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내각제 전선, 갈수록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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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19 16:16:00




  • 내각제 전선(戰線)이 복잡다기해지고 있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내각제 전선은 단 하나뿐이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대선 합의문에 명시된 ‘99년말내각제 개헌’ 약속의 실천 문제를 놓고 줄곧 신경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 4월9일 김대중대통령과 김종필총리가 ‘내각제 논의 8월말까지 중지’를 합의한 뒤 내각제 전선은 오히려 더 확대됐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들이 내각제 반대 깃발을 쳐든 것은 권력구조 논쟁의 불씨가 정치권 밖으로 번지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이에앞서 한나라당도 내각제 싸움에 개입해 두 여당간의 틈새 벌리기를 시도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자민련 내각제 세력간의 연대를 의미하는 ‘한자동맹론’도 제기됐다. 국민회의는 대체로 침묵하고는 있으나, 이인제 당무위원이 최근 미국에서 돌아오면서 내각제 반대를 분명히 함으로써 김총리와 긴장관계에 휩싸였다. 자민련에선 선거구제 문제를 둘러싼 내홍으로 내각제 대오가 흐트러지고 있다. 내각제 함구령이 끝난뒤 올 가을쯤에는 권력구조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임을 보여주는 복선들이다.





    시민단체들의 내각제 브레이크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내각제문제에 침묵을 지켜왔다. 하지만 5월14일 ‘시민개혁포럼’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일부 시민단체 대표들이 ‘내각제 반대’와 ‘대대적 정계개편’을 들고나왔다.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서경석 사무총장은 “재벌이 좌우하는 정치와 지역 정치세력간 권력 나눠먹기가 이뤄지는 내각제 반대를 위해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다수 시민단체 대표들은 “밀실에서 DJP간에 이뤄진 내각제 약속은 원인 무효”하고 주장했다. 자민련은 즉각적으로 “일부 시민단체가 본연의 역할을 벗어나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주장을 하고 있다”며 “시민단체라기보다는 정치단체의 주장같다”고 정치적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개헌을 하려면 국회 의결에 이어 국민투표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권력구조 논의가 정치권밖으로 확대될 것임은 분명하다. 만일 정치권에서 내각제 개헌을 본격 추진한다면 대다수 시민단체들은 반기를 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부 재벌들은 물밑에서 은근히 내각제 개헌론을 편들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한나라당의 내각제 애드벌룬

    잠잠하던 한나라당에서도 4월하순부터 내각제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신경식총장은 4월24일 “대통령제로는 도저히 안된다는 상황이 오면 내각제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총재는 이틀후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 애매모호한 언급을 했다. 이총재는 우선 “여권내부의 개헌논의는 김대중대통령의 임기후반에 내각제 개헌을 해서 공동정권이 장기집권하는 터전을 마련하려는 음모”라며 ‘임기말 내각제 개헌 반대’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권력구조 변경은 통치골격을 바꾸는 것이므로 약속 당사자가 약속대로 할 것인지, 파기할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며 연내 내각제 개헌 약속 이행 여부에 대해선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총재는 내각제 검토의 조그만 문틈을 열어놓았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제론자라는 게 측근들의 분석이다.

    비주류에선 내각제 소리가 좀더 크다. 민주계 중진인 서청원의원은 “권력구조 문제를 밀실차원에서만 거론하지 말고 당내에서 공론화해야 한다”며 내각제 검토의사를 밝혔다. 김윤환·이한동전부총재 등도 공개적 언급은 삼가고 있지만 내각제를 선호하는 인사들이다. 또 박관용 김중위 이세기의원 등 3선이상 한나라당 중진 20여명으로 구성된 ‘무명회’도 내각제 공론화를 주장하고 있다. 각종 설문조사 결과 한나라당 전체 의원중 내각제를 선호하는 인사는 40% 전후로 나타났다. 한편 정치재개 움직임을 보여온 김영삼전대통령도 내각제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청와대·국민회의_침묵속 내각제에 부정적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은 ‘4·9 함구령’에 따라 8월말까지 내각제 논의를 삼가자는 입장이다. 때문에 청와대 관계자들과 국민회의 의원들은 공식 석상에서는 내각제 언급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국민회의 대다수 의원들의 속내는 내각제 개헌을 유보하든지 개헌 시기를 김대통령 임기말로 연기하자는 입장이다. 설훈의원등 DJ 핵심측근들은 ‘내각제 함구령’이전에 내각제 연기론을 펴서 파문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조기에 내각제 개헌을 추진하자는 의원은 10% 를 넘지 못한다.

    이런 가운데 차기 대권도전을 노리는 이인제당무위원등은 공개적으로 ‘내각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위원은 6개월간의 미국방문을 마치고 4월 26일 귀국하면서 “내각제 문제가 두 지도자간의 약속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느냐”며 “하루속히 불필요한 논쟁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정길정무수석등 청와대 일부관계자들은 틈틈이 정계개편을 주장하면서 ‘연내 내각제 개헌’이 물건너갔음을 기정사실화하려는 분위기이다.





    자민련의 내각제 강·온파와 한자동맹론

    ‘4·9 함구령’이전에는 자민련 의원 가운데 70% 이상이 연내 내각제 약속이행을 주장해왔다. 그전에는 김용환수석부총재를 비롯한 대전·충남권의 JP직계 의원들이 내각제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대다수 의원들이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요즘엔 내각제 온건파들의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내각제에 소극적이었던 박태준총재가 당직개편을 단행한 뒤 당무를 적극적으로 챙기면서 김용환부총재가 한발 뒤로 물러나있다. 게다가 최근 두 여당간의 정치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소선거구제와 중선거구제를 각각 지지하는 의원들로 양분되는 형국이다. 대다수 충청권의원들은 소선거구제를 지지하고 있으나 박총재를 비롯한 영남권 의원들은 중선거구제를 선호하고있다. 이 틈새에 한영수 ·박철언부총재 등 비주류 중진들은 물밑에서 정계개편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이처럼 내각제 대열에 틈새가 생기고 있지만 자민련과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양당이 연대해 내각제를 추진하자는 ‘한자동맹론’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내각제 전도사로 알려진 김용환수석부총재는 이회창총재를 비롯 한나라당 의원 수십명과 직·간접적 접촉을 가진 것으로 밝혀져 주목된다. 마침 김종필총리는 4월하순 국회 답변을 통해 “때가 되면 야당지도부와도 내각제문제를 협의하겠다”고 말해 정가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와 자민련 김용환수석부총재는 3월 초순 비공개 회동을 갖고 내각제에 대해 의중을 타진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회동에서 김부총재가 이총재에게 내각제 추진에 힘을 보태줄 것을 당부하자, 이총재는 김총리가 내각제에 대해 보다 분명한 입장을 밝히라고 주문했다는 게 양당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부총재는 일부 자민련 의원들에게 이총재와의 접촉 사실을 소개하며 “내년에 전면승부를 걸 수 있는 한나라당이 3년 더 기다릴 이유가 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자민련의 내각제 강경파들은 내각제 논의 유보 기간인 8월말까지 야당 의원들과의 물밑 접촉을 지속하겠다는 전략이다.

    내각제 복합전선의 형성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총체적 힘겨루기가 어떻게 귀결되느냐에 따라 내각제 운명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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