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목소리 높인 변협, 펄쩍 뛴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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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4.28 08:07:00




  • 오는 9월, 6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윤관 대법원장의 후임인사를 두고 법원과 대한변협(회장 김창국)간에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공세를 취한 것은 변협측. 김회장 체제가 출범한 2월22일은 공교롭게도 대규모 법관인사가 단행된 날이었다. ‘난파선의 선장’ 이란 말로 취임사를 대신한 김회장은 사법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 구성을 공식 선언했다. 법조사상 전례가 없는 위원회는 변호사들이 중심이 된 재야법조계가 법원과 검찰 등 재조법조계 인사시 추천자료를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제출하기 위한 것으로 김회장의 선거 공약사항이었다. 이날 김회장은 검찰, 법원과 함께 법조삼륜의 하나인 변호사가 제의무를 다하지 못한 과거를 반성하면서 자체 개혁과 함께 법조계의 한축으로 당당히 서겠다고 발표했다. 김회장은 법조계 안팎의 명망가들로 빠른 시일안에 위원회를 구성, 우선 신임대법원장 인사때 적임자들을 선정, 대통령께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변협 “인사위원회 구성하겠다”

    이후 변협은 구체적인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시켜 지난달 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했다. 이일규 전대법원장을 필두로 15명의 평가위원을 위촉하고 보좌기구인 실무위원회의 위원인선도 끝냈다. 평가위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통해 추천후보자군을 선정하면 실무위원들이 후보 개개인의 판결, 재산등록사항, 사생활 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평가위원들은 이자료를 토대로 복수의 최종후보자를 뽑는다는 구체적인 운영안도 마련했다. 변협은 이달 들어 1,2차 회의를 열어 위원별로 5명씩 대법원장 후보 추천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관계자는 “신뢰받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임관성적이 현직 내내 평가자료가 되고 정치적 고려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이루어져온 인사관행을 개혁해야 한다” 라며 지속적인 추진의사를 밝혔다.

    법원이 변협의 정중동(靜中動)을 정식으로 감지한 것은 지난 19일 법원행정처에서 열린 대법원과 변협간의 정기 간담회 자리에서였다. 상견례를 겸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던 이날 자리는 그러나 위원회가 화두에 오르면서 급격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간담회에서 법관인사에 대한 변협의 확고한 뜻을 공식적으로 확인한 대법원측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우려의 뜻을 전했다. 대법원은 다음날 보도자료를 내고 변협의 위원회 구상은 명분도 실익도 없이 사법부의 독립만 훼손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대법원 “사법부 독립 훼손”

    인사청문회가 법제화되어있지 않은 우리실정에서 변협의 추천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고 국민의 재판에 대한 신뢰를 침해할 뿐만아니라 나아가 사법부의 독립을 위태롭게 할 우려가 농후하다는 것이다. 외국을 보더라도 변협이 대법원장·대법관에 대한 추천이나 후보자에 대한 찬반의견의 개진 등은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는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변협측이 변호사단체에 의한 법관 평가가 행해지는 미국을 사례로 들고 있지만 인사시스템에 있어 미국은 법조일원시스템을, 우리나라는 커리어시스템을 취하고 있기에 비교대상이 안된다고 밝혔다. 미국은 변호사에서 판사를 충원하고 있고 일단 판사가 되면 별다른 내부평가 없이 종신까지 근무할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판사에 대한 헌법상의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이 근무평정 등 여러 평가과정과 법관인사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또 지금 시점에서 법관인사를 문제삼음으로써 변협이 얻을 수 있는 실익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법관에 대한 외부, 특히 변호사단체로부터의 평가작업이 이루어지고 그 내용이 공개되는 경우 사법부 독립의 핵심요소인 법관의 인사권 독립에 대한 중대한 침해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게 의구심의 핵심이다. 더우기 당사자에 대한 명예훼손 및 재판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초래할 염려가 있으며 평가방식의 객관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운 만큼 실익은 전무하다는 것도 한 이유다. 서울지법의 모판사는 “김회장의 말대로 대전 법조비리사건이후 난파위기에 놓인 변호사업계가 난국타개용 카드를 던진 것으로 밖에는 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 반발에 한발 물러선 변협

    법원측의 비판이 거세지자 변협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변협은 위원회가 사법부의 독립을 훼손하려는 뜻은 추호도 없으며 사법부에 대한 선의의 견제를 통해 오히려 사법부의 권위를 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해명했다. 간담회에서 제기된 추천내용의 공개여부에 대해서도 평가위원들이 각서를 쓰고 철저한 보안을 약속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양측의 긴장은 쉽게 풀리지 않을 전망이다.

    대법원은 대법원장 후보 추천이 결국 전체 법관평가로 이어질 것을 우려,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고 변협으로선 협회의 위상이 걸린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변협이 후보 추천을 위해 전국 법조인 대상 설문조사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적이 있어 보안문제에 대한 대법원의 시각은 회의적이다. 한편 변협이 이번 대법원장 인사를 목표로 하되 위원회가 자칫 공허한 메아리로 끝나지 않게 향후 법조계 인사에서 지속적인 목소리를 내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9월 대법원장 인사와 맞물려 내연의 불씨를 간직한채 뜨거운 감자로 남아있는 이 문제를 법원과 변협이 진정한 법조개혁의 시금석으로 삼을 수 있을지 법조계 안팎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손석민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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