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DJ 친정체제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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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6 16:44:00




  • 대통령은 붓을 들었다. 오랜 고심끝에 희뿌옇게 바탕색만 칠해져 있던 2기 정국구상을 마치고 스케치를 시작했다. 일부는 이미 대통령의 마음에 드는 색깔로 칠해졌다.

    5·24개각은 김대통령의 정치권에 전하는 상징적인 메시지로 채워져 있다. 그것이 뭐라고 굳이 말을 안해도 웬만한 정치적 식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금방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수읽기가 가능하다.

    5·24개각의 외형정 특징은 행정관료와 전문가집단의 내각진출이다. 김중권 청와대비서실장은 2기개각에 대해 “21세기에 대비하고 국정개혁의 내실을 다지는 행정개각”이라고 평가했다. 아마도 조성태국방부장관(전육군2군사령관) 김덕중교육부장관(전 아주대총장) 정덕구산업자원부장관(전 재경부차관) 이건춘건설교통부장관(전 국세청장) 차흥봉보건복지부장관(국민연금관리공단이사장) 손숙환경부장관(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연극인) 등등이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들은 각부처나 전문가 집단의 발탁인사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정국구상과 관련된 개각의 감상 포인트는 다른데 있다.





    청와대 수석 3명 핵심요직에 전진배치

    정가에선 이번 개각의 숨은 뜻을 ‘DJ친정체제 강화’로 해석한다. 특히 자신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청와대 수석비서관 3명을 재정경제, 통일, 문화관광 등 핵심요직에 전진배치한 것에 주목한다. 박지원문화관광부장관(전공보수석) 강봉균재경부장관(전경제수석) 임동원통일부장관(전외교안보수석) 등 ‘입각 3인’은 그간 청와대에서 햇볕정책 재벌개혁 대언론관계 및 언론개혁 등 현정부 핵심 개혁정책의 설계자이자 실행자이다. 결국 대통령은 이들을 품안에서 떠나보낸 것이 아니라 현장에 보내 개혁의 미션을 총괄시키겠다는 뜻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와관련 여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시”라며 “개혁의 추진체였던 국민회의 출신 장관들이 퇴진하는 대신 이들이 내각에서 새로운 개혁의 3두마차가 될 것”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반면 청와대는 힘의 한축이었던 박지원 공보수석이 빠지면서 김중권 실장의 독주가 이뤄질 것이라는 평. 김실장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임은 여전히 두텁고 박수석의 공백을 차고 들어올 만한 인사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개각은 여권의 권력지도에도 도미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시선을 끄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당겨진 이종찬 국정원장의 당 복귀이다. 여권내부에선 정치개혁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8월 전당대회의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등 의미가 크게 퇴색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종찬변수’는 8월 전대의 의미를 새롭게 부각시키는 효과가 나고 있다. 그간 여권에서는 정국의 흐름을 좌우할 힘의 이동시기를 8월전대후_12월~1월경 16대 총선 선거대책위원회 구성_총선이후 등 3단계로 구분했다. 이수성민주평통상임부의장, 이인제 국민회의 당무위원 등 외부 차세대주자군과 김영배총재권한대행, 한광옥부총재 등 내부후보군, 한화갑 총재특보단장 등 동교동그룹 등도 팽팽한 긴장감 속에 레이스에 뛰어들 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었다.





    ‘이종찬 조기복귀’로 여권내 힘겨루기 가시화

    그러나 신주류의 한축인 이원장의 복귀는 당에 큰 파장을 일으키며 여권 역학구도 재편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이원장측은 “당에 복귀하겠다”는 뜻을 여러차례 밝혀왔다며 ‘자원’을 강조한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집권초기 최악의 취약지대였던 국정원을 틀어쥐고 개혁한 이원장을 놓아주기로 결심한 배경엔 몇수를 앞에 본 정국구상이 담겨있으리라는 분석. 이유야 어떻든 이원장의 조기복귀는 이수성_이인제 등 외곽부대의 8월 전대에 맞춰 조기 당핵심 진입할 것이 예상되고 수면아래 잠복됐던 여권 구주류와 신주류와의 힘겨루기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해 국민회의의 김영배 대행체제도 새로운 변화가 예상된다. 취임이후 당개혁 드라이브를 걸며 소신발언을 해 온 김대행에 대한 여권의 평가는 상반된다. 긍정론자들은 “집권여당의 면모를 갖추기위한 불가피한 수술”이라며 “이제는 당도 청와대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독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한다. 비판론자들은 “8월전대를 준비하는 과도체제임을 잊고 2인자 자리를 굳히기 위해 무리수를 둔다”고 폄하한다. 서상목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파동이후 우여곡절을 겪은 김대행체제는 최근 들어와서 미묘한 기류가 돌고 있다. 우선 김대행에 대한 김대통령의 신뢰가 다소 흔들리는 양상을 보인다. 한화갑총재특보단장이 김대통령의 지시로 당8역회의와 청와대 주례보고에 참석하게 됐고 동교동의 좌장인 권노갑 고문도 최근 청와대 독대이후 모종의 역할을 부여받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동교동 사람들이 이제는 김대행체제를 견제하며 점차 당의 전면에 나서려는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 여기에 이종찬 원장과 내각에 포진했던 당중진들이 가세하는 양상이다.





    안개속 JP의중, 당 밑그림에도 관심

    한편 이번 개각과 관련 김종필총리의 의중은 아직은 안개속이다. 16대 총선을 앞두고 자민련 출신 장관들의 당복귀는 예상됐던 일이지만 내각제 정국을 앞두고 ‘공동정부 지분’의 흔적을 개각에서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가에선 “어차피 총선관리 내각이므로 총선후의 ‘파이’를 위해 양보를 했다”는 관측도 나돈다.

    김대통령은 내각의 채색을 친정체제로 마무리했다. 이젠 당의 밑그림과 색칠을 어떻게 하느냐만 남았다. 김대통령은 여권 역학구도 재편의 상징적 카드들도 이미 상당부분 제시했다. 이제 남은 것은 차세대 주자군들의 각개전투 뿐. 김대통령이 정국구상의 스케치에 자신들을 택해 색칠해 주도록 하는 일이다. 힘의 논리만이 대통령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각 진영 모두 잘 알고 있다. 정가에선 각세력간 ‘일합쟁패’가 이뤄지는 시기를 8월 전대로 본다. 여권내의 어떤 용트림이 일어날 지 향후 각 주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주목거리이다.

    이태희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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