 거쳐 2015시즌 PGA투어에 뛰어든 그는 30개 대회에 참가, 톱10에 7차례 들면서 페덱스랭킹을 32위로 올리고 2016시즌 CIMB클래식 우승으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지난해 2승을 포함해 통산 8승을 올린 조던 스피스에 비하면 개화로 볼 수 없었다.

    신체적인 조건에서는 저스틴 토머스가 조던 스피스에 조금 밀리는 듯하다. 키 178cm, 몸무게 66kg으로, 조던 스피스(185cm, 84kg)에 비하면 왜소한 편이다. 그럼에도 드라이버 비거리는 토머스가 308.5야드로 스피스(296.1야드)보다 길다. 라운드 당 평균 스코어도 토머스가 68.785타로 스피스의 69.282타를 앞선다. 퍼팅도 평균 1.153타로 스피스(1.554)보다 낫다. 드라이버 정확도에선 스피스가 65%로 토머스(56%)에 앞서고 파온 확률에선 84%의 스피스가 토머스(75%)를 압도한다.

    저스틴 토마스가 하와이에서 열린 2개 대회를 연속 제패하며 그에게 화신(花信)이 찾아왔음을 알렸다. 미국의 골프전문 미디어와 골프팬들이 흥분하는 것은 저스틴 토마스의 도약이 이제 시작이라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PGA투어닷컴은 70년대 캐나다의 록밴드 ‘바크맨-터너 오버드라이브’의 노래제목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야(You ain’t seen nothing yet.)’를 빌어 저스틴 토마스의 화려한 골프여정이 이제 시작했을 뿐이라고 단언할 정도다.

    경기 진행 중에 그는 미디어에 “세계는 아직 나의 최상의 모습을 구경하지 못했다. 나는 계속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라운드 당 보기 수를 4분의 3으로 줄이기만 하면 무서운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호언하기까지 했다. 그는 자신의 모토가 ‘No excuses. Play like a champion.(변명은 없다. 챔피언처럼 플레이하라.)’이라며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에 대해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저스틴 토머스의 뒤늦은 개화는 타이거 우즈의 복귀와 함께 제이슨 데이, 로리 매킬로이, 더스틴 존슨, 조던 스피스 등이 지배하고 있는 PGA투어에 새로운 돌풍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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