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현대-LG] 피차 밑질것 없는 '윈-윈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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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4.29 15:36:00




  • 5개월째 계속돼온 현대와 LG의 반도체 빅딜협상이 드디어 종착역에 도달했다. LG반도체의 주식양도가격을 둘러싸고 처음에 무려 6조~7조원의 차이를 보였던 양그룹은 결국 2조5,600억원에서 절충점을 찾아 지루한 마라톤협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번 반도체 빅딜은 5대재벌 구조조정의 ‘하이라이트’이자, D램분야 세계 최강인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향후 진로를 결정할 중대사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2조5,600억원의 빅딜은 양그룹 모두에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크게 바가지 쓰지도 않은 ‘윈-윈(Win-Win)협상’이라는게 재계의 시각이다. 모두가 얻은 것이 있는 게임이었다는 분석이다.

    LG의 당초 요구액은 보유주식(59.98%)의 주가+프리미엄+통합법인의 향후 5년간 시너지효과(62억달러)등을 포함해 모두 7조∼8조원이었다. 반면 현대는 주식시세만을 감안, 1조원에서 협상을 시작했다. 금감위의 강제중재 이후 LG는 5조→3조5,000억→3조→2조7,000억원대로 하향조정했다. 대신 현대는 1조→1조2,000억→2조→2조4,000억원대로 올렸다.

    19일 총수회동 당시 ▲현대는 현금 1조원에 3년후 경영성과에 따라 최대 1조원의 플러스알파 ▲LG는 3조2,000억원을 주장, 무려 1조2,000억원의 차이를 보였던 양측이 불과 닷새만에 극적 합의에 도달한데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더이상 시간을 끌다간 괘씸죄에 걸릴 것이란 판단이 선듯 ‘거품’을 뺀 최종타협안을 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결과적으로 볼 때 현대입장에서는 애초 제시했던 액수보다 훨씬 더 부담, 향후 통합반도체 회사의 유동성과 부채비율 200% 달성에 부담을 갖게 됐으며 LG는 핵심주력사업의 포기에 따른 대가치고는 크게 실속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LG 관계자는 “일찌감치 피인수업체로 찍히는 바람에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인수합병(M&A)처럼 현대와 LG간에 비밀 협상이 벌어졌다면 LG반도체 주식이 지금보다 훨씬 높은 가격을 유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현대는 LG반도체 인수로 삼성전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강의 메모리 반도체 실력자로 떠오르게 됐고 LG는 현대로부터 지급대금중 일부를 데이콤 지분(5%)으로 넘겨받아 오랜 숙원이던 정보통신그룹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게될 전망이다.

    특히 현대의 반도체 인수로 삼성과 현대가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1,2위를 나란히 차지할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통계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통합회사의 점유율은 19.1%(현대전자 11.4%, LG반도체 7.9%), 삼성전자는 18.5%로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사(11.6%), 일본의 NEC(11%) 등을 제치고 선두그룹을 형성하게 된다. 이는 우리나라가 세계 메모리반도체의 가격결정과 생산량 조절 등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예정대로 오는 10월 반도체 통합법인이 순조롭게 출범하기 위해선 넘어야할 산도 많다. 무엇보다 부대조건에 들어있는 고용보장문제가 최대의 걸림돌이다. 김영환 현대전자 사장은 LG반도체 임직원의 고용보장 문제와 관련해 “100% 고용을 승계하며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수행되는 한 인위적인 정리해고는 없을 것”이라며 “모든 임직원은 출신에 관계없이 동일한 평가기준에 따라 (메리트시스템에 의해) 공정하고 평등하게 대우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반도체 비상대책위원회측은 임직원의 고용보장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현대측은 최소 2년간 고용을 보장하겠다고만 밝히고 있다.

    고용보장 문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LG반도체 핵심기술인력의 해외유출 현상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밖에 현대는 당초 인수대금으로 1조원가량을 예상했으나 2조5,000억원으로 늘어남에 따라 통합법인의 유동성과 부채비율 200%달성에 부담을 안게 돼 재무구조 개선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상황이다.

    현대전자의 LG반도체 통합작업이 얼마나 신속하게 이뤄지느냐에 국내 반도체 산업의 장래가 달려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남대희·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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