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카지노열풍] 카지노의 꽃 딜러... 공인된 도박사들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04 19:54:00




  • 4월28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 호텔 지하1층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내국인은 출입하지 못한다’는 경고 팻말과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 금속탐지기 문를 차례로 지나자 700여평의 카지노 중앙홀이 나타난다. 들어서면 카페트와 눈부신 네온사인, 인테리어. 왼쪽 벽면에는 슬롯머신이 줄지어 있고 홀에는 룰렛 블랙잭 바카라 등을 하는 테이블 80여개가 있다.

    한 직원은 라스베이가스에 내놔도 15위 안에 드는 수준이라고 귀뜀한다.

    가끔 환성과 한숨이 교찰될 뿐 분위기는 예상보다 조용했다. 그러나 화려한 딜러의 손놀림은 계속된다. 순간순간 칵테일 웨이트리스들이 음료를 나르고 지친 고객들은 바에서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테이블 한 옆에서는 핏보스가 멀찍이 서 감시의 눈을 번뜩이고 천장 보이지 않는 곳에선 비디오 카메라 190대가 쉴새없이 돌아가고 있다.

    카지노 객장의 피크타임은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그러나 한낮임에도 30여개의 테이블에 사람들이 넘쳐난다. 5월초까지 계속되는 일본의 골든위크때는 발디딜 틈도 없을 것이란 예상이 과장이 아닌듯 했다. 일본 중국계가 주고객인 만큼 일본어, 중국어가 제1,2외국어이고 그 다음이 영어다. 그러다 보니 일본 휴일을 한국 휴일보다도 더 잘안다.

    그러나 그 화려함을 뒤집어 보면 검은돈의 도박판. 카지노 세계에서 이 엄연한 두가지 사실의 갭은 도저히 메울 수 없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갭 사이에 있는 사람은 객장안의 딜러, 플로워 맨(1차감독), 핏 보스(2차감독), 칵테일 웨이트레스와 쉐프트 매니저. 이 카지노맨들은 어쩌면 카지노의 꿀과 독의 역할을 하는지도 모른다.

    이들은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카지노를 3부로 나눠 3개월씩 시간대를 달리해 8시간 근무한다. 직업상 관절 기관지가 좋지 않아 1년에 두번씩은 보약을 챙겨 먹는 게 관행인 탓에 직원 휴게소는 항상 한약냄새가 진동한다.

    카지노의 꽃은 딜러. 카드를 돌리며 순간순간 고객이 원하는 칩수를 한번에 정확히 집어주는 것은 기본 실력이고 고객과 직접 상대하는 만큼 세련된 매너가 필요하며 손님과 기싸움을 벌이며 돈을 따내는 기술이 중요하다. 나쁘게 말하면 고객들을 ‘인생의 막장’까지 끌고갈 능력이 필요하다.

    워커힐의 딜러는 연중 20~30명이 3개월간 특수교육을 거쳐 탄생한다. 스튜어디스 선발과 비슷해 외모도 보고 키도 여성의 경우 163㎝이상을 요구한다. 교육후 10개월은 지나야 처음 블랙잭에 들어갔다가 룰렛, 바카라 순으로 맡을 수 있다. 카지노가 딜러를 믿고 테이블을 맡길 정도의 능숙미가 붙으려면 3~5년 경력이 필요하고 바카라는 고참소리를 듣는 5~6년이 되어야 한다. 경험과 배짱이 두둑해야 하기 때문이다. 딜러의 잇점은 ‘팝콘’으로 불리는 팁. 고객이 건네는 팁은 매일 한데 모아 공동 분배하는데 월급보다도 많을 때가 자주 있다.

    소란을 피우거나 게임을 방해하는 고객을 신속히 가려내는 일은 핏 보스가 맡는다. 이들은 딜러가 고객을 고의로 져주거나 칩계산을 잘못하는지도 감시한다. 칩중 2,500원 균일가인 플레잉 칩은 룰렛에서 손님을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7가지 색깔이 있다. 그 자체가 돈인 머니 칩은 5,000원부터 최고 50만원까지 색으로 구분한다. 이런 칩 관리는 철저해 게임이 끝나며 각 테이블에서 게임증명서를 발급받아 계산테이블에 제출한다. 그러면 고객들은 이를 갖고 녹화한 비디오의 장면과 대조해 일치하는 지를 확인하고 칩을 돈으로 환전받는다.

    카지노 객장 밖에서는 판촉맨들이 뛴다. 카지노 판촉은 고객을 개발하고 접대하는 일. 이때 카지노마다 영업비밀인 고유의 마케팅이 동원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손님을 자기 카지노로 끌어모으는 일이다. 주대상은 큰손으로 불리는 하이롤러. 쉽게 한몫 잡은 사람들이 생기면 세계 어디든 달려간다. 그래서 능력있는 판촉맨은 3개국어 구사는 보통이다.

    가령 인도네시아 벌목현장에 날아가 벌목공들과 몇날 며칠을 같이 뒹굴고, 거품경기속에 떼부자가 된 일본의 부동산업자들을 잡기 위해 선물공세를 펴기도 한다. 이들이 카지노를 방문한다는 연락이 오면 모든 게 성공한 셈이다. 손님이 카지노에 입장하기만 하면 그의 주머니에서 돈을 꺼낼 수 있기 때문다.

    접대는 이때부터 시작되는데 고객의 주머니 크기에 따라 그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라스베이가스에서는 전세기와 대통령이 와도 내주지 않는 ‘팬트 하우스’같은 초호화 스위트룸을 제공하기도 한다. 물론 먹고 자고 마시는 모든게 공짜다. 차이는 있지만 세계 카지노업계의 고유 관행이다.

    국내의 경우 보통 시드머니(종자돈)가 100만~500만엔 정도면 VIP대접을 받는다. 한국에 올 때부터 1등석이나 최하 비즈니즈석 항공편을 제공하고 공항에서 호텔까지 운전사 딸린 외제차로 모신다. 워키힐의 경우 리무진 1대를 포함 벤츠 등 외제차를 준비해놓고 있는데 주고객인 일본인들은 벤츠나 국산 체어맨을 애용한다고 전해진다. 호텔에서도 시드머니 수준에 따라 빌라-타워-스위트룸 등의 순으로 방이 배정되고 VIP가 아니면 고객의 도박시간과 평균 베팅액수를 곱해 이 액수의 4분의 1을 적립, 이같은 비용에 사용한다.

    한번 다녀간 사람들은 7~8등급으로 나눠 공짜쿠폰을 보내며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카지노에 던질 때까지 고객으로 관리된다. 이렇게 해서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끝을 보게끔 만드는 서비스를 한다는 자신감이 없이는 살아날 수 없다는 게 카지노맨들 사이의 불문율이다.

    이런 판촉이 장기화하면 사교가 되고 친분이 쌓이기도 한다. 말레이시아 왕의 동생으로 아시아 축구협회 회장을 지낸 탱구 아랍반다하라(사망), 한때 세계적 무기판매상 아드난 카시오키(사우디아라비아) 등도 그렇게 해서 한국을 알게 됐던 사람들이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