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병무비리] 치맛바람, 남편 정말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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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04 16:45:00




  • 이번 병무비리 수사는 소환·수사 대상자가 1,000명을 넘었다. 숫자답게 갖은 변명에 하소연, 수법 등에서 뒷얘기도 많았다. 수사에 투입된 검찰 경찰 군인은 모두 57명. 서울지검 검사 4명 등 검찰 수사진 27명, 군검찰관 5명 등 군수사팀 14명, 경찰 수사관 16명이 작년 12월1일부터 140일 동안 수사했다.

    조사받은 1,000여명은 90년 이후 비리 사건으로는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건국대 사태와 연세대 사태 등 시국사건 수사에서 1,000명 이상의 대학생들이 조사받은 적은 있지만, 단일 비리사건 수사에서는 전례가 드문 일이라는 것이 검찰 주변의 분석이다. 이번 조사대상자는 지난해 병무청 모병연락관 원용수준위의 병무비리 사건 당시 조사받은 550명의 두배다.





    “내 이름은 빼달라” 애원

    수사진은 소환된 청탁자 대부분이 유력 인사들이어서 자백을 받아내기까지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불려와서 첫날 자백한 경우는 거의 없었으며 재산관계를 뒤지고 물증을 들이대야 털어놨을 정도” 라는 수사진의 얘기가 이를 잘말해준다.

    대부분의 브로커들은 소환직전까지 청탁자를 찾아다니며 “내이름을 불지 말아달라”, “금품액수를 줄여달라”고 애원했으며, 어떤 브로커는 의뢰인과 함께 합수부로연행되는 차안에서 수신호로 금품액수를 조작하는 등 범행 축소를 기도하기도 했다.

    가정주부 29명이 적발돼 병무비리에도 ‘치맛바람’이 극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정주부의 남편들도 대부분 사업가나 기업의 임원이었다.

    가정주부들은 대부분 “남편 모르게 혼자 알아서 한 것” 이라고 변명했다.

    청탁 부모들이 뇌물을 전달한 장소는 주로 병무청 앞 다방과 주차장 승용차안이 애용됐다. 전체 적발된 137건 중 수표 전달은 2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모두 현금으로 대부분 쇼핑백에 2,000만_3,000만원씩 담겨져 건네졌다. 한 청탁자는 돈을 건넨 병무청 직원에게 “다 들통날 걸 괜히 힘만들게 왜 현찰로 갖다 달라고 했냐”며 불평하기도 했다고 수사관계자가 전했다.





    비리제보 봇물, 수사에 큰 도움

    수사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재검신청시 처분변경원을 내는데 필적을 대조하면 물증이 잡힌다’, ‘병적지를 옮겼거나 원격지에서 진단서를 떼온 경우는 틀림없이 구린데가 있다’는 등의 비리수법에 대한 제보가 큰 도움이 됐다. 합수부가 병무비리 신고전화를 개설하자 제보가 잇따라 병무비리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음을 반증했다. 또 일부 군의관과 브로커들 중에는 조사중 과거를 반성하고 수사에 적극 협조한 경우도 있었다.

    4,600만원을 주고 아들의 병역면제를 부탁했던 한 아버지는 수사 초기 함구로 일관했으나 이틀간 계속된 수사관들의 끈질긴 설득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범행사실을 털어놓은 뒤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했다. 노씨는 다른 부모들이 범행을 부인하면 “아무리 부인해도 이 곳에서는 소용없더라”며 부모들을 직접 설득, 미궁에 빠진 3건의 범행을 밝히는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자는 혐의를 부인하기로 사전연습까지 했다가 수사진의 추궁에 아버지가 먼저 혐의를 인정하자 아들이 아버지를 원망하기도 했다.

    또 고급빌라에 살던 한 피의자는 수사관이 닥치자 화장실에 다녀오겠다며 들어간뒤 리모컨으로 비상구를 열어 탈출했다가 붙잡히기도 했다.





    수사팀 모두 군필자로 구성

    수사가 헌병과 기무사까지 확대되면서 수사팀이 감시를 당하기도 했으며, 병무청 직원을 검거하러 간 수사관이 주민들의 신고로 오히려 붙잡히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검찰 수뇌부는 이번 수사가 사회적으로 미칠 파장 등을 고려, 수사팀을 모두 ‘군필자’ 들로 구성, 병무청에 파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중 합수부팀장을 맡아 5개월간 수사를 지휘해온 서울지검 특수3부 민유태(閔有台)부부장검사는 공군 출신으로 35개월11일간 꼬박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진영(朴珍永) 최석두(崔錫斗)검사는 군법무관으로, 김경석(金京錫)검사는 해안경비를 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시효지나 살아난 재벌외손자

    불구속 입건된 성남시의회 의원 김종윤(56)씨는 무려 6단계를 거치며 병역면제를 청탁했으나 결국 실패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97년 11월 고교동창에게 준 뇌물 4,000만원은 군관계자→제3자→병무청직원→다른 병무청직원→군의관→다른 군의관을 차례로 거쳐 갔지만 중간에서 알선자들이 돈만 챙기는 ‘배달사고’로 김씨의 아들은 결국 병역면제는 받지 못하고 공익근무요원 대상인 4급 판정을 받았다.

    수사과정에서 모재벌총수의 외손자가 ‘돈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소문이 나돌아 합수부가 은밀히 조사한 결과 병역면제 사실이 확인됐으나 면제판정 시기가공소시효(5년)가 만료된 90년 3월로 드러나 수사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재벌총수의 외손자는 시력문제로 병역을 면제받아 현재 미국에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화배우겸 탤런트인 박모씨는 허리디스크 등 석연찮은 이유로 5급판정을 받아 병역이 면제됐으나 94년이라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프로농구 나래 블루버드 소속 선수 이민우(28·지명수배)는 시합중 검찰소환을 받자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달아난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부는 프로농구 시즌이 한창 진행중이라 편의를 봐주는 차원에서 사전연락을 했다가 낭패를 당했다.

    프로야구 LG선수 서용빈(28)은 병무청 주변 브로커들에게 너무 많이 청탁을 하는 바람에 소문이 파다했다는 것이 관계자의 전언이다.





    브로커 반 이상이 병무청 공무원

    국군수도병원은 전·현직 군의관 16명이 구속돼 한때 업무가 마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설신검장에서 정밀검진이 의뢰된 병역의무자를 검사하는 국군수도병원은 외과처장(소령), 안과과장(〃), 신검과장(〃), 정형외과과장(〃) 등 주요 보직과장들이 2,800만_1억5,000만원씩 뇌물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중 병무청 공무원이 전체의 50% 이상을 차지, 병무담당 공무원들이 ‘염불’ 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이 또다시 입증됐다.

    /이태규·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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