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항생제는 만병통치약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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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19 18:16:00




  • “항생제는 결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내성이 생긴 박테리아 때문에 항생제가 항생(抗生) 기능을 잃고 있다. 오히려 오·남용으로 인한 역기능으로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항생제를 많이 사용한 어린이는 뇌막염, 중이염을 앓거나 심할 경우 평생 장님이 될 수도 있다. 항생제를 과신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미국 펜실베니아주 요크시에 사는 다니엘과 수잔 켄터베리 부부의 두살박이

    아들 댈턴은 지난 2월 어느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어머니는 다급했지만 소아과 의사의 소견대로 아이가 감기에 걸려 깊은 잠을 자고 있는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전문의는 댈턴의 뇌막을 둘러싸고 있는 척수가 박테리아에 감염됐다고 최종 진단했다. 항생제가 듣지 않는 폐렴쌍구균에 감염된 것이다. 더 이상 처방이 없었다. 댈턴은 시신경과 연결된 뇌의 한 부분이 손상돼 시력을 잃었다.

    40년대에 개발된 이래 50여년간 항생제는 비염에서 폐렴까지 모든 것을 치료해주는 신약(神藥)으로 통용됐다. 미국에서는 입원환자들에게 연간 1억3,300만회 이상 처방이 내려지고, 하루에 조제되는 항생제 양은 1억9,000만정이 넘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박테리아들은 항생제의 공격을 피하는 방법을 익히게 됐고, 급기야 항생제를 제압할 지경에 이르게 됐다. 입원환자가 급증하고 공공유치원에서 보호되는 아동 숫자가 늘면서 내(耐)항생제성 박테리아로부터 감염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지지만 내항생제성 박테리아를 이기는 ‘새로운 항생제’는 개발되지 못했다.

    의생태학자들에 따르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들의 증가 원인은 대략 두 가지. 우선 소나 닭 등의 가금류의 생장을 촉진시키고 질병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과다 사용한 현대 농법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는 2차적인 항생제 사용에 불과하다.

    문제는 인간의 항생제 오·남용이다. 지금껏 공식적으로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인적, 재정적인 피해를 계측한 자료는 없다. 하지만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연간 약 300억달러(약 36조원)의 피해를 보고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참 자라는 어린이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는 것. 댈턴이 감염된 뇌막염은 말할 것도 없고 2~3세짜리 아이들이 혈관성 질병, 폐렴 등 내항생제성 병균에 의해 직접적으로 혹은 그 합병증에 의해 장님이 되거나 평생 걷지 못하게 되는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다.

    미 전염병센터(NCID)의 제임스 휴는 “과거에 우리가 항생제로 쉽게 치료할 수 있었던 병원체들이 점점 내성을 띠고 그 종류도 늘고 있다”면서 “인간은 이들 병원체에 완전히 노출된 상태”라고 경고한다.

    결핵균이 캘리포니아의 한 고등학교를 휩쓸었는가 하면, 버몬트주의 한 고등학교 레슬링부는 집단적으로 포도상구균에 전염됐다. 어떤 지역에서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페렴쌍구균의 40% 정도가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살모넬라균에 농부들과 소들이 전염되기도 했다.

    이 중 폐렴쌍구균은 미국에서만 1년에 4만명의 목숨을 앗아간다. 이 균은 매년 700만~1,000만건의 중이염을 유발하고 50만건의 뇌막염을 일으키고 있다.

    내항생제성 박테리아는 급속히 번지고 있다.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을 지닌 폐렴균은 67년 뉴기니아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92년에는 전체 샘플의 5% 가량이, 7년이 지난 지금은 약 25% 수준으로 늘었다. 40%에 이르는 지역도 있다.

    특히 사람들의 접촉이 늘면서 중이염 발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중이염은 의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75년에 비해 90년에 2배로 늘어날 정도로 저항력을 갖게 됐다. 중이염은 콧물과 음식등을 통해 전염된다.

    의사들은 중이염을 치료하기 위해 더욱 더 강력한 약을 처방하고 있다. 치료제인 세팔로스포린은 80년 87만6,000번 처방되었으나 92년에는 700만번으로 687%나 증가했다.

    댈턴 켄터베리를 담당했던 소아 전염병 전문의 버나드 알바니스는 이렇게 경고한다. “항생제 사용은 단지 약물 사용자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 당신들의 형제, 자매와 당신이 매일 돌보야할 아이들의 문제입니다.”



    이동준·국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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