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화제의 책] 돌아가야할 '고향의 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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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5 19:23:00




  • 44년째 기자인 한국일보 김성우 논설고문이 최근 자전적 에세이집인 ‘돌아가는 배’(삶과 꿈 발행, 1만원)를 펴냈다. 현재도 한국일보에 ‘김성우 에세이’를 집필하고 있는 저자는 80년대 8년간의 파리특파원 시절에 ‘세계문학기행’과 이후 ‘세계음악기행’을 연재해 인기를 끌었다. 이는 이미 칼러 장정본으로 나왔다. 앞으로 ‘세계명화기행’을 펴내면 세계문학·예술의 3부작을 마감하는 셈이다.

    이 책의 화두는 저자의 고향과 예술취미와 인생이다.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태어난 경남 통영 앞바다 욕지도의 포구와 파도, 어릴때의 국민학교와 동백나무, 어머니의 친정인 고성 이야기, 처음 뭍으로 나와 통영의 중학교를 거쳐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부산고 재학시절의 가난과 학업, 서울 문리대 정치학과 시절의 낭만, 대학 3학년때 한국일보에 입사해 30대초 전무후무의 부수를 올렸던 주간한국 부장시절, 저자의 제일 멋있는 한때였다는 파리특파원 시절, 그리고 5공때 한국일보 편집국장으로 겪었던 어려움, 회갑연이 결혼식이 된 사연 등이다.

    이 책의 서술은 자신의 이야기지만 지금까지 저자가 써왔던 문학기행과 음악기행의 수법을 닮았다. 저자는 기자로서 역사 속의 시인, 소설가, 음악가, 화가 등을 만나보려고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다녔다. 그들의 생가, 고향산천, 박물관, 친척과 후예, 전해오는 말, 그를 기억하고 있는 현재의 동네사람들을 만나면서 예술가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하고 이 감동을 독자들에게 전해주었던 것이다. 이 서술법이 이 책에도 적용되고 있다.

    이 책은 ‘섬은 작고 바다는 크다’ ‘떠나가는 배’ ‘바다는 길이요 섬은 집이다’ ‘섬은 독립, 바다는 자유’ ‘바다없는 섬은 없다’ ‘돌아가는 배’ 등 6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모두 책제목같다. 각 장을 풀면 책 한권씩이 될 정도로 내용이 농축돼 있다.

    섬에서 파도를 자장가 삼아 동네에서 유일했던 집의 유성기로 유행가를 들으며 음악적 감수성을 키웠다. 이것이 파리를 거쳐 세계음악기행으로 이어지게 된다. 교과서 밖에 없었던 어린시절 어머니가 들려준 ‘무쇠탈’이 유일한 문학에의 접촉이었다. 중·고등학교 시절 뒤늦게 책에 탐닉해 동화부터 문학, 예술, 철학책까지 읽어제꼈다. 이는 파리특파원 시절 전유럽을 뒤졌던 문학기행의 원초적 호기심이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 유일의 ‘명예시인’이 됐다. 또한 시골집에 걸려 있던 ‘이발소그림’인 쿠르베의 ‘시용성’이 실재하는 유럽의 성임을 확인했던 감동으로부터 그림에도 관심을 가졌다.

    이런 문학·예술에 대한 사랑이 주간한국 부장 시절 ‘시인만세’라는 시낭송회를 탄생시켰다. 일간스포츠 사장 시절에는 정지용 시인을 기리는 ‘지용회’를 만들었다. 해금후 그의 시 ‘향수’를 1면에 복원시켰고 작곡까지 발의해 박인수·이동원의 노래가 됐다. 연극인들은 그의 40년 기자생활 축하연에 ‘명예배우’ 칭호를 올렸다.

    그의 삶은 정치학과 입학때 말했다는 섬 면에서 읍을 거쳐 부산, 서울로 줄곧 북상했다. 이후 기자로서는 편집국장, 주필, 사장까지 올랐으니 할 건 다했다. 지리적으로도 ‘해발 0m’에서 알프스와 북구의 4,000m고지까지 취재를 다녔으니 ‘섬 촌놈’이 5대양 6대주를 다 주유한 셈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사람’이 되고자 했고 편집국장 시절 ‘다른 신문과 다른 신문’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이제 대기자로 돌아와 글을 쓰고 있다.

    저자는 책 내용에 비해 ‘책머리에’를 짧게 썼다. 이 책은 자전(自傳)이 아니고 고향과 섬의 역사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향의 전기’라는 것이다. 앞으로 기자생활을 중심으로 진짜 ‘자서전’이 나올 법 하다.

    남영진·주간한국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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