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맨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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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5 19:21:00




  • 수사권 독립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김대중대통령의 논의중단 지시로 일단 잠복한다 싶더니 검찰의 박희원 경찰청정보국장(치안감) 구속으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치안감 이상 현직 경찰간부가 개인비리로 구속되기는 93년 5월 슬롯머신사건 당시 수뢰혐의로 구속된 천기호치안감 이후 처음이고 때가 때인데다, 경찰 정보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으로 조직내 호남출신 실세여서 경찰조직이 받은 충격은 엄청나다.

    서울지검 특수2부가 박치안감을 전격소환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19일은 간간히 비가 뿌리는 찌푸린 날씨였다.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경찰청 청사는 이날의 날씨처럼 검찰에 대한 불만과 울분, 곤혹스러움으로 가득차 있었다.

    경찰의 수사권 독립문제와는 전혀 관계없는 박치안감의 개인비리라는 검찰의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눈치가 역력했다.





    “뒷통수 맞았다” 경찰 ‘발칵’

    검찰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뢰혐의로 구속된 박치안감은 지난 3월22일 자신의 경찰청 사무실에서 아파트 관리비리와 관련, 서울 성북경찰서의 수사를 받고있던 주택관리 용역업체 D사 사장 김모씨로 부터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0만원을 받고 4월24일 사례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더 받은 혐의다. 검찰은 박치안감이 김씨의 청탁을 받고 성북경찰서 배무종서장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를 중단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의 아파트관리비리 수사가 사안의 중요성에 비해 미진하다고 보고 경찰수사에서 누락된 대형업체를 수사하다 업체 사장의 개인수첩에 박치안감의 이름이 적혀있어 조사하게 됐다”면서 “박치안감 수사는 예측 못한 사안으로 수사권 독립문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그같은 발표와는 달리 경찰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수사권 독립요구뒤 경찰 고위간부 구속이 예고됐던 것이기는 하나 논의중단 상태에서 뒷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물론 고위간부가 경찰이 전국적으로 일제수사를 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청탁을 하고 사무실에서 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경찰은 검찰이 혐의가 확인되기 전에 경찰의 요직이자 고위간부를 연행한 사실을 언론에 먼저 알린 것은 한마디로 페어플레이가 아니라고 비난한다. 또 고위간부의 구속이 검찰의 ‘변칙’에 의해 예고된데서도 잘드러난다고 주장한다. 경찰청장의 수사권독립 추진 천명이후 ‘청장급을 잡아넣을 것이다’ ‘경찰의 허리를 자를 것이다’는 식의 이야기가 감지됐다는 것이다. 그같은 이야기를 타기관에 은근히 유포, 고위층에 자연스럽게 전달되게 해 충격을 완화하려는 검찰의 ‘작전’이었다는 주장이다.





    “비리사건일 뿐” 경찰 ‘보복’부인

    경찰 내부에서는 ‘검찰은 칼자루를 잡은 쪽이고 경찰은 칼끝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추이를 조금더 지켜보자는 견해가 대세다. 검찰의 대 경찰 움직임에 ‘감정적인 부분이 계속 있을 경우’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권 독립요구는 경찰청장이 자치경찰제 도입에 맞춰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어서 검찰의 감정적인 대응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맞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처지라는 설명이다.

    이같은 경찰 내부의 대체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훨씬 ‘과격’한 반응과 ‘답답하기 그지 없다’는 반응도 있다. “사자가 얼룩말을 사냥하는 격”이라며 “자폭을 각오해야한다”고 흥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맞대응은 달걀로 바위치기’라고 자조하는 경찰관들도 있다. 한 간부는 수사권 독립문제는 국회의원들이 나서 주어야 하는데 걸면 걸리기 때문인지 지원사격이 없어 답답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같은 경찰의 분위기에 대해 검찰은 말도 안되는 소리들이라고 일축한다. 먼저 경찰 고위간부가 자기 조직에서 수사를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 돈을 받고 압력을 넣은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위로 단죄돼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또 언론플레이나 작전 등 경찰의 주장은 허무맹랑히기 그지없는 ‘소설’이라고 일축한다.

    어쨌던 권력기관인 두기관의 싸움은 모두에게 ‘상처뿐인 싸움’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경찰 간부후보 20기인 박치안감은 서울청 보안부장, 경찰청 교통지도국장, 중앙경찰학교장, 경찰청 경비국장을 거쳐 지난해 3월 치안감으로 승진, 전북경찰청장을 지냈고 지난 1월부터 경찰청 정보국장으로 일해왔다.

    박천호·사회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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