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시험에 든' 미국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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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19 16:35:00




  • ‘클린턴의 전쟁’은 과연 성공하고 있는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고 공습이 두달째 계속되면서 주도국인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의 여론은 갈수록 회의론으로 기울고 있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치밀한 준비없이 공습을 감행하는 바람에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대통령의 입지만 강화시키고 있을 뿐 코소보 사태의 본질적 해결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베오그라드의 중국 대사관 폭격을 비롯한 수차례의 오폭은 중국 러시아 등과의 외교 관계를 최악의 상황으로 만들고, ‘인종 청소’에 맞선 ‘인도주의’라는 공습의 명분마저 앗아가 클린턴 대통령은 더욱 궁지에 몰리고 있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는 미국은 엄청난 예산을 유고 공습에 퍼붓고 있으나 전술적 승리는 커녕 전쟁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 조차 건질 수 없는 ‘적자 상황’에 처한 것이다.





    세르비아군 철수 선언, 김빠진 미국

    우선 미국의 실패는 미 국무부의 자체분석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국무부는 ‘역사 지우기_코소보에서의 인종청소’라는 30쪽의 보고서에서 “코소보에 거주하는 170만 알바니아인을 보호하기 위한 전쟁이 3월에 시작된 이후 세르비아군은 코소보 전역에서 인종청소를 위한 조직적이고 끈질긴 노력을 극적으로 증가시켜 왔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이러한 세르비아군의 행위에 의해 전체의 90%에 이르는 150만명 이상의 알바니아인이 코소보에서 쫓겨났다”며 “이 가운데 70여만명은 이웃 나라로 탈출했으나 60여만명은 코소보의 산악지대에 숨어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고 밝혔다. 세르비아군은 적어도 4,000여명의 알바니아인을 처형했으며 500여곳의 거주지역이 폐허가 되고 수많은 알바니아 여인들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코소보에서 자행된 세르비아군의 극단적 만행을 폭로하여 공습의 명분을 보강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보이나 오히려 그동안 무엇 때문에 공습을 했느냐는 의문만 제기되도록 만들었다. 두달 가량 줄기차게 공습을 했다면 유고의 의지가 꺽여 코소보에서의 인종청소 작업이 엉망이 됐어야 하지 않느냐는 것. 공습에 아랑곳 없이 목적을 달성한 세르비아군이 철수를 선언한 마당에 더 이상의 공격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라는 것이다.

    공습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밀로셰비치의 기세가 전혀 꺽이지 않으며 유고 내부에서도 거의 동요가 보이지 않는데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밀로셰비치는 여전히 평화유지군 코소보 주둔을 포함한 나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유고인들이 공습 공포에 시달리면서도 밀로셰비치의 대항에 반기를 들고 있다는 조짐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국인들은 결국 코소보 사태가 10년에 가까운 공습과 봉쇄에도 불구하고 사담 후세인을 제거하지 못하고 있는 이라크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외교관계 엄청난 적자, 중·러는 반사이익

    미국은 외교관계에서도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다. 공습 초기 부터 줄기차게 딴지를 걸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게 의도하지 않은 반사이익을 주고 있는 꼴이다.

    지난 7일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 오폭사건은 그동안 인권과 티베트 문제,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핵무기 정보유출 사건등으로 대미관계에서 수세에 몰려있던 중국의 입지를 한꺼번에 반전시키고 말았다. 중국은 대규모 시위등의 반미 분위기를 교묘히 이용해 인권협상 중단, 군사교류 연기등을 발표하면서 공세를 펼치고 있다.

    러시아는 프리마코프 전 총리의 중재 역할등으로 발칸반도의 막후실력자로 부상했다. 러시아는 같은 슬라브 민족인 유고의 곤경을 자신의 영향력 회복 계기로 삼아 미국과 나토의 공습의지에 계속 제동을 걸고 있다.

    미국은 자신의 세계 전략수행에 절대적 도구인 나토 전열에도 금이 가게하는 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개전 초기 독일과 이탈리아를 동참시키는 데 애를 먹었던 미국은 중국대사관 오폭 이후 또 다시 내부의 비판이 제기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스카르 루이지 스칼파로 이탈리아 대통령은 공습중단을 촉구했으며 영국의 보수당도 오폭에 대해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내 여론 역시 클린턴의 전쟁정책 수행에 유리하지는 않다. 최근 미 상원은 “코소보 사태를 신속하게 끝내기 위해 병력 동원등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권을 주자”는 공화당 존 멕케인의원의 제안을 78대 22로 부결해 버렸다. 월남참전 장교인 멕케인의원은 지상군 투입등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촉구해 왔으며 그의 주장은 상당한 지지를 얻어왔다.

    그러나 그의 제안이 부결된 것은 국내 여론이 공습에 대한 회의론 쪽으로 옮겨가며 외교적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하라는 압박으로 분석되고 있다. 더욱이 민주당 소속인 클린턴 대통령에게 전권을 주자는 공화당의 제안을 민주당 의원 조차 거부한 것은 클린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는 평가이다.





    강력한 도전에 부딪힌 미국의 의지

    최근 하원에서 공화당의 톰 디레이 의원은 “우리에게는 믿을 수 없는 대통령이 있다”며 “클린턴은 아무런 전쟁계획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는 여전히 공습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를 완화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미국 상·하원은 지난 12일 코소보 사태와 관련한 긴급 전비로 115억7,000여만 달러를 지출하기로 합의했다. 공습에 대한 지극한 회의와는 전혀 다른 실질적 지원은 미국의 다양한 모습을 실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민주당의 데이비드 보니어 하원의원은 “이번 상황은 대량학살이다. 코소보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걸프전 때와는 전력적으로 외교적으로 훨씬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20세기가 대량학살로 끝이 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덕적 명분에 많은 가치를 두는 미국민이 왜 코소보에 어마어마한 전비를 들이는지 그 의식의 일단을 읽을 수 있는 발언이다.

    20세기 내내 ‘세기의 해결사’로 활약해 온 미국의 의지는 발칸 반도에서 다시 한번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다. 제국주의, 패권주의라는 비판속에서도 ‘인도주의’의 명분을 내걸고 세계의 분쟁마다 개입해온 미국이 과연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번 사태를 해결할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의 ‘인도주의’는 모든 물리적 현실적 득실 계산을 의미없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손태규·주간한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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