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끝나지 않는 '별들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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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13 15:39:00




  • ‘별들의 전쟁 30년, 이번엔 LG의 판정승’

    금성사(현 LG전자)가 독점하고 있던 전자업계에 삼성전자가 뛰어든 것이 69년. 이때부터 사사건건 맞부딪쳐온 양대 재벌, 삼성과 LG(당시 럭키금성)가 이번에는 데이콤을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였다.

    LG가 반도체사업 포기의 대가로 점찍어 놓은 데이콤에 삼성이 군침을 흘리다 ‘침을 바르면서’삼성과 LG의 투쟁이 다시한번 점화된 것이다. 삼성은 LG그룹의 구본무회장이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에서 데이콤 인수의사를 공식으로 밝힌 직후인 4월28일 대우중공업의 데이콤 지분 51만8,833주(2.75%)를 인수, LG그룹과의 맞대결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1주일여만인 6일 정보통신부가 96년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자 선정시 LG그룹의 데이콤 지분을 5% 미만으로 제한한 허가조건을 공식 해제하면서 LG의 손을 들어주었다. 정통부가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PCS사업 허가당시 약속한 사항을 불과 3년만에 전격 변경한 것은 LG에 반도체 빅딜에 대한 보상을 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도 이같은 기류를 미리 감지한듯 이틀앞선 4일 주요계열사 사장단회의를 열고 “데이콤 경영권에 대한 집착을 포기하고 2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데 주력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하나로통신 인수 등을 통해 다른 방식으로 정보통신사업에 주력키로 방침을 정했다.

    결국 우호세력을 포함한 LG의 데이콤 실제지분은 32~33%로, 반도체 빅딜의 대가로 넘겨받기로 한 현대그룹 지분(5.23%)과 동양그룹 지분을 합하면 LG지분은 50%를 넘어 경영권장악이 가능해지게 됐다.

    그러나 삼성이 이번 싸움에서 패배한 것은 아니다. 삼성은 데이콤 인수가 어려워지자 재빨리 하나로통신 인수쪽으로 태도를 바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또 데이콤의 2대주주로서 데이콤에 대한 통신장비 납품을 계속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통신서비스사업 진출의 당위성을 홍보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하나로통신이 지난달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시내전화사업은 시장규모만도 연간 6조원에 이른다. 특히 하나로통신은 화상전화, 초고속인터넷 등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전국적으로 제공할 계획이어서 발전성이 데이콤을 능가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삼성의 통신장비와 단말기 제조기술 등을 결합하면 엄청난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재계에서는 삼성의 궁극적 목표는 데이콤이 아니라 하나로통신이었다고 보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데이콤 경영권 다툼은 LG의 판정승으로 끝났지만 하나로통신이 삼성으로 넘어갈 경우 양 그룹의 정보통신대전은 다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영원한 라이벌 삼성과 LG. 이들의 싸움은 이렇듯 30년째 계속되고 있다. 5대재벌중 유독 삼성과 LG가 자주 맞부딪치는 것은 이들 그룹이 주력으로 내세우는 업종이 전자산업으로 서로 일치하기 때문이다.

    LG는 우리 전자산업 41년의 산증인이고 후발업체인 삼성은 특유의 제일주의로 11년의 나이차를 뛰어넘어 정상에 오른 업체다. 흑백TV 개발 1호는 금성이었지만 컬러TV 1호는 삼성이었을만큼 두 업체의 명예전쟁은 우리나라 전자업계의 역사를 기록해왔다.

    양그룹은 경쟁의 이면에 사돈기업이라는 각별한 인연도 갖고 있다. 경남 진양의 10리 남짓 떨어진 이웃마을에서 태어난 럭키금성 창업자 구인회씨와 삼성 창업자 이병철씨는 3남 구자학씨와 2녀 이숙희씨를 혼인시켰다.

    두 가문 사이가 벌어진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삼성그룹의 전자사업 진출이었다. 양그룹은 69년 삼성전자 설립을 둘러싸고 ‘민족기업 말살론’과 ‘전자공업 발전론’을 내세우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계열사인 국제신보와 중앙일보를 통해 공개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삼성은 생산물량 전체를 수출한다는 조건으로 회사를 세울 수 있었지만 이때 생긴 앙금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삼성은 이후 내수시장에도 진출, LG와 국내시장에서 끝없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그룹은 반도체, PCS사업 등에서도 일대 접전을 벌였다. 80년대 후반 삼성이 독주하던 반도체 분야에 LG가 진출하면서 지금까지 정면대결을 해왔다. “자원이 없는 나라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첨단 하이테크 사업만이 살길이고 그중에서도 부가가치가 뛰어난 반도체가 최선”이라는 83년 삼성 이병철회장의 혜안이 적중, 지금까지 삼성은 세계 D램시장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에는 LG가 반도체 사업을 현대에 넘기기로 결정함에 따라 반도체를 둘러싼 삼성과 LG의 대결은 종지부를 찍게 됐다.

    96년 3월 신규통신사업자 선정 당시에는 PCS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삼성이 현대와 손잡고 독자노선을 표명한 LG와 전면전을 벌였다. 삼성과 LG는 PCS의 기본인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기술분야에서 서로 앞서 있다고 주장하며 팽팽한 자존심 대결을 벌였다. 삼성측은 당시 “LG가 장기신용은행의 데이콤 지분을 매입, 18%이상 지분을 확보한 만큼 이는 기간 통신사업자에 10%이상 지분을 투자한 업체의 신규통신사업 참여를 금지한 정통부 규정에 어긋난다”며 공청회를 제의하기도 했다. 양그룹의 ‘흙탕물 튀기기’식 PCS대전은 결국 LG의 승리로 끝났다.

    우리나라 재벌의 대표 주자답게 이들이 벌이는 경주는 어떤 스포츠의 명승부보다도 흥미롭다. 최근 삼성은 자동차사업 포기로, LG는 반도체 사업 포기로 각각 아픔을 겪었다. 이제 양그룹이 전력을 집중할 사업은 멀티미디어와 정보통신. 이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삼성과 LG의 팽팽한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남대희·주간한국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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