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DJ.YS 애증의 30년] YS 왜 삐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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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6 18:08:00




  • YS가 DJ에게 노골적인 사감을 감추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적대적 의존이란 말처럼 평탄치 않은 두사람의 과거 30년 관계에서 최근의 이같은 독설은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DJ를 향해 ‘독재자’란 수식어를 붙여 독설을 퍼부어대는 요즘의 YS에게는 특유의 강기마저 느껴진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으로 보면 YS가 ‘열’을 받은 결정적 계기는 크게 세가지로 보인다. 환란수사와 경제청문회, 아들 현철씨 처리때 YS는 섭섭함을 넘는 배신감을 곱씹었다고 한다. 그의 최근 언행이 단순한 자기방어가 아닌 정치 재개를 위한 공세라는 분석도 있지만 어느 경우든 이 세가지가 기름역할을 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YS의 ‘작심’은 현철씨 사면문제로 시작된다. 사면이 예상되던 작년 8·15특사는 그를 피해갔다. 대법원 확정절차가 끝나지 않았고 그의 국정실패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사그라들지 않은 상태라는 게 여권의 이유였다. YS의 반응은 달랐다. “입에 발린 소리”로 “나도 대통령을 해봤지만 의지만 있으면 법절차 따위는 부수적 요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들의 사면에 연연해 하는 것처럼 비치도록 언론플레이까지 하고 있다는 시선 또한 거두지 않았다.

    YS는 이후 사람들을 상도동으로 불러 “내가 부산에 나서면 수백만표는 나온다”“내 수족만 자른다”는 정치성 발언을 슬쩍슬쩍 내비치며 전투의지를 불태웠다. 환란수사는 결국 이런 YS의 섭섭한 심기에 불을 붙인 꼴이 되고 말았다. IMF사태로 실패한 대통령으로 문밖 출입을 삼가던 차에 닥친 환란수사는 그를 더 깊숙한 코너로 몰아넣었다. 그의 검찰답변서가 공개되고 형사처벌까지 거론하는 여론이 비등했다. YS는 이때 이수성 민주평통수석부의장를 중간에 세워 화해메시지를 보냈지만 DJ는 상대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여기에다 구속되거나 검찰에 불려갔던 측근들이 전한 수사내용을 듣고 YS는 끓게 된다. YS에 대한 자금제공을 추궁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DJ가 나를 죽이려는구나”하고 이를 악물었다고 한다.

    환란책임 청문회 시점에서는 ‘내손으로 끝낸다. 다 가지고 있다. 때만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입버릇이 될 정도로 심리적 상태가 극한점에 다다랐다. 이러던 차에 한보그룹 정태수 전총회장의 150억원의 정치자금 제공 증언이 터져나오자 YS는 마침내 직격탄을 날리기 시작한다. 2월8일 한밤의 기자회견은 번복소동으로 끝났지만 찻잔속의 태풍은 아니었다. 다음날 DJ가 “동지와 친구로 존중하고 전직대통령으로 깍듯이 예우하겠다”는 평화통신을 띄웠지만 김정길 청와대정무수석은 상도동에서 퇴짜를 맞는다.

    이런 싸움에 전두환 전대통령이 YS를 겨냥,‘주막강아지’라며 끼어들었지만 잠시 침묵을 지키며 내압을 키운 YS는 4월들어 ‘통영발언’으로 선전포고를 한다. “쿠데타로 집권한 독재자도 이런 일은 못했다”“독재정권은 멸망했다”“불행을 바라지 않지만 막을 재간이 없다”…. 그리고 5월 들어 ‘독재자 김대중…’으로 시작하는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측근들은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 3부,4부가 계속될 것이라고 시사하고 있다.

    그 끝이 어느 시점일 지는 모르지만 YS가 이같은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지난 대선때 DJ비자금 수사중단 지시와 한나라당 탈당으로 결과적으로 DJ집권을 도와줬는 데 도리어 칼날을 겨눈다는 배신감이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여권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였을 것’‘택도 없는 소리에 불과하다’는 반응이다. “다른 사람한테 다 주는 멸치 한상자도 우리한 테는 안줬는데 이제와서 동서화합하자는 데 발목만 잡고 오히려 PK민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 양김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빠져들지는 않았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양쪽 모두의 아킬레스건이긴 하지만 YS가 여권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는 여권의 과거 야당시절 대선자금 문제로 귀착되기 때문이다. 비록 아직은 아니지만 YS가 이를 건드리면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것임은 물론이다.



    이태규·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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