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김미현 "매운맛 이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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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5 19:29:00




  • ‘슈퍼 땅콩’김미현(22)은 이제 ‘애마’가 된 자동차안에서 깊은 잠에 빠지는 게 하나도 어색하지 않다. 아니 지난해 12월 처음 낯선 미국땅에 와 모든 것이 어설프던 때를 생각하면 오히려 여유가 생길 정도다. 하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후원 스폰서계약’과 ‘시즌 1승’에 대한 부담 때문에 매주 경기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분이다. 또 미국땅에서 함께 고생하시는 부모님께도 죄송할 따름이다.

    김미현은 작은 고추의 매운 맛을 서서히 떨치기 시작했다.

    당초 그의 미국 진출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는 그리 후하지 않았다. 155㎝도 채 안되는 단신이 문제였다. “그런 체구로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었다. 실제로 투어에 들어간지 두달도 안된 2월초 몸살 때문이었지만 3개 대회에서 연속 예선 탈락하면서 이런 회의적인 시각은 더욱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우려를 하는 사람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미국무대 1년 선배인 박세리(22)가 올해 한번도 못해 본 미국 LPGA투어 ‘톱10’에 벌써 두차례나 들었다. 4개월간 벌어들인 상금만도 8만7,960달러(약 1억550만원)로 지난해 국내에서 3승을 거둬서 번 상금액(6,800만원)을 한참 뛰어 넘었다. 현재 상금 랭킹도 28위에 올라있다. 올해의 신인왕서도 일본의 후쿠시마 아키코를 제치고 1위로 나섰다. 이대로만 간다면 내년도 풀시드권(상금랭킹 90위 이내) 확보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아직 김미현의 고민은 가시질 않았다.

    보통 프로 한사람이 미국 LPGA투어 1년을 뛰는데 드는 비용은 대략 13만~15만달러. 더구나 김미현의 경우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는 바람에 최소 20만달러 이상이 필요한다. 따라서 가장 시급한 문제는 후원 스폰서를 찾는 일.

    김미현은 지난해 11월 미국에 건너오기 직전 국내 대기업과 스폰서 계약 마무리 단계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계약이 틀어지는 바람에 그대로 미국으로 건너갔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 도미 당시 김미현이 갖고 간 자금은 2만7,000달러. 이정도면 3개월도 버티기 힘든 수준. 우연히 만난 강국영씨의 도움으로 한국 언론에 알리고 경기 스케줄을 잡는 도움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강씨가 사업 때문에 더이상 돌봐줄 수 없다며 캘리포니아로 돌아가 현재는 세식구만 덜렁 남았다.

    김미현은 이곳 비행기 삯이 만만치 않아 큰맘먹고 1만5,000달러의 거금(?)을 들여 95년 클라이슬러사 밴을 구입했다. 이 밴은 이때부터 교통수단 뿐아니라 김미현 가족이 숙식을 해결하는 만능 역할을 하고 있다. 12시간내 거리는 비행기 대신 이 밴을 이용한다. 물론 피로가 쌓여 경기에 지장을 줄 수도 있지만 맘 편하게 부모님과 이동하는게 이제는 더욱 편하다.

    김미현이 가장 힘든 때는 박세리와 비교 되는 것. 사실 김미현과 박세리는 국내 아마 무대에서 쌍벽을 이뤘던 라이벌. 그러나 거대 스폰서가 지원하는 박세리와 홀홀단신인 김미현의 차이는 그야말로 천양지차다.

    물론 경기를 거듭하면서 현지 동포팬들이 하나둘 늘어가는 게 보람이다. 요즘에는 작은 체구의 땅꼬마가 장타를 날리는게 신기한지 경기때면 눈에 띄게 미국팬들도 늘어났다.

    지금 김미현은 점점 자신이 붙어가고 있다. 처음 낯선 문화, 낯선 코스로 괜히 위축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든 게 자신있다. 그린에 적응만하면 1승도 그리 멀지만은 않다는 생각이다.

    다소 무리가 됐지만 플레이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캐디를 교체한 것은 매우 주효했다. 김미현은 금전적인 문제 때문에 전담 캐디를 두지 못한 게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러다 ‘어차피 골프에 승부를 걸어야한다’는 생각에 4월 칙필에이채러티선수권을 앞두고 20년 경력의 전담 캐디 래리(49)를 채용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그대회에서 미국 무대 첫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현재의 김의 컨디션은 80%정도. 앞으로 퍼트감만 살아나면 ‘슈퍼 땅콩’이 미국 LPGA투어 정상에 우뚝서는 날이 예상보다 빨라질수 있다.







    송영웅·체육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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