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근로시간 단축과 고용증대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4.29 08:18:00




  • ‘일자리 나누기’란 기업에 남는 인력이 생겨 감원이 불가피한 경우에도 이를 실행하지 않고 전체 종업원의 근로시간을 줄임으로서 인력 과잉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전체 종업원이 100명인 회사에서 20명의 인원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발생했을 때 감원하는 대신 전체 종업원의 근로시간을 20% 줄여(평균적으로 하루 10시간 근무했다면 2시간을 줄여 8시간만 근무) 기존의 종업원수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에 비추어본다면 일자리 나누기는 적극적인 고용 창출이라기 보다는 소극적인 고용 유지 방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개념에 걸맞는 대표적인 사례는 바로 1993년 11월 독일의 폭스바겐(Volkswagen)사가 독일 금속노조(IG Metall)와 맺은 단체협약일 것이다. 이 단체협약을 통해 폭스바겐사는 총 10여만 명의 종업원 중 3만명을 해고하는 대신 주당 근로시간을 28.8시간(주 4일 근무)으로 20% 정도 감축하고 임금도 10~16% 정도 삭감해 버텨나갔다.

    그런데 이러한 일자리 나누기를 개별 기업 차원이 아니라 국가 전체 차원에서 법정근로시간을 단축하는 방법으로 실시한다면 이는 단순히 기존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고용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개념에 입각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프랑스다. 1996년에 이미 자율적인 노사간의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게 사회보장 부담금을 감축해주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로비엥(Robien)법을 통과시킨 바 있는 프랑스 의회는 1998년 5월 임금삭감 없는 근로시간의 강제적 단축과 이를 시행하는 기업에 대한 보조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오브리(Aubry)법을 경영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과시켰다. 이 법에 따라 프랑스의 종업원 20인이상 기업은 올해 말까지(20인 미만 기업은 2001년 말까지) 의무적으로 주당 근로시간을 감축하고 기존 종업원의 6% 이상에 해당하는 일자리를 새로 만들거나 유지하는 기업에게는 정부가 5년간 사회보장부담금을 감액해 주는 재정 지원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프랑스 사회당 정부의 과감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에 힘입어 이탈리아와 독일같은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을 계획·추진하고 있다. 1997년 6월에 이미 근로시간의 최고 상한인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48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한 바 있는 이탈리아는 2001년까지 이를 다시 주당 35시간으로 단축할 계획이며 독일의 사민당 정부도 법정 최고 근로시간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단축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은 장기간 높은 실업률에 시달린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이는 근로시간 단축 정책이 복지 국가의 전통이 강하고, 사회 연대를 중요시하며 강력한 노조가 존재하고 있는 이들 국가에서 더 적합하게 실행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명확한 결론이 내려져 있지 않은 채 찬반 양론이 갈라져 있는 상태다. 프랑스 고용부의 조사에 의하면 1996년의 로비엥법으로 인해 고용수준이 11% 정도 상승됐고 근로자의 11.6%에 대한 감원이 회피되어 일자리 나누기가 긍정적인 효과를 지닌 것으로 나타난다. 더 나아가 새로운 오브리법을 강력히 추진한 프랑스의 노동부 장관은 이 법으로 인해 향후 100만 개의 일자리 창출 내지 유지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1982년 프랑스 정부가 주당 근로시간을 40시간에서 39시간으로 단축하고 연차휴가를 4주에서 5주로 연장한데 따른 일자리 창출 효과는 0.1~0.3%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또한 국제노동기구(ILO)도 일자리 나누기 정책이 국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추진될 경우 실제적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가능성은 낮으며, 개별 기업이 자발적으로 추진하는 경우에만 경기 침체기에 기존의 일자리를 줄이지 않고 유지하는 일시적인 수단이 될 수 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더구나 1970년대부터 꾸준히 근로시간 단축을 추진하였던 덴마크의 경우에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라는 특징으로 인해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노동강도의 강화로만 나타난 사례도 존재한다. 즉, 근로시간 단축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인건비 등 생산비용의 상승이 불가피한 데 이러한 부담을 대규모 자동화 설비의 생산성 중대를 통해 경감시킬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에서는 기존 종업원에게 더 많은 일을 시켜 이러한 부담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이 나타난 것이다.

    결국 이상의 선진국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근로시간 단축이 경기침체기에 기존 종업원의 일자리를 유지하는 일시적이지만 확실한 효과를 지니고 있는 반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근로시간 단축은 아직 일자리 창출 효과가 불분명한 ‘진행중인 실험’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법정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가 성공적으로 수행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의 두가지 조건이 갖추어 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첫째, 근로시간 단축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이 경우 발생할 기업의 생산비용 증대를 감축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덴마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이러한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둘째, 일자리 나누기를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 이에 비례하는 임금 삭감없이 추진된다고 하여도 초과 근로의 감축은 불가피하므로 이로인해 기존의 고용된 근로자들의 소득이 감소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근로자가 일자리 나누기를 거부하는 유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프랑스 의회가 오브리법을 통과시켰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금속 산업의 경영자연합이 98년 7월말 초과근로시간을 증대시키는 단체협약 체결에 성공했다는 사실은 바로 근로자들도 일자리 나누기를 거부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홍성민·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