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선거법협상 "그들만의 이익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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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4.22 14:15:00




  • 정치권이 마침내 국회의원 선거구제등 선거법협상의 안개 속에 뛰어들었다. 공동여당 단일안 마련을 위해 협상을 시작한 여당과 달리 야당은 아직 선거법개정안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미 내부 논의는 점화된 상태다.

    그러나 안개가 언제 걷힐지, 안개가 걷히고 난 뒤의 세상은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만큼 여야의 앞길은 불확실하고 그래서 선거법 개정후의 정국 풍향은 더욱 가늠하기 힘들다.

    현재 각 당의 입장은 문자그대로 3당3색이다. 우선 국민회의. 지역구의원은 현재처럼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에 의해 선출하고 비례대표의원은 각 권역별로 정당득표율에 따라 선출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유권자가 지역구 후보와 지지 정당에 두 번 투표하는 ‘1인2투표제’방식이다.

    정당득표는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집계한다. 서울권, 부산·울산·경남권, 대구·경북권, 인천·경기권, 광주·전남·전북·제주권, 대전·충북·충남·강원권 등이다.

    국민회의는 국회의원수를 현재의 지역구 253명 전국구 46명등 모두 299명에서 50명정도 줄여 250명선으로 하는 안을 내놓았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은 1대1로 해서 지역구와 전국구가 각각 125명정도 되도록 했다.

    공동여당인 자민련은 아직 당론을 확실히 정하지 않은 상태나 큰 윤곽은 나와있다. 우선 선거구제는 중·대선거구제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일반 의원들의 여론조사에서는 별로 크지 않은 차이로 소선거구제를 선호됐으나 김종필명예총재 박태준총재등 지도부는 모두 중·대선거구제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박총재는 아예 “한 선거구에서 3~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가 좋다”는 입장까지 밝혀 놓은 상태다.

    자민련은 중·대선거구제가 되면 국민회의가 주장하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필총리가 청와대 고위관계자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김대중대통령에게 이런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전국 권역 분할 방식등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안이 없다.

    자민련이 생각하는 의원수는 270명선. 현재보다 29명을 줄이는 안이다. 또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3대1정도로 해서 지역구가 202명, 비례대표(전국구)가 68명정도가 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비해 한나라당은 뚜렷한 당론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회창총재등 지도부는 “내각제등 권력구조문제에 대한 여당의 입장이 정해진 다음에야 정치개혁협상을 할 수 있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의원들사이에서는 이미 선거구제를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선 이총재등 지도부와 선거법개정문제를 맡고 있는 정치개혁특위 위원, 영남권 의원들은 대체로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은 “보스정치의 폐해를 심화시키고 전국구후보의 간접선거 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며 반대한다. 의원수는 270명선 정도가 적당하다는 분위기다.

    반면 수도권및 호남·충청등 취약지역 지구당 위원장들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소선거구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선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의식한 것임은 물론이다. 특히 이세기의원등 일부 민정계 중진의원들은 최근 “중·대선거구제가 당론으로 채택되지 않으면 당을 뛰쳐나갈 수도 있다”며 이총재를 압박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처럼 여야의 대립이 워낙 첨예해 선거구제 협상의 전도를 내다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마 공동여당은 어느 정도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는 상태. ‘중·대선거구제 +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 4·9 청와대회동에서 “실무협상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우리 네 명이 개입해 결론을 내겠다”고 합의했던 김대통령 김총리 박태준자민련총재 국민회의 김영배총재대행 4자사이에 이에대한 공감대가 상당히 형성돼 있는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김대중대통령이 최근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 “공동 여당끼리 조정도 해야하고 야당과도 협의해야 하므로 진행상황을 봐가며 (선거구제 당론 변경문제를) 당과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한 것은 상당히 시사적이다. 소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유독 강한 애착을 보였던 김대통령이 이처럼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앞서의 ‘중·대선거구제 +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채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비해 한나라당은 일단 소선거구제를 당론으로 채택, 여당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병립은 의석을 더 많이 얻고 영남에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여당의 정략적 발상”이라는 인식이 지도부사이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이다.

    여야의 큰 인식차로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선거구제 형태는 여야의 다음 총선 결과와 직결되기 때문에 일단 당론을 확정하면 여야는 쉽게 자신의 주장을 포기하기 어려운게 현실이다. 공동여당만해도 중·대선거구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병립을 고려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제도가 16대 총선에서의 안정의석 확보와 전국정당화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가장 유효하다는 판단때문인 게 사실. 역으로 한나라당 지도부가 소선거구제에 맘을 두고 있는 것은 이 제도가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원내 1당 기득권을 보장하고 이회창총재측의 당주도권 유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구제 협상은 여야중 어느 쪽이 ‘정치개혁’의 명분을 점하느냐에 따라 결론이 좌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번 선거법협상의 최대 화두가 바로 ‘정치의 고비용 저효율구조 개혁’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여야중 누가 이 명분을 차지, 여론의 지지를 얻느냐에 따라 선거구제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함께 결국 선거구제가 규정된 선거법개정안을 최종 확정하는 당사자는 바로 국회에서 표결권을 가진 여야 의원 개인이라는 점에 비춰 “의원들의 기득권을 가장 적게 침해하는 안이 국회의 최종안으로 채택될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지적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이에비해 의원정수는 여야가 모두 270명선으로 줄이자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다만, 지역구대 비례대표 비율을 놓고 여야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이 역시 주고받기식 타협의 대상이 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효섭·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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