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흔들리는 청소년들] 요즘 애들이 만들면 '사악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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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19 16:30:00




  • 2년전 장선우 감독은 ‘문제아’10명을 출연시킨 ‘나쁜 영화’로 기성세대에 충격을 던졌다. 영화는 가출, 본드, 절도, 소년원 등의 경험과 삐딱한 생활을 해온 나쁜 아이들이 직접 나와 자신들의 적나라한 일상을 보여줬다.

    10명의 ‘나쁜 아이’에게 요즘 10대와 차이를 물었다. 이들은 10대를 이미 지났거나 막 지나는 중이다.





    “요즘 10대들, 우리때와 비교도 안돼요”

    공통된 말은 우리 때보다 더하다는 것. 담배를 초등학교 때 피울 만큼 노는 게 더 험하고, 어른 대하는 태도는 더 철이 없어졌고…. 그래서 “우리가 찍은 영화가‘나쁜 영화’라면 지금 애들이 찍을 경우 영화제목은 ‘사악한 영화’가 어울린다”고 말한다.

    2년의 짧은 시간이지만 이들의 변화는 커 보였다. “아무렇게나 되는 대로 살겠다”던 나쁜 아이가 더이상 아니었다.

    그때를 후회하며 공부에 매달리는 사람도 많았다. 고교를 중퇴했던 경원이는 검정고시에 합격, 올 대학입시를 준비중이다. 백댄서로 무대에 서고 ‘아임떡’이라는 이름으로 단란주점 DJ로 일했던 덕기는 용산공고 3학년에 다니며 평범하게 지내고 있다.

    심드렁한 표정으로 담배연기를 내뿜던 꽃지(19·여)는 중앙대 영화과 새내기가 됐고, 새둥지 같은 머리에‘새’라는 별명을 가졌던 남경(19·여)이는 동덕여대 연극영화과 2학년이다. 진주(17·여)는 연기학원에 다니며 액스트라로 TV에 종종 얼굴을 내민다.

    파란색 머리에 귀고리, 코걸이까지 했던 재경(20)이와 상규(20)는 4월초까지 인천방송에서 ‘나쁜 아이들’시리즈를 1년반 남짓 진행했다. 요즘 이틀에 하루는 PC게임방에서 밤을 보내는 ‘뽀리(도둑질)까는 게 취미’라던 재경이는 스타크래프트가 순위를 따지는 랭커 실력이다.

    영화찍을 때 “덕기 오빠랑 2월26일 오전1시26분 애인이 됐다”며 결혼하겠다던 미선(18)이도 검정고시 준비중이다. 이번에 3과목 통과해 내년 6과목만 패스하면 중등과정을 마치게 된다. 물론 덕기와는 1년전 헤어져 가끔 연락만 한다. 중학교 중퇴이유를‘선생이 재수가 없어서’라고 말했던 미선이는 ‘그게 아니고 한참 놀고 싶어서 그랬다’고 수정할 정도로 어른스러워졌다. “그때는 어렸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배들이 하는 짓이 멋있어 보여 흉내냈는데 어른들 말씀이 그른 게 없더라구요.”





    대부분, ‘제자리’로 돌아와 평범한 생활

    거의 살다시피하던 대학로의 한 화장실에서 춤을 추다 캐스팅된 상규는 “그시절을 생각하면 웃음밖에 안나오고 아무 것도 모르는 겁없던 때였다”고 했다. “후회는 않지만 후회하고 싶을 때가 있다”며 “잠깐 실수였는 데 다시 (학교에)돌아가지 못했다”고 아쉬운 표정이다.

    혁신(19·여)이는 “자신만이 여전히 그때처럼 지내고 있는 것 같다”며 “벗어나고 싶은데 그같은 노력을 하는 방법을 몰라 배우고 싶다”고 한다. 중3때 만난 남자친구가 붙잡는 바람에 학교를 뛰쳐나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도 학교가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마음껏 놀더라도 학교는 붙들고 있어야 했다는 후회도 했다.

    자신들의 일상을 시나리오도 없이 찍고는 ‘10대들의 고만고만한 얘기일 뿐’이라고 말하던 당돌함은 사라지고 대부분 ‘평범함’을 되찾은 듯했다.





    이태규·주간한국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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