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2000년 자동차산업] 전략적 제휴만이 살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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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7:40:00


  • 영어 사전에서 ‘커멘스먼트(Commencement)’라는 단어를 찾아보자. 어떤 뜻이 나올까. 놀랍게도 완전히 다른 두가지 뜻이 나온다.

    첫번째는 ‘시작’, ‘개시’라는 설명이, 두번째는 ‘(대학 따위의) 졸업식’이라는 설명을 찾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해 미국인이나 영국인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단순히 학창시절의 끝으로 여기는 졸업식을 동시에 또다른 시작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끝은 또다른 시작’이라는 영어식 사고에 따른다면 1900년대가 끝나고 새로운 천년이 시작하는 2000년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게도 ‘끝이자 시작’인 시기이다.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20년 넘게 계속되어온 ‘현대-대우-기아’의 3사 체제가 붕괴되는 한편 GM, 포드, 도요타 등 해외의 강자들이 국내에 본격 상륙하는 변화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실질소득 증대가 자동차수요 자극



    그렇다면 2000년 한국 자동차산업의 기상도는 어떨까. 비유적으로 표현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의 2000년 전망은 겉은 달지만 속은 쓴 ‘당의정(糖衣錠)’이라고 할 수 있다. ‘전술적-미시적-단기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는 호황국면이지만, ‘전략적-거시적-장기적’관점에서 본다면 자동차 업계의 사활이 결정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예상된다.

    우선 ‘전술적-미시적-단기적’으로 볼때 내년 한국 자동차 산업은 내수판매와 수출에서 각각 11.8%(143만대)와 8.6%(163만대)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된다(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전망).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6%대로 전망되고, 경기회복에 따른 실질소득 증대가 자동차 수요를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차종별로는 경차가 오히려 판매량이 감소하는 반면 중·대형차의 판매량은 크게 증가하는 등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IMF 불황기에 특수를 누린 경차는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상향화, 소형차 신모델의 잇딴 출시로 99년보다 11.5% 감소한 11만5,000대가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소형차와 중형 승용차는 경기회복에 직접적 영향을 받아 각각 27만대와 21만대가 팔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수출도 현대, 대우 등 국내업체의 공격적 마케팅과 남미 경제가 활력을 되찾음에 따라 99년보다 8.7% 증가한 163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수와 수출을 합친 국내 자동차 생산은 300만대를 넘어서고, 가동률 역시 97년(47.2%)보다 훨씬 높은 74.1%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요컨대 분석범위를 2000년 한해와, 국내시장에 한정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가히 호황국면인 셈이다.





    국내업계, 전략적 제휴에 소홀



    그러나 분석의 시야를 보다 장기적·전략적인 방향으로 옮긴다면 상황은 결코 만만치 않다. 한국 자동차 업계의 명실상부한 리더인 현대자동차의 경우 세계 자동차 산업의 메가트렌드(Megatrend)인 ‘업체간 합종연횡’에서 크게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98년 이후 세계자동차 업계는 다임러 벤츠가 크라이슬러를, 르노가 닛산을, 포드가 볼보의 일부 사업부문을 인수하는 등 주요 업체들의 전략적 제휴가 잇따라 진행되고 있다. 또 GM은 이스즈와 스즈끼에 대한 지분참여 비율을, 도요타는 다이하츠와 히노에 대한 지분을 크게 늘리는 등 다가올 인수·합병(M&A)열풍에 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왜 경쟁적으로 M&A와 전략적 제휴에 뛰어드는 걸까. 또 M&A와 전략적 제휴의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뒤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판도는 어떻게 바뀌게 될까.

    자동차 업계를 휩쓸고 있는 M&A열풍을 설명하는 가장 설득력있는 이론은 ‘다국적 과점이론.’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디트로이트가 진원지인 ‘다국적 과점이론’의 핵심은 21세기에는 군소 자동차업체는 몰락하고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소위 ‘빅 5’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97년 현재 1,850만대에 달하는 세계 전체의 자동차 공급과잉으로 비용인하 압력이 높아지고, 경쟁이 격화될 경우 경쟁력과 규모에서 상위그룹에 속하는 5개 업체만이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빅5 생존설, 국내입장은 달라



    사실 이같은 전망은 국내에도 어느 정도 알려진 상태. 이헌재 금감위원장은 최근 “세계 자동차업계중 5개만 살아남는다는 얘기가 있다. 한국의 자동차산업을 계속 지속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때이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서바이벌 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대자동차가 2000년 상반기까지 게열분리한뒤 외국기업을 전략적 파트너로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세계 자동차산업, 합종연횡 가속’이라는 자료에서 “공급과잉, 기술개발비 급증에 따른 수익감소에 직면한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빅 5’가 볼보, BMW, 닛산, 미쓰비시, 혼다 등 중간그룹을 인수했거나 인수를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연구소는 또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우 ‘합종연횡’에서 소외되고 있는데, 지역과 업종을 불문하고 진행되는 세계 산업의 재편조류에 참여하지 못하면 향후 발전과 생존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재계와 자동차 업계에서는 대우자동차의 인수를 검토중인 GM이 자동차산업을 포기한 국내의 또다른 재벌과 제휴할 경우 ‘국내 1위’이기는 하지만 세계적 재편구도에 뒤쳐진 현대자동차의 입지가 매우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현대의 입장은 다르다. 현대자동차 부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조성재 연구위원은 “소위 ‘빅 5’만 살아남는다는 주장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 업체와 미국 언론이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Globalization) 못지않게 로칼라이제이션(지역화·Localization)도 중요하며, 따라서 ‘빅 5’만큼의 경쟁력은 없어도 현대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나름대로 ‘다층 네트워크’의 일원으로 참여할 경우 충분히 생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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