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미 금리인상 '복병' 곳곳에...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6 17:59:00




  • 지난 5월18일 오후2시(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통화·금리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었지만 금리를 조정하지는 않았다.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미국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주식시장의 주가가 급락세로 돌아선 터여서 투자자들은 막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했다.

    하지만 FRB는 이어 발표한 성명에서 “금리를 변경하지 않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불균형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수정했다”고 밝혀 다우존스 주가지수를 한때 100포인트 이상 떨어뜨렸다.

    이에 따라 연방기금 금리는 4.75%, 재할인율은 4.5%로 각각 현행대로 유지됐다. 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방향이 지난해 11월 ‘중립적’위치에서 6개월만에 ‘긴축 편향’(Tightening Bias)으로 바뀌었다.

    ‘긴축 편향’은 앞으로 반드시 금리를 올리겠다는 뜻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이 확대되고, 미국 경기가 과열될 증거가 나타나면 금리를 올리는 쪽으로 생각하겠다는 의미이다. 96년 7월 이래 FOMC 회의에서 15차례나 긴축 편향의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로 금리를 올린 것은 단 한번뿐이었다.

    그렇지만 이날 결정된 긴축편향 방침은 FOMC 회의가 끝난 직후 동시에 발표됐다는 점에서 예전에 비해 강도가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년만에 가장 높은 0.7%를 기록함으로써 인플레이션에 대한 분명한 증거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오는 6월 30일 열리는 차기 FOMC 모임을 시작으로 세계 증시는 매번 금리 인상의 악령과 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앙은행은 한달 보름만에 한번씩, 1년에 모두 8번 FOMC를 열어 금리를 조정한다.





    미국 금리인상 여부의 열쇠는 역시 앨런 그린스펀 FRB의장이 쥐고 있다. 그린스펀은 연초에 “하이테크 산업의 발달로 미국 경제가 활력을 얻고 있다”며 “미국은 새로운 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그는 최근 경제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노동력의 부족이 임금 상승을 초래하고,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걱정했다. 점차 인상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그린스펀이 지난해 10월 3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것은 세계적인 디플레이션을 막기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6개월만에 디플레이션의 우려는 사라지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해야할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내에서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19일 상원 세출위 소위에 참석한 자리에서 인플레이션 위협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원칙론에는 동감을 표시하면서도 FRB의 18일 발표와는 달리 “저인플레와 고성장이 예상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MIT대 폴 크루그만 교수는 미 FRB의 긴축기조 방침에 대해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비판했다.

    크루그만은 “FRB가 향후 경제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좀더 지켜봤어야했다”며 “이번 결정이 시기적으로 너무 성급한 판단이었다”고 비판했다.

    어쨋든 금리인상의 관건은 앞으로 발표되는 각종 통계에서 인플레이션 증거가 얼마나 나타나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노동생산성,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지수, 실업율 등이 인플레이션을 재는 척도가 된다.





    미국 금융정책의 변화는 우리나라에도 즉각적인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FRB가 긴축정책가능성을 시사한 지난 18일 이후 일본 엔화가치가 1달러당 124엔대로 떨어졌다. 엔화가치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1달러당 120엔선을 오르내렸는데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서둘러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강한 달러정책을 포기하지 않을 태세인데다 일본경제회복의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엔화약세를 부추겼다.

    이처럼 엔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 비해 원화는 국내기업의 잇단 외자유치 등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어 지난 21일 원·엔 환율이 100원당 961원까지 떨어졌으며 달러에 대한 환율도 1달러당 1,200원이하로 내려갔다.

    원화가 엔화에 대해 강세를 보일 경우 이는 일본업체와 경쟁관계에 있는 자동차, 선박, 반도체 등 국내 수출업체들이 커다란 타격을 받게된다.

    당분간은 정부가 IMF대출금을 조기상환하거나 해외채권발행 제한 및 기업들의 외채상환독려 등을 통해 원화강세를 저지할 수 있겠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이뤄져 엔화약세가 가속될 경우 원화강세를 피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계는 한국 등 아시아에 대한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국내 경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지, 국제 유동성의 흐름을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전문가들은 FRB가 연내에 한번은 0.25% 포인트 정도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미국의 경제가 과열 조짐을 보이기 때문에 경기를 식혀가며 성장을 하기 위해서 한번쯤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의 기준 금리가 4.75%에서 5.0%로 올라가도 이는 여전히 저금리에 해당한다.

    FRB의 금리인상 가능성으로 뉴욕 증시와 채권시장이 조정을 거치면 성장세가 빠른 이머징 마켓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템플턴 매니지먼트의 마크 모비어스씨는 “한국과 태국·브라질·터키 등의 주식시장이 올해 강세를 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통화가 저평가돼 있고, 주가 지수가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며 올해 1,200억 달러의 자본이 선진국에서 이머징 마켓으로 흘러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19일자 뉴욕 타임스도 미국의 금리인상은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신흥시장에 타격을 줄 수도 있지만 장기적 측면에서는 득이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은 신흥시장의 대미 수출을 감소시키고 차입 비용을 높임으로써 타격을 줄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94년의 경우처럼 1년 사이에 금리를 3% 포인트나 올리는 등의 급격한 조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이 완만하게 이뤄질 경우 신흥시장에 대한 신규 투자자금의 유입이 지속될 것이며 또 올들어 급등세를 보인 아시아 주식시장이 숨돌릴 틈을 제공,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호재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장인영·서울경제신문 국제부차장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