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파견근로자] 노사정위 또 다시 혼수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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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6:48:00


  • 노사정위원회가 ‘뇌사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는 5월 ‘노사정위원회 설치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이 통과되면서 숙원이었던 법적 기구로 승격이 이뤄졌지만 노동계와 재계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들이는데 실패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일부에서는 노사정위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노사정위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각각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탈퇴를 선언하고 경총마저 4월1일 탈퇴하자 사실상 ‘개점휴업’상태에 빠졌다. 그후 정부가 한국노총을 겨우 끌어들여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6·25 대타협을 이끌어냈지만 이 과정에서 노사정위는 철저히 배제됐다. 한국노총과 경총이 참여한 가운데 3기 노사정위원회가 9월1일 출범했지만 11월15일 노총이 ‘활동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또다시 기능이 마비된 것이다.

    그러니까 노사정위는 올들어서만 9개월동안 유명무실하게 간판만 유지하다 겨우 2개월반동안 부분가동 되다가 다시 휴업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력한 리더십 부재, 조정능력 상실



    김대중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인 97년 12월26일 국제통화기금(IMF)체제를 극복하기 위해 야심적으로 만든 노사정위는 출범초 노동법 개정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혁혁한 공을 세웠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무기력증을 나타내고 있다.

    노동계와 학계 등에서는 이처럼 노사정위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로 IMF체제에서 벗어나면서 노사 모두 타협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도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노사정위도 강력한 리더십 부재로 조정능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노사대립의 핵심쟁점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문제 노동시간 단축문제. 정부는 97년 노동법을 개정하면서 2002년부터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금지키로 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이 조항이 노조를 무력화하는 대표적인 악법이라며 개정을 요구해왔으며, 재계는 노조전임자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곳은 전세계에서 한국뿐이라며 개정 노동법을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정부는 노사갈등이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자 노사정위와 재계를 배제한 채 6월25일 한국노총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노동시간 단축문제 등 핵심 현안에 대해 12월말까지 법개정까지 끝내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11월15일 해당부처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노사정위 본회의에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제를 논의하려 했으나 경총측에서 강력히 반발하자 박인상 노총위원장은 “이미 정부와 합의한 사안을 이제와서 다시 노사정위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노사정위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나갔다. 우여곡절끝에 출범한 3기 노사정위원회가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와해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노사정위의 무기력한 모습도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5월 노사정위를 임의기구에서 법적기구로 승격시켜 권한을 강화하고 고려대 김호진교수를 3기위원장으로 임명했다.





    3기위원장 출범이후 내부문제로 표류



    그러나 김위원장은 실무의 핵심이라할 사무처장과 대변인 임명을 둘러싸고 청와대및 노동부와 마찰을 빚더니 상무위원과 전문위원 등에 같은 학교출신들을 임명해 잡음을 일으키는 등 출범이후 한동안 내부조직문제로 표류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문제는 김위원장이 노동계로부터 신뢰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노총 관계자는 “김위원장의 생각이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의심스럽다. 생각보다 추진력이나 정치력이 떨어지는데다 조정의지조차 없는 것 같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털어놓았다.

    특히 김위원장은 한국노총이 노사정위 탈퇴를 예고하는 등 노동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던 11월초 독일에서 열린 한국학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해외출장을 떠나 빈축을 샀다. 또 11월5일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공동으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과 노동시간 단축문제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벌이기로 하자 하루전인 4일 전문가 워크숍을 급조해 노총으로부터 강력히 항의를 받기도 했다.

    노사정위측은 이에 대해 “김위원장의 독일출장은 이미 오래전에 예정돼 있어 빠지기 힘들었다”며 “인사와 조직문제도 초기 잡음이 있었지만 원만하게 마무리됐다”고 해명했다.

    노사정위측은 또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등 핵심쟁점에 대해 노사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사실상 타협의 여지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며 “양측이 협상테이블에 나올 수 있도록 공익안을 만드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재계대로 불만이다.

    경총 김영배상무는 “노동계는 노사정위 탈퇴를 무기로 삼는 경향이 있다”며 “노사정위는 탈퇴하고 불참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위가 제역할을 못하는데는 기본적으로 정부가 노사정위 정상화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6·25합의를 이끌어냈지만 노동계와 재계의 눈치만 보면서 시간을 허비하다가 결국 올해말까지 노조전임자 임금지급문제 등에 대한 논의를 끝내고 법개정까지 한다는 합의사항을 어기게 됐다.

    지난해에는 대외신인도를 의식해서 노동계를 끌어 안았지만 경제가 안정되고 사회적인 관심사에서 벗어나자 노사를 조정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점점 사그러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사정위 한 관계자는 “청와대나 정부 모두 옷로비 사건 등에 관심을 쏟고 노사현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며 “내년에도 총선 등 정치분위기에 밀릴 가능성이 높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사정위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노사정위 스스로도 시간이 지날수록 노·사의 신뢰를 잃고 있어 노사정위 무용론이 확산될 수 밖에 없는 지경에 몰리고 있는 셈이다.



    songy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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