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문화로 세상읽기] 칸영화제의 한국영화인 두 얼굴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플러스 네이버 북마크 싸이월드 공감 기사 구입 프린트 기사메일
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05.25 19:28:00


  • <자랑스런 얼굴들>

    심형래.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믿지 못한다. 이제 대놓고 비웃지는 못하지만 그의 ‘용가리’에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슬픈 일은 그런 사람들이 모두 한국영화인들, 아니면 ‘용가리’필름을 이직 한번도 보지 않은 사람들이란 사실이다. 칸영화제에서 그는 리츠 칼튼 호텔에 부스를 차렸다. 미국 메이저가아니면 꿈도 못꿀 장소다. 돈자랑 할려고, 허풍떨어 남을 속이려고. 심형래는 말했다. “내가 미쳤냐”고. 25분짜리 ‘용가리’필름을 본 80여명의 외국영화관계자들은 칭찬을 했다. 일본영화사와 NHK관계자들은 비슷한 일본영화인 ‘가메라’보다 낮다고 칭찬했다. 그 결과 ‘용가리’는 일본 콤스탁에 150만달러를 받고 팔았다. 프랑스 카날플러스 TV는 ‘용가리’를 방영하면서 “이번 칸영화제 마켓을 빛낸 베스트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그는 당당하다. “뭘 살까” 두리번거리기만 하는 한국영화인들을 보며 한심해 했다.

    채희승. 미로비젼이라는 작은 영화사의 대표. 30대중반의 젊은이다. 그도 칸의 한 아파트를 빌려 부스를 차리고는 ‘한국영화로 가는 문’이란 현수막을 걸었다. 한국단편영화의 해외영화제 진출을 도와온 그는 이번에 단편경쟁부문에 오른 3편과 ‘미술관옆 동물원’‘마요네즈’‘벌이 날다’를 판매 품목으로 내놓고 뛰어 다닌다. “한국 단편에 대한 평가가 좋다. 해외배급만이 단편이 죽지않고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이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강제규 이재용감독, 시네2000의 이춘연과 시네락의 권영락대표,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전양준. 스크린쿼터 사수 비상대책위원들이다. 16,17일 팔레극장 앞에서 그들은 ‘문화의 정체성을 위한 스크린쿼터제’란 영문전단 4,000부를 배포했다. 전단에는 우리 영화인들의 스크린쿼터지키기 과정과 국제연대를 호소하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특히 우리와 비슷한 처지, 생각을 가진 프랑스영화인들의 관심이 높았다. 금새 전단은 동이 났다. 권영락씨는 말했다. “모두 우리의 노력에 존경을 표시하더라”고.





    <부끄러운 얼굴들>

    칸영화제 특집판으로 매일 발행되는 미국 스크린지는 18일 이런 기사를 실었다. “마켓에 나온 싱가폴 출신 에나벨 청의 ‘섹스’에 한국의 15개 영화사가 서로 사려 몰려 들었다. 그들은 서로경쟁해 값을 몇배나 부풀려놓았다”고. ‘섹스’는 LA의 한국계 포르노배우가 10시간에 260명의 남성을 상대한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 특별한 메시지도 없는 무가치한 작품. 노골적인 성교장면으로 국내수입허가조차 불투명하다. 올해 선댄스영화제에 나왔을때 가격은 2만달러. 스크린은 이 작품을 ‘시네탑’이란 영화사가 샀다고 했다. 가격은 15만달러로 알려졌다.

    신생 영화사 ‘제이넷’의 대표가 이번 칸에 간 목적은 제작도 하기 전에 35만달러에 계약한 본선경쟁작 레오 카락스의 ‘폴라X’가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참담한 심정으로 돌아와야만 했다. 혹평에 흥행가능성이 전혀없기 때문. 취소하자니 계약금 7만달러를 날릴 판이고, 들여오자니 더 큰 손해가 예상되고. 미래, 일신, 삼부. 투자사들이다. 그들이 영화에 뛰어든 명분은 한국영화제작의 활성화. 그래놓고 칸에서는 외화긁어모으기에 열중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흥행될 영화만 잡아와라. 가격은 얼마가 되도 좋다”는 식. 한때 과당경쟁으로 외화를 낭비하고, 한국을 ‘봉’으로 만들었던 대기업의 전철을 다시 밟고있다.

    칸에 오직 사기위해 온 영화사는 한아미디어, 베어엔터테인먼트, 신도필름 등 20여개. 그중에는 과거 수입영화 잔금결제를 무기로 외국영화사에게 반강제적으로 외화를 자기에게 팔도록 하는 영화사가 있는가 하면, 자기가 살 작품이 유력한 황금종려상 후보라고 떠벌리는 얌체도 있다. 오직 흥행만 생각해 예술영화를 외면해 국내 예술영화 관객을 없애버린 그들. 예술전용관을 자처하면서 스스로 흥행작을 선호했던 극장업자. 무조건 폭력 아니면 섹스로 영화를 포장해 영화를 망가뜨리고 관객을 속이는 홍보사. 그들이 큰소리로 “이번 칸영화제는 작품이 너무 없다”고 말하며 다닌다. 그들이 말하는 작품이란 뭔가. 부끄럽게도 우리는 그들까지 영화인이라 부른다.

    칸(프랑스)= 이대현 문화부기자
  • HOME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