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파견근로자] 장점 불구 '악용'에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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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6:20:00


  • 지난해 7월1일 시행된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 따르면 근로자 파견 대상 업무는 26개로 한정돼 있다. 지정된 업무에만 파견근로자를 쓸 수 있는 포지티브(positive)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표 참조)

    파견법 5조1항은 이와 관련해 ‘근로자파견사업은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고 전문지식·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업무를 대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5조2항에는 ‘출산·질병·부상 등으로 결원이 생긴 경우 또는 일시적·간헐적으로 인력을 확보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파견사업을 행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기업의 탄력적 인력조달 방편



    요컨데 근로자 파견제는 갑작스런 사내 충원이 어려운 전문분야나 일시적 결원으로 충원이 필요할 경우 기업이 탄력적으로 인력조달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른바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그 목적이다. 기업이 한시적인 목적을 위해 정식 직원을 고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파견업체로부터 인력을 공급받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목적을 위해 파견법은 파견근로자가 특정 업체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간에 제한을 두고 있다. 한번에 1년까지 근무할 수 있되, 한차례 연장이 가능토록 해 모두 2년간만 근속하도록 한 것이다. 2년 이상 근속이 요구되는 직장이라면 임시직인 파견근로자 보다는 정규직 사원을 채용하는 것이 사리에 맞다는 의미다.

    하지만 문제는 이같은 취지가 제대로 지켜지는 가에 있다. 우선 이것은 노동부가 시행과정을 어느 정도 실효성있게 감독할 수 있는가로 귀착된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회의적이다. 정규직 근로자 분야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파견근로자 문제까지 감독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씨티은행의 경우에는 파견근로자를 본래 업무와 무관한 분야에 동원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은 바 있다.

    또 하나는 시행령의 규정. 파견대상 업무에 규정된 ‘전문지식·기술, 또는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가 자의적으로 해석됐다는 것이다. 시행령에 포함된 비서, 타자수, 보모, 간병인, 도서·우편 관련 사무원 등이 과연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업무인가 하는 논란이다.





    노동비용 감축·노조약화 등 악용소지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단체협의회를 비롯한 여성계가 크게 반발한 것은 이 때문이다. 여성이 90% 이상 취업해 있는 이들 분야를 파견근로자가 잠식할 경우 여성노동자의 고용불안이 가중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들 단체는 단순업무를 제외한 전문직종으로 파견업무를 세분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부는 이들 분야가 지식과 경험 등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근로자 파견제에 대해 노동계가 반발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부와 업계에 대한 불신에 있다. ‘정부가 IMF상황을 빙자해 비용절감과 노조 약화를 원하는 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하는 불만감이 자리잡고 있다. 노동계의 반발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지난해 입법을 앞두고 재계가 낸 안은 파견 대상업무를 네거티브(negative)제로 하고, 파견기간도 무제한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금지된 특정 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무제한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계가 이같은 주장을 내민 이유는 자명하다. 수용될 경우 노동비용을 큰 폭으로 감축하는데 이어 전체 근로자 중 노조원 비율을 줄여 노조의 교섭력을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입법을 추진한 데는 크게 두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관련법이 없는 상태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져 온 근로자파견사업을 법제화함으로써 파견근로자의 노동권을 보장하고 근로조건을 보호하자는 것. 또 하나는 민간직업훈련과 직업소개사업을 활성화해 근로자의 취업촉진, 실업방지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4,700여 업체에 4만6,000여명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 2·4분기(6월30일) 기준으로 파견근로자는 모두 4만6,407명. 상용직이 1만5,047명(32.4%)이고 상용외근로자가 3만1,360명(67.6%)이다. 올 1·4분기에 비해 모두 1,742명이 늘었다. 석달간 증가비율은 3.9%로 정식 직원의 증가율보다 높다.

    파견근로자를 쓰는 사용사업체는 2·4분기 4,701개 업체로 1·4분기에 비해 523곳이 늘었다. 12.5% 증가율을 보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파견근로자 수와 이들을 쓰는 사업체가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근로자를 제공하는 파견업체는 2·4분기 현재 1,095곳으로 집계돼 1·4분기보다 127곳이 늘었다. 이중 파견실적이 있는 업체는 2·4분기 현재 784곳에 불과하다. 311개 업체가 간판만 내걸고 있는 셈이다. 실적이 있는 업체 중에서 100명 이상을 파견하고 있는 곳은 77곳에 지나지 않는다. 업체당 평균 파견인원은 60명이 채 안된다. 상당수 파견업체가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학계 전문가들은 파견업체의 이같은 영세성은 근로자 파견제에 상당한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 온다고 말한다. 서강대 남성일 교수의 견해. “파견업체의 파견근로자가 최소 200~300명은 돼야 교육훈련 등에서 실효를 거둘 수 있다. 파견자 수가 적으면 파견업체가 사용업체에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경우 파견근로자의 권익보호나 서비스질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장기 파견, 정규직 대체 부작용으로



    근로자 파견제가 IMF라는 이상 상황에서 탄생한 탓에 본래 목적과는 상당히 어긋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여성개발원 김태홍 박사의 이야기. “현재 파견근로자의 상당수가 정상취업을 못한 미취업자나 실업자 출신들이다.

    원래 근로자 파견제의 주된 대상은 전문직 프리랜서나 한시적 취업을 원하는 여성, 특히 주부 등이다. 이런 사람들 보다는 오히려 정상취업을 해야 할 사람들이 파견근로자가 된다는 것은 고용불안을 심화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

    근로자 파견제가 이미 시행중이고, 더구나 앞으로 대세라면 어떤 방향이 바람직할까. 남성일 교수는 우선 최장 2년까지 가능한 현재의 파견기간이 너무 길다고 지적한다. 파견기간이 이렇게 길어지면 정규직 대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된다는 설명이다. 남 교수는 따라서 “단기 파견시장이 육 성돼야 본래 목적인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아울러 현행법이 상당히 규제적이라 시장 활성화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6개 업무에 한해 포지티브 시스템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6개월 이하 단기파견에 대해서는 네거티브 시스템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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