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편집실에서] 진흙속의 전직 대통령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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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5 19:13:00




  • 전직 대한민국 대통령들이 지금 있는 곳은 진흙탕 속입니다.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뒤엉켜 싸우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점입가경, 목불인견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합니다. 그 누구도 자신의 과오에 대한 반성은 없이 서로를 물어 뜯는데 정신이 팔려있습니다.

    이미 김영삼 전대통령과 전두환 전대통령은 ‘강아지 싸움’으로 한바탕 국민들을 실소케 한데 이어 양측은 지금도 어르렁거리고 있습니다. 김씨는 “김대중대통령은 독재자”라며 ‘4·19묘소에서 민주투사’로 다시 나섰습니다. 전씨는 최근 자신의 ‘행보’를 취재했던 기자들을 집으로 불러 재임시 치적을 자랑하면서 그런 자신을 백담사로 유배시킨 노태우 전대통령과 서울구치소로 잡아넣은 김영삼씨를 싸잡아 비난했습니다.

    ‘나라고 가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듯이 노씨도 나섰습니다. 노씨는 “김영삼씨는 전혀 민주적이 아닌 사람”이라고 공격했습니다. 노씨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민자당 대표는 권력투사처럼 행동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관계없는 사람이었다”고 직격탄도 날렸습니다.‘대안이 없어’ 김씨를 후계자로 만들었다는 노씨는 “그런 나는 색맹환자였던 셈이다. 역사와 국민앞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김대중 총재에게 20억원을 준 것은 야당이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국정의 동반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으로 정치적 거래는 없었다”고 주장한 그는 비자금에 대해 “김영삼 대통령당선자와의 관계가 순조롭지 못해 통치자금을 정리할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라고 변명했습니다.

    ‘오늘의 독재자 김대중대통령이 5·16 군사쿠데타를 일으켜서 국민이 선출한 민주정부를 전복시키고 민주헌정을 중단시킨 독재의 상징인물인 박정희씨를 찬양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김영삼씨가 지난 17일 발표한 성명서의 첫 부분입니다. 노씨 처럼 국민과 역사를 들먹인 그는 성명서에서 ‘부익부 빈익빈, 정경유착의 왜곡된 경제구조와 오늘의 경제위기도 박정권의 잘못된 경제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고 말해 스스로는 물론 전직 대통령들이 잘못된 것을 바로잡지 못한 무능한 대통령들이었음을 ‘시인’했습니다. 그러나 자기반성은 성명서의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습니다.

    전씨도 기자들에게 전직 대통령들을 평가하면서 김영삼 노태우 두사람을 무능한 대통령으로 몰아부쳤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한 반성없이 자랑을 늘어으면서 재임하는 동안에는 부패가 없었다고 주장한 그는 “YS때는 매일 사정만 하고 전직대통령을 잡아넣다가 나라꼴이 이 지경이 됐다”고 공격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백담사로 자신을 ‘유배’시킨 것은 노씨의 잘못이라는 비난과 함께 청남대 욕실의 200만원짜리 비누 이야기를 꺼내며 노씨측이 흘린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청와대를 나오며 매맞을 각오를 했다”고 말해 일말의 ‘반성’은 있는 듯 하면서도 재임시 챙긴 비자금으로 추종자들을 대거 대동하는 ‘패거리 정치행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자숙과는 거리가 먼 우리의 ‘한때 지도자들’의 현재 모습입니다. 그들은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될 말을 구분하지 못하는듯 합니다. 그들의 말에 대해 상대방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잘라버리는데서도 증명됩니다. 그들이 서로를 평가한 결론은 독재자이거나 무능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그들의 현재 행보로 국민들은 다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우리는 자중자애할 줄 모른다.’ 뜻은 대담하게 행동은 신중하게 마음은 선한 곳에 두어야 한다는 말을 그들은 ‘정반대의 언행’으로 국민들을 일깨우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리 강한 의지도 무모하거나 경솔하다면 도리어 자멸을 재촉할 뿐입니다. 독선은 더욱 나쁩니다. 최악의 독선은 고집과 교만입니다. 지도자가 그러면 국민들에게 해독일 뿐이지요. 국민들은 인격자의 지도를 따릅니다. 인격을 만드는 기본은 언행일치입니다. 그들은 ‘대통령’이라는 미몽에서 깨어나 자연인으로 돌아가 자중자애해야 합니다. 전직 대통령들의 재활용은 필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지친 국민들은 이제 그 이상을 바라지 않습니다.



    정재룡 주간한국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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