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케도이야기8] 점심값 아끼려면 모여서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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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04 16:38:00




  • 지금은 EU가 케도에 가입하여 사정이 다소 달라지기는 했지만, 케도 사무국은 당초 ‘시어머니 미국과, 며느리 한국 그리고 시누이 일본’ 이라는 세 가족으로 구성, 출발했다. 우리와 일본인 직원들의 경우 정부 관리 파견이 주를 이루었지만 미국인 직원의 경우 대부분이 민간 계약직이다. 사무국의 업무는 미국인 사무총장이 대외적 대표 기능을 가지는 반면 한국인 사무차장은 북한과의 교섭 업무와 건설 프로젝트 운영 감독 기능을, 그리고 일본인 사무차장은 재정과 행정을 담당하는 것으로 크게 나눠져 있다.

    세 국가간의 이질적 특성, 일체감 조성에 노력

    사무국 개설 초기 보스워스 사무총장은 한·미·일 직원들간의 문화차이가 업무 수행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판단, 사무국 직원들간 일체감을 고양시키기 위해 사무국 직원들에 대해 문화 교양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사무국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경영평가 자문기관인 The Solutions Network에 용역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경영 평가팀은 사무국을 구성하는 세 가족간의 이질적 특성을 지적했다. 경수로 사업에 대한 한국과 미국, 그리고 일본정부의 기본정책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에 업무수행에 있어 사무국 직원들간의 완벽한 협조와 협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인 직원들이 계약직 민간인 신분인 반면 한국이나 일본인 직원들의 경우 정부 파견 공무원들이어서 국제기구 직원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경영 평가팀은 또한 사무국 직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과 미국, 일본인 직원들이 상대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가를 조사하였는데 세 나라 사람들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사 보고서의 내용이 흥미롭다.

    우선 부정적인 면을 보면, 미국인과 일본인 직원들은 한국인 직원들이 ‘고집스럽고 국수주의적 성격이 강한’(stubborn and chauvinistic)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미국인과 한국인 직원들은 일본인 직원들이 ‘융통성이 없고 계통을 중요시하며 고립적으로 활동하는’ (rigid, hierarchical and detached) 것으로 인식하고있다. 한편, 한국인과 일본인 직원들은 미국인 직원들이 ‘자기 선전적이며 너무 성급히 행동하고 때때로 거만한’(self_promoting, too quick to act, and sometimes exhibiting arrogant behavior)’ 태도를 보인다고 평하고 있다.

    한편 긍정적인 부분으로 한국인 직원들은 ‘행동의 동기 부여’(motivation), 일본인 직원은‘업무에 대한 헌신’(devotion), 그리고 미국인 직원은 ‘개인의 창의력’(individual initiative)이 각기 평가됐다. 경영 평가팀은 어학력 부족에 따른 원만한 의사소통이 결여가 서로 다른 국적 직원들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도 지적했다.





    ‘한국인과 조선인’ 벽 허무는 심정으로…

    오랜 세월에 물들여진 사회문화 관습이 하루아침에 고쳐진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예를 들어 점심 문화가 그렇다. 미국인 직원들은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햄버거와 같은 간단한 점심을 사무실에서 먹으면서 일을 하고 대신 퇴근 시간은 엄격히 지킨다. 반면 한국인이나 일본인 직원들의 경우 혼자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는 경우는 드물고 동료들과 어울려 같이 먹는 것이 상례다.

    보스워스 사무총장은 이러한 국적별 문화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이른바 다국적 점심제도를 도입하였다. 한·미·일 사무국 직원이 함께 모여서 점심을 하는 경우 일정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이다. 점심 값을 아끼려면 세 가족이 모여서 식사를 하라는 무언의 권유였다. 또한 경영 평가팀의 권고에 따라 영어나 한국어, 또는 일본어를 공부하는 직원에 대해서는 일정액을 보조해 주는 제도도 도입됐다.

    이러한 보스워스 사무총장의 배려와 한·미·일 직원들의 열성으로 설립 4년이 지난 케도는 북한 경수로건설사업을 무리없이 진행시켜오고 있다.

    이제 케도와 북한에서 겪었던 나의 경험이야기를 끝마칠 때가 됐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북한은 경수로 사업이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트로이 목마’가 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해 경수로 사업이 남북한간 협력사업으로 포장되는 것을 극력 반대해왔다. 이러한 북한의 태도가 우리 정부의 대북한 화해협력정책 추진으로 앞으로 변화를 보일지는 좀더 두고 보아야 할 것 같다.

    경수로사업이 원만히 진행되어 정점 단계에 이르면 약 5,000명의 남한기술인력이 1만여명의 북한인력과 함께 어울려 벌이는 대역사가 될 것이므로 경수로사업이 궁극적으로 남북한간의 화해와 협력에 기여하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폭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경수로사업을 통해 ‘한국인과 조선인’ 사이의 상호 불신과 편견이 없어지고 남북한이 각기 ‘경제력에서의 자만’과 ‘군사력에서의 오만’ 에서 벗어나 민족 공동번영을 위한 진정한 화해와 협력의 장이 금수강산 전역에 펼쳐지기를 고대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맺는다.<끝>





    97년 8월 경수로 기공식에서 케도 사업국 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가운데 보스워스 총장을 중심으로 오른쪽이 최영진차장, 왼쪽이 우메즈차장.

    미국무부 경수로담당 부과장과 김은수과장이 마전해변을 배경으로 포즈를 잡았다.

    북한 양화항에 정박중인 한나라호. 북한에 입항한 최초의 한국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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