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IMF 1년6개월] 한국경제, 지금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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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5 18:59:00




  • “1년6개월만 참고 지내면 IMF를 극복할 수 있다.”

    97년 12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외환위기로 고통받고 있던 국민들에게 이같은 희망섞인 메시지를 던졌다. 인내와 끈기로 대표되는 국민 역량에 비추어 IMF 파고를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5월21일로 IMF에 자금지원을 요청한 지 꼭 1년6개월이 됐다. 대통령이 희망을 섞어 약속했던 IMF 극복시한이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실제로 한국경제는 지난 1년반 동안 놀라운 치유능력을 과시했다. 비슷한 시기 IMF 지원을 받았던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빨리 정상궤도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성장률은 일찌감치 플러스로 돌아섰고 금리, 환율 등 제반 거시경제지표 역시 모두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IMF 1년6개월. 한국경제는 과연 어디까지 왔는지, 거시지표와 정책당국의 시각을 통해 정리해 본다.





    IMF 1년6개월의 공과

    한국은행은 20일 지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4.6%의 증가세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18년만에 첫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이후 1년만에 다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 외환위기 이전인 97년 1·4분기의 4.9%에 육박하는 것이다. 정정호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97년 1·4분기 GDP규모를 100으로 볼 때 올 1·4분기는 100.9를 기록, 외환위기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1·4분기중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증가세로 돌아서고 수출도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성장률이 플러스로 돌아섰다고 설명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이 전분기 마이너스 4.7%에서 10.7%로 돌아서면서 경제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특히 중화학공업은 산업용기계의 생산이 계속 부진했지만 반도체와 컴퓨터 등 전기전자제품과 자동차, 선박 등 운수장비의 생산이 호조를 보이면서 전분기 마이너스 3.0%에서 올 1.4분기 13.8%의 높은 성장세로 돌아섰다.

    서비스업도 통신장비의 매출호조로 통신업이 무려 24.0%의 높은 증가세를 기록한 가운데 지난해 감소했던 도소매업, 운수업, 사회 및 개인서비스업 등이 대부분 증가세로 돌아섬에 따라 전체적으로 6.6%의 성장률을 나타냈다.

    반면 건설업은 건설경기의 침체지속으로 마이너스 15.1%를 기록했고 농림어업도 마이너스 7.6%로 침체국면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의 발표자료를 보면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을만 하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것처럼 위기를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위험수위는 넘어섰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선 환란 발발의 뇌관으로 작용했던 외환보유고가 안정적인 수준을 회복했다. 97년말 30억달러에도 못미쳤던 가용외환보유고는 이달들어 570억달러를 넘어서 60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절반가량이 외국에서 빌려온 자금이긴 하지만 일단 외환위기를 걱정해야 할 기본적인 요인은 사라진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성장을 우려해야만 했지만 올들어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정부조차도 1·4분기중 성장률이 4%를 넘어섰으며 연평균으로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5%대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과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IMF와의 정책협의도 내년이면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자금 210억달러 가운데 아직까지 지급되지 않은 17억5,000만달러가 내년중 유입되면 IMF의 경제신탁통치는 사실상 마무리되는 셈이다.

    이처럼 빠른 경기회복의 이면에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4월중 실업자수가 155만명으로 여전히 사회불안요인으로 남아 있고, 경제가 완전한 회복국면에 들어서지 못한 상태에서 주식시장 등 일부 금융권의 반등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소득분배구조가 급격히 이원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년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우리 경제의 많은 부분이 보완되긴 했지만 IMF 졸업장을 따기까지는 아직도 손댈 곳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경기 살아났는가

    경기상황에 대한 진단은 향후 경제정책 방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최근 제기된 경기논쟁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어느 한쪽의 논리가 일방적으로 옳다기보다는 현재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치유해 나갈 수 있느냐라는 화두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양측의 주장은 맥을 같이하고 있다.

    경기논쟁은 일단 지속적인 부양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결론났다. 정책적 후원을 통해 시장기반을 더욱 공고히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경기과열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현재의 경기상황은 재정적자 감수와 저금리정책에 기초한 금융장세의 성격이 강한만큼 돌발적인 외생변수가 등장할 경우 급속히 붕괴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금융호황은 자칫 급속한 투자여건 악화와 기업생산성 저하로 이어져 또다른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윤호 LG경제연구원장은 “올들어 정부의 저금리정책과 재정적자에 힘입어 소비가 주도하는 형태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추가적인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투자와 수출부문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아 있는 불안요인

    정부는 하반기 정책집행의 복병으로 작용할 불안요인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와 통화량 증가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을 꼽고 있다.

    이근경 재경부 차관보는 “경제가 충분히 회복되려면 적어도 2년은 소요되는데 임금부문에서 한꺼번에 찾아가려 한다면 회복속도가 그만큼 늦어질 수 밖에 없다”며 “6월로 예정된 임금협상 추이를 면밀히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금인상 여부에 따라 물가 금리 등 거시경제변수에 변화가 불가피하며 이는 경제정책 방향과도 직결된다는 설명이다.

    통화량 증가로 시중자금이 넘쳐나면서 하반기 물가에도 적신호가 예상된다.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물가가 반등세로 돌아설 경우 그렇지 않아도 상승요인이 많은 금리가 뒤를 이을 것이고, 이로써 전체적인 경기여건은 내리막 곡선을 타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 정책대응

    정부는 일단 ‘지속가능한 성장기반’을 조성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반기중 금융활황을 통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졌다면 하반기에는 투자와 수출여건 개선을 통한 실물부문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4대 개혁을 확실히 완성함으로써 성장기반을 공고히 할 계획이다.

    이차관보는 “하반기 경제운용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엇갈리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정부는 흔들림없이 현재의 성장속도를 유지하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R&D(연구개발투자)와 건설부문 투자를 적극 유도함으로써 기초가 허약한 현재의 금융활황 장세를 보강해 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이종석 서울경제 정경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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