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파견근로자] 비용절감·취업난해소 '불안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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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6:16:00


  • 근로자 파견제란 인력파견업체가 소속 근로자를 다른 회사(사용사업체)에 보내 그 회사의 지휘·명령 아래 근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면 파견업체와 소속 근로자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을까.

    파견근로는 파견근무를 원하는 사람이 파견업체의 문을 두드리면서 시작된다. 중견 파견업체인 ㈜제니엘 인재파견사업부 조상규 차장에 따르면 예비 파견근로자가 파견업체를 찾게 되는 통로는 다양하다. 주변의 알음알음으로 찾아 오는 사람이 가장 많고, 이밖에 인터넷이나 광고 등도 주요한 매개기능을 한다고 한다.

    조 차장은 예비 파견근무자의 40%가 아직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는 ‘최초 취업자’라고 말했다. 실직자들도 상당수를 차지하는데, 이들은 대부분 동종업종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한다고 한다.





    파견근로 시작돼야 직원으로 등록



    예비 파견근로자가 파견업체를 찾았다고 해서 즉시 파견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용사업체에서 파견요청이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비 파견근로자는 이력서를 비롯한 신상소개서를 파견업체에 남긴 채 ‘부를 때까지(일자리가 날 때까지)’ 대기해야 한다. 이동안 파견업체에서는 예비 파견근로자를 데이터 베이스상에서만 관리한다. 물론 무급이다.

    예비 파견근로자와 파견업체가 정식 고용계약을 맺게 되는 시점은 사용사업체로 파견되는 시점과 거의 동일하다. 파견근로가 시작돼야 비로소 파견업체의 정식직원으로 등록된다. 파견근로자와 파견업체간에 맺어지는 고용계약 기간은 1년으로 일률적이다. 1년 뒤 재계약 여부는 파견업체의 결정에 달렸다고 보면 된다.

    파견업체와 사용사업체간에는 ‘근로자 파견계약’이 체결된다. ‘어떤 업무에 몇명을 보내주는 대가로 한 명당 얼마를 지불하겠다’는 형태가 된다. 파견업체가 인력을 파견해주고 받는 돈은 ‘파견의 대가’로 불린다. 파견의 대가는 업무내용과 파견근로자의 노동력질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사용사업체는 파견의 대가를 파견근로자에게 직접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파견업체에 지불한다. 파견근로자에게 일하는 회사, 월급받는 회사가 다른 것은 이 때문이다. 파견의 대가는 파견근로자에게 돌아가는 임금과 파견업체가 가져가는 일반관리비(이윤포함), 4대 보험비와 각종 공과금으로 이뤄진다. 임금은 총액의 85~88%(세전 급여액 기준), 일반관리비는 5~6%가 일반적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파견업체와 사용사업체간에 체결되는 파견의 대가, 파견업체와 파견근로자간에 맺어지는 임금액은 어떤 기준에 의해 결정될까.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식적, 법적인 기준은 없다. 다만 업계에서 형성돼 있는 시장가격에 따른다고 한다. 파견의 대가는 입찰을 통한 자유경쟁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소 파견업체들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덤핑입찰을 행하는데 있다. 이 경우 파견근로자의 임금몫은 자연히 줄어들고, 도산하는 파견업체도 생겨날 수 밖에 없다. 노동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이 있지만 기준이 너무 낮아 실질적인 통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취업대행기능 수행해주는 장점도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취업희망자의 입장에서 근로자 파견제가 가지는 장점도 있다. 우선 취업탐색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파견업체가 일종의 취업대행 기능을 하기 때문에 구직에 따른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 셈이다. 아울러 정상취업 연령을 넘긴 사람도 파견업체를 통해 선택적으로 단기취업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올 2·4분기 파견근로가 허용된 26개 업무 중 파견근로자가 가장 많은 업무는 비서·타자원으로 9,412명에 달했다. 이어 자동차운전원(4,461명), 건물청소원업무(4,203명), 전화외판원(텔레 마케팅·4,153명), 조리사 업무(3,158)가 차지했다.

    앞서 올 1·4분기 조사에서는 비서·타자원, 자동차운전원, 전화외판원, 컴퓨터보조원, 컴퓨터전문가가 상위 5위안에 들었다. 2·4분기 들어 컴퓨터전문가 등 비교적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가 5위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이다. 이 점은 파견근로자의 비중이 단순업무로 옮겨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파견근로자 대부분이 단순 업무직



    파견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단순한 업무에 많이 종사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업체들이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가장 큰 목적이 인력운용의 탄력성 보다는 임금비용 절감에 있음을 뜻한다. 근로자 파견제는 이같은 측면에서 ‘핵심인력을 제외한 모든 것은 아웃소싱(outsourcing·외부조달)하라’는 최근의 기업노선과 일치한다.

    그러나 아웃소싱이 반드시 기업의 의도대로 플러스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노동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품질저하’와 ‘책임소재 불명확성’이 인력 외부조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나타났다.

    다름아닌 파견근로자의 소속감 결여에서 나온 결과다. 근로자 파견제는 이런 점에서 기업이윤 확대라는 냉철한 경제논리와, 불안정 고용이라는 근로자의 부담사이에서 엉거주춤 자리잡고 있다.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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