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정치권 뒤집어놓은 "고승덕은 코미디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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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04 16:25:00




  • 고승덕변호사의 6·3 재선거후보 사퇴 사건은 한편의 코미디였지만 그 파장이 컸다. 정계입문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듯 하더니 급기야는 정국을 급랭시키는 원인을 제공했다. 정국을 벼랑끝으로 몰고 갈 만큼 파장이 큰 사안인지라 여진 또한 당분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졸지에 날벼락을 맞은 한나라당은 국회활동 중단을 선언하는 등 초강경 대응책을 들고 나왔고 여당은 한나라당측의 ‘회유 협박설’을 근거없는 주장으로 몰아붙였다.





    공천에서 사퇴까지

    고씨는 한달이 채 못되는 기간에 여야 3당을 헤집고 다녔다.

    각 당이 송파갑 재선거 후보를 고르는 작업에 들어갔을 때 고씨가 맨처음 찾아 간 곳은 국민회의였다. 지난달 1일 고씨는 ‘고시 3관왕’ 이라는 빛나는 경력을 적은 자신의 이력서를 국민회의에 냈다.

    국민회의는 TV 출연 등으로 대중성까지 갖춘 고씨에 무게를 둔 채 후보 스크린 작업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고씨의 결정적인 약점이 포착됐다. 치열한 선거전에 돌입했을 때 자칫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폭발력을 지닌 것으로 판단됐다. 장인인 자민련 박태준총재와의 관계도 국민회의로서는 부담스런 문제였다.

    4주쯤 뒤인 27일 고씨는 한나라당의 공천장을 받았다. 뒤늦게 드러난 사실이지만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고씨의 상품성을 인정, 후보 물망에 올려 놓고 있었다. 고씨의 대학선배이자 이회창총재의 측근인 황우여의원이 부지런히 움직였다. 고씨는 고향·대학 선후배들과 머리를 맞댄 뒤 여당을 택했지만 국민회의의 분위기가 심상치않게 돌자 전격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공천이 결정된 뒤 고씨는 한나라당 당사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국민회의의 공천을 받으려 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는 “이력서를 냈지만 공천신청용이 아니었다”고 둘러대며 넘어갔다. 다음날인 28일 고씨가 이력서 제출 뿐 아니라 국민회의 지도부를 두루 만났다는 새로운 사실이 터져나왔고 당내에서는 자진사퇴설까지 나돌았다. 그러나 고씨는 28일 저녁 맹형규의원 등 당 소속의원들과 선거대책회의를 했고 홍준표전의원과도 만나 지구당 인수인계절차까지 밟았다.

    한나라당이 공천사실을 발표한지 이틀이 지난 29일 오전 고씨는 자민련 당사에 모습을 나타냈다. 고씨는 박태준총재가 지켜보는 앞에서 기자들에게 “가족, 친척 및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극복할 수 없는 것은 혈연인 것 같다”며 후보사퇴를 발표했다. “경쟁후보측에서 흑색선전을 해 화가 났다. 야당 후보로 나가 근거없는 얘기들은 해명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씨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27일 밤부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밤 박태준총재 집에서는 집안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고씨의 아버지와 박총재내외는 고씨의 출마포기를 설득키로 결정했고 이때부터 온 가족이 매달렸다. 고씨는 자민련 당사를 찾기 직전인 29일 오전 8시30분께 한나라당 황우려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고씨는 “사퇴압박을 받고 있다. 더 이상 버티기가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벼랑끝에 선 정국

    고씨의 후보사퇴는 곧바로 정국을 파행으로 몰고갔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둘러싼 대립, “이회창총재가 총재회담서 내각제를 반대했다”는 청와대 발언(28일) 등으로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던 여야관계의 뇌관을 건드린 셈이 됐다.

    벌집 쑤신 꼴이 된 한나라당은 ‘여권의 협박과 회유에 의한 강압 사퇴’ 라며 여당을 격렬하게 비난했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여당 총재의 사위를 야당이 공천하는 것은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일” 이었다며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반박했다.

    충남 예산 방문길에 이 소식을 전해들은 이회창총재는 긴급 현지대책끝에 일체의 원내활동을 중단한다는 최강수를 꺼내들었다. 6·3 재선거 보이콧이라는 극단적인 처방까지 검토할 예정이라는 방침까지 밝혔다.

    이에 따라 29일 오전 순조롭게 진행되던 국회 환경노동위 전체회의가 삐끗했다. 한나라당은 당초의 반대입장을 접고 노사정위원회법안의 심의에 참여했지만 긴급 전달된 당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회의 도중 집단 퇴장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던 30일의 행정자치위도 마찬가지. 한나라당이 이원범위원장과 자민련측 간사 박신원의원의 회의장 출입을 막는 바람에 의결정족수가 모자라 회의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다.

    27일 회담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에 대해 의견 조율의 모습을 보여줬던 여야총무도 주말과 휴일인 1, 2일 동안 몇차례 접촉을 가졌지만 별 소득을 얻지 못했다. 3일 열린 본회의서는 여야의원들이 앞다투어 5분발언을 신청, 이 문제를 놓고 한치 양보없는 공방전을 이어갔다.

    정국이 고승덕 파동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임을 보여주는 상황들이다.



    최성욱·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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