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목판 팔만대장경, 16만도판대장경으로 다시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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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19 16:44:00




  • 새 천년을 맞이하는 내년, 우리 불교문화사에 기념비적 기록 하나가 아로세겨진다.

    호국불교의 정수 해인사 목판 팔만대장경을 16만여장의 도자기판에 재현하는 ‘16만도판대장경(十六萬陶版大藏經)’ 제작사업이 2000년 완공을 목표로 경남 양산 통도사 서운암(瑞雲庵) 주지 성파(性坡)스님에 의해 9년째 진행중이다.

    통도사 주지를 지낸 성파스님이 민족염원인 통일을 기원하는 뜻에서 91년 6월부터 작업에 들어간 이 사업은 현재 대장경 인쇄에 필요한 도판 16만3,056장중 90%가량인 14만여장을 제작한 성과를 거뒀다.





    목판을 도자기판에 원형 그대로 복사

    경남도와 양산시 및 불자들의 지원 등 총사업비 57억원에다 제작기간도 10년이 걸리는 이 사업은 합천 해인사에 보관중인 국보 제32호 목판 팔만대장경을 도자기판에 원형 그대로 복사하는 작업으로 도판(陶版)의 특성상 양면 복사가 되지 않아 목판의 분량보다 배가 되는 대역사다.

    이 대장경은 현존 목판대장경과 거의 비슷한 가로 54㎝, 세로 33㎝, 두께 1.3㎝의 도자기판을 만들고 여기에 해인사에서 인쇄한 대장경을 스크린 인쇄한 뒤 이를 다시 가마에 넣어 구워내는 작업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진행중이다.

    도판대장경의 도판은 산청지방에서 나오는 점토와 하동지방의 고령토를 원료로 제작된다. 이 지방의 흙을 잘 배합해야 깨지거나 틀어지는 것을 최소한으로 할 수 있고 구워낸 뒤에도 원형도판과 거의 비슷하게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성파스님은 암자옆에 만들어진 300여평의 작업장에서 자원봉사에 나선 불자들과 함께 9년째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91년 6월 불사에 착수, 4년만에 서운암 현지에서 초벌구이 점화식을 가진 이 대장경은 내년 가을께 석존(釋尊)의 설법을 담은 경전 644자가 각각 한면에 수록된 16만3,056장의 백색 도판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낼 예정이다.

    그동안 초벌구이 열 조절과정에서 실패와 작업장내 이동과정에서 파손이 잦아 실제 이 사업에 제작된 전체 도판은 20여만장에 이른다. 사업착수 당시 우리 요업계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넓고(가로, 세로 30㎝이상), 얇은(두께 1.3㎝) 도판을 만들기 위해 2, 3년간의 기술개발 과정이 필요했다.

    성파스님은 이 불사에 앞서 일본 등 외국의 유명 요업공장을 여러차례나 둘러보고 타일(도판)제작 기술을 직접 배워 오는가 하면 무게가 수톤이나 나가는 전기가마 재료를 수입해와 몇달의 조립과정을 거치는 등 준비과정에서도 애를 먹었다.

    9년째 진행중인 작업현장을 둘러보면 그 엄청난 분량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10년 세월의 무게가 장엄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현장은 웬만한 타일공장이나 다름없다. 작업진행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살피기 위해 도판에다 일련번호를 매겨두고 있으나 실제 작업자들도 헷갈리기 일쑤다.

    특히 내년 가을쯤 이 불사가 완성되면 불교경전사나 문화사적으로도 하나의 큰 획을 그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종교경전사에 나뭇잎, 종이, 나무, 돌 등을 소재로 한 경전은 있었으나 이런 엄청난 경전분량을 도판에 새긴 전례가 없기 때문이다.





    도판 보관할 장전각 건립, 또다른 시작

    하지만 내년 이 16만도판대장경이 완성된다고 해서 대역사가 모두 끝나는 게 아니다. 다시 역사의 시작이다. 이런 엄청난 분량의 도판을 보관할 ‘장전각’을 짓는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도자대장경 불사를 계획한 성파스님은 “불력으로 외적을 물리치고자 조성한 팔만대장경처럼 우리민족의 최대 염원인 조국통일을 불심으로 승화 발원시키기위해 대장경의 도자화 사업에 착수했다”면서 “도자대장경이 완성되면 불지종찰(佛之宗刹), 국지대찰(國之大刹)인 통도사가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를 두루 갖춘 사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성파스님은 20여년전부터 도자기를 제작해오면서 그동안 여러 차례 전시회를 가진바 있으며 근년들어 무명 삼베 등에 전통염색 방법을 사용, 200여가지의 옛 빛깔을 재현해 내기도 하는 등 다방면에서 일가를 이뤄 그동안의 이력도 화제거리이다.

    성파스님은 85년부터 5년동안 3,000불상을 흙으로 구워내 불교계를 놀라게 했다. 물론 도자불상의 전례도 없거니와 그 엄청난 분량에 모두들 질린 것이다.

    성파스님은 또 96년 과거 신라시대때 금가루와 은가루로 불경을 옮겨 적는데 사용된 후 그 명맥이 끊겼던 신비의 종이 감지(紺紙)를 600여년만에 재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감지란 한지에 여러차례 쪽물을 들여 만든 전통 종이로 신라와 고려시대때 이 종이에 금가루와 은가루로 불경을 옮겨적은 금니사경(金泥寫經)과 은니사경(銀泥寫經) 10여점이 국보와 보물로 지정돼 있는데 성파스님이 10여년에 걸친 노력끝에 재현한 것이다.





    재래 된장 간장 제조법 재현

    또 근년들어서는 통도사만이 간직하고 있는 고유 된장과 간장 제조법을 재현해 특허출원까지 했다. 우리콩과 천연샘물에 10여가지의 생약재를 첨가하고 맑은 공기를 주입시킨뒤 적당한 일조량과 온도를 조절해 가며 발효시킨 이 전통 약된장과 간장은 독특한 재래의 우리맛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고있다. 특히 이 된장과 간장을 담은 용기는 전국에서 30년 이상된것만 수집한 재래 장독 3,000여개를 활용한 세심함도 보였다. 그래서 녹음이 우거진 요즘 서운암 입구엔 장독이 바다를 이루고 있다.

    도대체 이런 원력이 어디서 나왔을까.

    성파스님은 “646년 자장율사가 통도사를 창건한 이래 1,350여년이 넘게 우리 절은 한번도 폐사된 적이 없었다. 왕실도 도읍도 몇번이나 바뀌었지만 통도사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라면서 “통도사는 우리 의·식·주문화에 한 가운데 서 있으며 그것은 천년세월과 이력이 가져다준 힘”이라고 말했다.



    부산=목상균 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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