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최순영 리스트에 '떨고 있는' 사람들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5 19:14:00




  • ‘제발 ‘최순영리스트’가 없기를’ 홍두표(64) 전 한국방송공사 사장이 신동아그룹 최순영(59·구속)회장에게서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면서 ‘걸면 걸릴 가능성이 높은 정·관계 인사’들의 간절한 마음이다.

    대한생명의 부실과 관련해 지난 11, 12일 구속된 이정보(李廷甫)전보험감독원장과 이수휴(李秀烋)전은행감독원장 등 ‘거물급’이 검찰 수사망에 걸려들면서 정·관계를 긴장시키기 시작한 ‘최순영리스트’는 언론사 사장 출신인 홍두표 관광공사사장이 지난 20일 전격 구속되면서 ‘공포’의 대상이 됐다.

    검찰 주변에서는 최회장의 평소 성격과 그동안 진행돼온 수사정황에 비춰볼 때 앞으로 소환될 유력인사들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최회장이 과묵한 성격이지만 정·관·재계·언론계를 대상으로 폭넓게 인맥을 형성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회장은 대한생명을 경영하면서 안전장치로 각계의 실세들과 접촉, ‘줄’을 댔을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로비 확인되면 엄청난 파문

    특히 최회장이 최근 국세청 대선자금 불법모금사건의 재판에서 “97년 대선당시 신동아그룹에 배정된 후원금과는 별도로 한나라당에 5억원을 건넸다”고 진술한 점에 비춰 정치권에는 훨씬 더 많은 뇌물이나 정치자금을 뿌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향후 수사에서 최회장의 정치권 로비가 확인될 경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파장을 일으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리스트라는 것은 결코 없다. 다만 최회장이 수사협조 차원에서 기억을 더듬어 진술, 간헐적으로 고위공직자들의 비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 최회장의 진술여부에 따라 거물급 인사들이 추가로 수사선상에 오를 수도 있음을 분명히 했다.

    정가는 최회장의 로비가 전·현정권에 걸쳐 지속됐다는 점 때문에 여당과 야당의 중진들이 함께 긴장하는 등 뒤숭숭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동여당내에서 국민회의가 비교적 느긋한 반면 자민련이 야당측과 함께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여서 지난해의 정치권사정과 대조적이다.

    국민회의 정균환총장은 “사정은 비리가 드러났을 때 하는 것이지 시기를 정해놓고 하는 게 아니다”라며 “청와대를 포함한 어느 곳으로부터도 사정이 시작됐다는 얘기를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동교동계의 한 재선의원은 “리스트도 있고, 그 가운데 정치인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직자는 “신동아그룹이 정치권에 집중로비를 벌인 것은 상식에 속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정의 ‘사각지대’였던 자민련에선 혹시나 내각제 강경파가 타깃이 아니냐는 설이 제기되는 등 추측이 분분하다. 그러나 한 관계자는 “선거가 다가오고 있는 판에 자민련이나 야당을 건드린다면 전혀 실익이 없을 것”이라며 표적사정을 경계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큰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최순영리스트로 신사정정국을 조성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여권의 정치적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일각에선 이수휴(李秀烋)전은감원장의 전력을 들어 김영삼 전대통령측이 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언론개혁 신호탄 아니냐” 촉각 세워

    홍사장의 구속은 최근 중앙일보 산업팀 차장이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데 이은 것이어서 현 정부의 언론개혁과 관련한 여러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얼핏 보면 전혀 무관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언론개혁의 신호탄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아직까지 이러한 분석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줄 만한 증거는 없다. 검찰은 정치인 사정때와 마찬가지로 홍사장 구속에 대한 구구한 해석에 강한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과 청와대 관계자는 “부정부패 척결에 성역이 없다는 현정부의 의지는 변함없다”며 이번 수사에 다른 의도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수사는 어디까지 확대될까. 검찰은 최회장이 계열사인 ㈜신아원의 반도체 위장수출사건에 연루된 96년5월부터 대한생명 등 신동아그룹 계열사의 부실이 본격화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회장의 정·관계 로비가 이때부터 집중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96년 이후 회사의 부실이 커지자 거액의 보험을 유치하고, 부실이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금품로비에 나선 것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최회장과 대한생명 임원들을 수시로 불러 로비대상이 누구였는지 집중 조사해왔다. 최회장이 정·관계 주요 인사에 대한 로비장소로 활용했던 63빌딩내 양식당 ‘가버너스 챔버’에서 최회장을 만났던 정·관계 인사 10여명의 명단을 확보했다는 소문도 있다.

    김상철 사회부기자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