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춘투] 공공부문 노사관계, 탄탄한 합리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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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04 19:32:00




  • 최근 노동정국이 긴장과 대결 양상으로 치우치고 있다. 노동계가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고 대정부 투쟁을 본격화 하는가 하면, 주요 노조들이 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전개하거나 또는 계획하고 있다. 특히 민영화, 인원 감축, 인건비 삭감 등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올해 임단협의 1차 격전지가 공공부문이 되는 형국이다. 즉 노동계가 정부의 공공부문 구조조정 지침에 목표를 맞추고 이를 막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9일 서울지하철 노조의 총파업으로 충돌이 현실화한 것이다.

    현재 공공부문 구조조정과 관련한 노동계 주장의 핵심은 일방적 구조조정 중단과 정부와의 직접 교섭 요구다. 즉 기획예산위의 공기업 구조조정 지침은 충분한 사전협의 없이 개별 공기업의 처지를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들어졌으므로 이를 철회하고 정부, 노동조합 그리고 관계 전문가가 새로운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을 정하자는 논리다. 또한 금융부문 구조조정에서는 별대응도 못하고 밀렸으나 공공부문 및 대기업 구조조정에서는 더 이상 밀려서는 안된다는 의식하에서 공동 투쟁으로 대처하고 있다.

    한편 이에 대한 정부의 방침도 확고하다. 구조조정 자체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강경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구조조정 추진이 매우 힘들어진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노동계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파업 수순을 밟아왔으며 정부는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한 파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경고를 거듭해왔다. 결국 노·정간의 강경한 대립으로 인해 대규모 충돌이 이어질 경우 겨우 회복단계에 접어든 우리 경제가 크게 휘청거릴 수도 있다.

    이처럼 공공부문의 노동현안 타결을 위한 바른 정책과 대안들이 시급히 강구되지 않으면 안될 상황하에서 선진 각국의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대한 고찰은 우리 경제에 몇몇 시사점을 안겨주고 있다.





    민간부문과는 다른 각도에서 다뤄져야

    우선 공공부문 노사관계가 민간부문과 동일한 틀로 다루어져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처한 상황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공공부문의 경우는 고용계약과 조건을 결정하는 절차가 사용자(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크게 좌우된다. 또한 소득의 주요 원천이 세수이기 때문에 시장적 요인이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즉 민간기업과 같은 노동자_사용자_정부간의 관계가 공공부문에서는 노동자_정부(사용자)로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공공부문의 노동문제는 노사관계적 사고뿐만이 아니라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합리적으로 접근되어야 한다. 독일의 경우는 노동권, 고용조건 결정 방법, 노사분쟁과 해결 방법 등 법적·제도적 구조면에서 이중주의에 기초하여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정립해왔다. 이는 이러한 특수성이 배제된 듯한 양상을 보이는 우리나라의 정부와 노동계 양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다음으로는 각국의 공공부문 운영원리가 서로 상이하며 이로 인해 공공부문의 노사관계에도 차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과거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공공부문의 노사가 상호 우호적이었는데, 이는 유럽식 사민주의 하에서는 사회복지기능의 상징으로 제시되고, 실제 공공부문의 운영에서 노사정 합의를 기초로 노조의 광범위한 경영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철저한 경쟁과 시장경제 우선으로 인해 사민주의에 입각한 공공부문에 대해서는 외면해 왔다. 이는 우리의 공공부문이 현실적으로 서유럽 국가들과도 상이하며 아직 공정한 경쟁에 입각한 시장경제 질서를 구축하지 못한 상황하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해 나가야 하는가를 가늠케 하는 하나의 시사적인 내용이다. 물론 최근에는 구미 각국들이 사회보장 내지 사회복지제도를 축소시키면서 국민들의 저항을 불러일으켜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후수단으로서의 공공부문 파업

    다른 하나는 공공부문의 파업은 법률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최후의 수단이다. 독일 공공부문 노조의 경우 파업 찬반투표시에 투표권 있는 조합원이 75%가 찬성해야 파업 의결이 가능하며, 잠정 노사합의안에 대해 25%만 찬성해도 파업이 중단된다는 내규를 정해 놓고 있다. 이는 공공부문 경고파업의 적법성을 인정하는 법률적 추세와 더불어 파업이란 조직노동자가 모두 함께 참여할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이라는 신념에서 나온 것이다.

    끝으로 공공부문 노사관계에 있어서 뭐니뭐니 해도 절차적 합리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이다. 갈등이나 모순의 객관적 존재 그 자체를 인정한 바탕 위에서 정당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서 해결해 나가려는 점진적인 자세가 중요한 것이다. 독일 공공부문에서는 입법주의, 단체교섭, 경영참가 등의 세 가지 형태에 근거하여 이러한 절차적 합리성이 비교적 탄탄하게 확립돼 왔다. 그 결과 독일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다른 어떤 나라나 어떤 분야보다도 노사관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이상의 선진국 경험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공공부문의 개혁 및 노사관계는 그 나라 공공부문의 발전 과정, 고용 관계 및 조직 구조, 그리고 이를 규정하고 있는 법·제도적 구조, 최근의 동태적 변화 등에 유념하면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나라의 경우에서 본받아 배워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 등을 취사 선택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여야 한다. 더구나 오늘날 공공부문도 보다 유연하게 자기 변신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의 동의와 협력을 이끌어내는 것이 구조조정 성패의 관건으로 되고 있다. 따라서 상호 대표성이 있는 집단이 서로를 대화와 협상의 동반자로 인정해 주면서 이를 통해 참여적이고 협력적인 노사관계를 유도해 내는 것이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또한 공공부문 노사가 현상온존에 집착하거나 비합리적인 대립으로 치닫는 것은 공공부문의 존재 이유인 전체 공익을 앞세워야 할 공공성 확보를 망각한 것으로서 양측 모두 비판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의 노사관계는 노동문제 뿐 아니라 행정적인 측면에서도 합리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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