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칼럼> 왜 나무만 보고 LPGA 숲은 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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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17.11.06 07:00:54 | 수정시간 : 2017.11.06 07:00:54
    크리스티 커,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우승

    한국선수들이 우승을 놓치고 미국의 크리스티 커(40)가 우승한 게 그렇게 아쉬워할 일인가.

    지난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LPGA투어 아시안 스윙 세 번째 대회인 사임다비 LPGA 말레이시아 대회 결과를 보도하는 국내 언론은 한결같이 한국선수의 성적을 앞세우고 크리스티 커의 우승 소식을 뒤에 붙여 소개했다.

    제목에서부터 크리스티 커의 우승은 뒤로 밀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분전하며 공동5위에 오른 박성현(24)이 세계랭킹 1위 등극을 다음 기회로 미뤄졌다는 사실, 전인지(23) 김세영(24) 등 한국선수의 활약상을 강조했다.

    정작 이번 대회의 주인공이 된 크리스티 커에 대해서는 펑샨샨, 다니엘 강, 자키 콩콜리노 등과의 경쟁에서 마지막 홀 버디 퍼팅으로 우승컵을 차지했다는 사실을 전하는데 그쳤다.

    크리스티 커의 우승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에 대한 심층보도는 눈에 띄지 않고 아시안 스윙 제패를 노리는 한국선수들의 연승행진에 제동이 걸린 사실, LPGA투어에서의 한국선수 최다승 기록(종전 15승)의 경신이 다음 기회로 미뤄진 것을 안타까워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LPGA투어를 하나의 거대한 숲으로 본다면 각국의 빼어난 선수들이 모여 무성한 숲을 이룬 셈이다. 한국선수들은 이 숲에서 꽤 큰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 나무들이다.

    골프팬으로서 한국선수들이 길지 않은 기간에 LPGA투어를 평정하며 새로운 기록을 쌓아가는 모습은 기분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내친김에 아시안 스윙을 휩쓸고, LPGA 사상 한 국가 최다승 기록을 세우고, 박성현이 세계랭킹 1위까지 꿰차 신인으로서 모든 상을 휩쓰는 진기록을 세우기를 바라는 한국 골프팬들의 갈망은 자연스런 것이다.

    그러나 일반 팬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시각을 요하는 언론이라면 나무를 보는 것과 함께 큰 숲도 보아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이번 대회에서 크리스티 커의 우승은 한국선수들의 활약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으나 많은 언론들이 이를 간과했다.

    크리스티 커는 1977년 10월12일 생이니 만 40세, 한국나이로 41세다. 키 160cm의 단신임에도 LPGA투어 경력 20년 만에 메이저 2승을 포함해 20승을 올렸다.

    8세 때 아버지를 따라 골프를 익히기 시작한 그는 1997년에 LPGA투어에 입문, 2002년 롱스 드럭스 챌린지 우승을 시작으로 거의 매년 승수를 쌓아왔다. 2006년에 결혼해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서도 그의 골프열정은 식기는커녕 더욱 달아올랐다. 가끔 경기 중에 보이는 그의 과격해 뵈는 모습도 이런 골프열정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어머니가 유방암으로 고생한 것을 계기로 유방암 퇴치 운동에 나서 꾸준히 기금 조성에 앞장서면서도 요리, 와인수집, 낚시, 영화감상 등 다양한 취미가 조화된 그의 일상도 범상치 않다.

    미국과 유럽대륙의 여자골프 대항전인 솔하임컵과 8개 골프강국간의 팀 매치인 UL 인터내셔널 크라운 대회의 단골 대표선수이기도 하다. 줄리 잉스터(57)와 함께 미국 여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나 다름없다.

    나이만으로도 크리스티 커는 위대하다. 30세만 넘으면 은퇴를 염두에 두는 한국 여자골프계의 조로(早老)현상을 감안하면 그는 한국 선수들이 경배해야 할 대상이다.

    그와 함께 줄리 잉스터(57)가 딸 또는 손녀딸 같은 어린 선수들과의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 영국의 로라 데이비스(54) 카트리오나 매튜(48) 등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왜 우리나라에는 저런 선수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한국으로 치면 아줌마로 취급당할 크리스티 커가 20대의 팔팔한 선수들과 당당히 대결을 벌이며 끝내 우승을 거머쥐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 아름답지 않은가.

    아직 아시안 스윙에 오는 2일 일본서 열리는 토토재팬 클래식과 8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리는 블루베이 LPGA 등 2개 대회가 남아 있고, 시즌 마지막 대회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이 오는 16일 플로리다에서 열릴 예정이니 한국 골프팬들이 바라는 박성현의 전관왕 차지나 한국선수 LPGA 최다승 기록 달성이 이뤄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정도로 한국선수들이 LPGA를 휩쓰는 상황에 한국 선수 개개인의 성적이나 기록에 연연해 하지 않고 큰 숲을 보며 의미를 찾는 시각도 필요하지 않겠는가.

    방민준(골프한국 칼럼니스트) news@golfhankook.com

    (골프한국 프로골프단 소속 칼럼니스트에게는 주간한국 지면과 골프한국, 한국아이닷컴, 데일리한국, 스포츠한국 등의 매체를 통해 자신의 글을 연재하고 알릴 기회를 제공합니다. 레슨프로, 골프업계 종사자 등 골프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을 통해 신청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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