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연.기금 말썽] 가시밭길 출발, 빛바랜 '복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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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4.22 10:33:00




  • 국민연금의 도시지역 확대를 위한 일제소득신고가 지난 15일 마감됐다. 유례없는 민원대란을 겪은 탓인지 정부의 예상보다 실제소득신고자 수가 크게 적어 정부가 내걸었던 ‘전국민연금시대’의 구호는 ‘퇴색’한 느낌이다.

    정부는 당초 전체 가입대상자 1,014만명중 600만명이 자신의 실제소득을 신고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이를 450만명으로 수정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중 학생 군인등 적용제외자가 114만명, 소득이 없어 보험료를 낼 수 없다는 납부예외자가 491만명이며, 보험료를 낼 순수소득신고자수는 391만명으로 적용대상자를 제외한 실제적용대상자의 44%선에 그쳤다.

    소득신고자수가 가입대상자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이같은 상황은 향후 전국민연금제도의 안정적인 정착에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제도의 정착에는 수십년이 걸린다. 이웃 일본의 경우 30년전 국민연금을 실시했으나 아직도 150만명이 가입을 거부하고 있어 곳곳에 연금 가입을 독촉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을 만큼 전국민을 가입자로 확보하는 것은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이런 논리를 배경으로 납부예외자수가 많다고 장기보험인 국민연금의 취지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는게 정부의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그동안 여러 차례“납부예외제도는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경우 이를 일시적으로 유예해주는 제도로 납부예외자도 연금가입자이며 새 직장을 얻거나 경기회복으로 소득활동을 개시하면 다시 보험료를 납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실직이나 휴·폐업자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금융소득이나 재산소득이 있는데도 납부예외를 했다는 분석이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김상균교수는 “적용제외자와 납부예외자가 실제보다 훨씬 많다. 소득이 있는데도 없다고 신고하고, 자신의 실제소득보다 낮게 신고하는 하향 신고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현재상태라면 전국민연금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도 “국민연금 최저 등급이 월소득 22만원이고 납부보험료는 6,600원인데 많은 명퇴자와 실업자가 법적으로는 소득이 없다지만 이 정도를 부담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지는 않다”면서 “납부예외자중 20%는 가짜일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납부예외자들이 보험료를 납부, 실질적으로 국민연금의 보호망에 들어오는 시기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들은 “경기회복 여부에 달려 있다”면서 “몇년내 경기가 IMF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 납부예외자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과거 정부의 각종 기금 부실운영으로 의혹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계속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많은 사람들이 보험료를 내지 않는 납부예외자가 많아 연금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납부예외기간은 나중에 연금 급여를 산정할 때 제외되기 때문에 연금재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는게 복지부의 견해다.

    한편, 이번 소득신고과정에서 소득신고율을 높이기 위해 한계 상황에 있는 저소득층까지 무리하게 끌어 넣은 것이 오히려 연금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저소득층은 보험료 부담은 낮은 반면 나중에 가져갈 급여는 많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가입자관리실의 한 관계자는 “같이 살아야 한다는 입장에서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도 국민연금 수혜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이 당연하지만 수혜자 폭이 넓어지는 것이 오히려 연금재정을 부실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소득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제도이며 저소득자 구제기구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민연금은 전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기금인 만큼 가입자들이 낸 보험료는 안정적으로 운용되어야 하고 또 일정한 수준의 수익이 보장되어야 한다.





    국민연금 어떻게 운용되나

    국민연금법은 국민연금기금의 운용을 보건복지부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국민연금 연간계획의 수립, 주요 운용지침 결정, 결산등 주요사안을 심의하며, 기금의 실제 운용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기금운용실에서 맡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은 공공부문, 금융부문, 복지부문 등 크게 3개 분야로 나누어 운용되고 있다.

    우선 국민연금기금중 70%정도는 각 공공기금중 여유자금은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의무예탁토록 한 공공자금관리기금법에 따라 공공자금관리기금에 강제 예탁되어 왔다. 예탁이자율은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와 공공자금관리기금운영위원회가 협의하여 정하도록 되어있으며 최소한 5년만기 국채 이자율이상이어야 한다. 현재는 국민주택채권 제1종 평균 수익률로 7% 정도이다.

    금융부분은 국민연금공단이 직접 운용하는 부문으로 전체 기금의 2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기금운용실에서 투자하는 상품은 투자신탁·은행의 MMF, MMDA등 단기상품과 은행의 수익증권등 실적상품, 채권·주식등이 있다. 또 가입자 대부사업도 기금운용실에서 주관하고 있다.

    기금운용실 직원들은 대부분 공단직원들로 이 분야에서 일한 사람들이나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펀드매니저 6명이 채용돼 활동하고 있다.

    복지부분에는 복지타운 건설등 자체사업으로 3∼4% 정도의 비중이다.

    88년 국민연금제도가 실시된 이후 지난 3월 말까지 적립된 국민연금기금 자산총액은 38조4,110억원. 이중 72.8%인 27조9,561억원이 공공부분인 공자기금에 예탁되어 있다. 또 금융부분에는 23.9%인 9조1,764억원, 복지부분에는 3.3%인 1조2,783억원이 운용되고 있다.

    공공자금 강제 예탁과 관련, 그동안 기금운용의 수익성이 떨어져 가입자들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그래서 정부는 국민연금기금의 공자기금 의무예탁을 2001년부터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따라 올해는 여유자금의 65%인 9조원정도가 예탁되며 내년에는 45%, 후년에는 의무예탁이 없어진다.

    공공자금 강제예탁 폐지가 국민연금기금운용에 득이 된다고 만은 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 전액이 시장에 흘러들어갈 경우 수익성은 높아질 수는 있지만 기금이 완전히 시장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기금은 수익성에 앞서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최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기금운용을 민간에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도 이같은 맥락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우선 올해안에 시범사업을 해 본 뒤 득실을 점검, 연차계획을 만들어 실행에 옮길 계획이다. 복지부는 공단의 기금운용조직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있도록 개편을 검토중이다.

    사회부·남경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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