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나는 빼고"에 김빠진 정부조직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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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19 16:13:00




  • 제2차 정부조직개편이 난산 끝에 마무리되었다. 정부는 당초 지난 13일 직제 개편안을 발표키로 했으나 마지막까지 저항하는 각 부처의 로비와 반발, 압력을 무마하느라 17일로 연기했다. 정부는 법제처 심의를 거쳐 20일 국무회의를 열고 관계법령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이른바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들의 자기 보존능력은 개편작업을 맡았던 공무원들 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끈질기고 완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정부 출범 때의 공직사회 구조조정 의지와는 거리가 있는 개편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 중평이다.

    민간부분에 가혹하게 구조조정을 요구해온 정부로서는 자기 살을 도려내는 데는 인색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45개 중앙행정기관의 130여개 조직을 줄이고 개별 부, 처, 청의 통·폐합 및 축소 부서를 명시한 부처별 직제안을 지난 7일 각 부처에 통보, 11일까지 해당 부처로부터 자체 의견을 제출받았다. 그러나 워낙 의견차가 커 최종안을 확정짓지 못하는 바람에 발표를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5개실, 32개국, 83개과 등 모두 120개 조직을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난 것을 감안하면 겨우 10일 사이에 10여개의 기구가 회생한 것이다. 각 부처의 로비가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죽느냐 사느냐” 절박한 힘겨루기

    이번 조직개편은 정치권에서 격렬한 찬반 논쟁이 벌어졌기 때문에 정부 각 부처들은 혹시나 개편 계획 자체가 유야무야되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이미 1차 개편이 이뤄졌으므로 야권의 반대를 물리치면서 무리하게 추진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아전인수식 기대였다.

    그러나 국회 변칙처리에 이어 개편안이 공식 통보되자 해당 부처들은 ‘살아 남느냐, 사라지느냐’의 절박함 속에 힘겨루기와 로비를 병행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개편과 별 관련 없는 부처들도 탐색전을 벌이면서 엉뚱한 불똥이 튈까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행자부는 그동안 정부조직개편의 주무였던 기획예산위가 이번 개편의 대상이 됨에 따라 개편의 근본이 흔들리지 않을까 큰 우려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기획예산위의 개편이 흐지부지 될 경우 공직사회의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내 공감대는 물론 국민의 호응을 얻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행자부는 “로비할 시간이 있는 부처라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는 부서로 규정, 오히려 조직을 더 줄일 수도 있다”며 세종로청사를 찾는 부처 관계자들에게 엄포를 놓기도 했다.

    김기재 행자부장관은 개편을 앞두고 직접 나서 “과거 개발시대 때 확대되기만 했던 직제를 가지고는 국가경쟁력을 강화할 수 없는 만큼 필요없는 부분은 반드시 정리를 해야 한다”며 “아픔이 있더라도 원칙에 충실한 직제개편을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행자부의 시안에 끝까지 반발하는 각 부처를 무마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행자부 관계자는 “해당 부처를 상대로 설득및 조정작업을 벌였으나 쉽지는 않았다”며 “인원이 줄어드는 부처의 필사적 방어 노력에 대해 심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모든 조직이 나름대로의 존재 이유는 다 가지고 있다”며 “축소 폐지되는 부서의 관련 공무원들이 논리적으로 유지되어야할 이유를 설명하겠다고 찾아오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각 부처의 로비등이 상당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부처이기주의 앞세운 로비 치열

    특히 일부 부처는 정부 및 정치권의 인맥을 총동원해 극심한 생존경쟁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적 국가이익 보다는 부처 이기주의를 앞세운 밀어 부치기에 행자부도 곤욕을 치뤘다는 것이다.

    개편대상 부처중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통일부 해양수산부 경찰청 등은 대체로 직제개편안에 행정자치부와 의견접근을 이룬 반면 외교통상부 국방부 재정경제부 등은 행자부 통보안에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통상부는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의 재외공관 9개를 줄이도록 행자부로부터 통보받았지만 외교력 약화를 이유로 3∼4곳의 총영사관 정도만 감축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막바지 까지 진통을 겪었다. 외교통상부는 또 본부의 1국5심의관을 줄이고 80명의 인원을 감축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도 행자부안의 절반 가량인 심의관 3자리, 인원 40명정도만 줄일 수 있다고 버텼다. 결론은 공관 5개소 폐지와 50명 감축으로 결정돼 외교부의 고집이 큰 효과를 본 것이다.

    국방부도 3국을 축소하라는 방침에 이견을 보였으며 재정경제부 건설교통부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등 경제부처들도 행자부안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기도 했다.

    정부는 이번 직제조정을 통해 앞으로 3년간 국가공무원 총정원 14만2,000명의 11.9%에 이르는 1만6,871명을 줄이기로 했다. 필사적이다시피 한 부처의 생존 경쟁에 밀려 당초 목표에는 못 미치는 숫자가 되고 말았다.

    2차 정부조직 개편 이후 공무원 사회가 흔들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앙부처 전체 공무원의 12% 가량이 자리가 없어진데다 개방형 공무원제도 도입까지 겹쳐 3급이상은 자리가 그대로 유지돼도 불안한 처지이다. 후유증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조직개편 과정에서 보인 각 부처의 부처 이기주의 행태는 조직개편 자체의 가치와 의미를 크게 퇴색시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과연 국가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한 효율적인 행정조직이 완비되었느냐에 대한 의문이 여전한 것이다.

    한편 정부는 중앙정부 조직개편에 이어 이달말부터 지방정부조직개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지방공무원 정원 29만1,000명 가운데 12%인 3만5,070명을 감축한데 이어 올해부터 2002년까지 18%인 5만2,000명을 추가로 줄일 계획이지만 읍·면·동 기능전환방안이 사실상 백지화돼 정원감축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와함께 현재 2년으로 돼있는 지방공무원의 퇴직유예기간도 중앙공무원 수준인1년으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손태규·주간한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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