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어제와 오늘] "당신 자신이 진실을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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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4:56:00
  • ‘옷로비사건’, 한국판 ‘모피게이트’사건(99년 4월16일자 주간한국 ‘어제와 오늘’ 게재)은 종착점을 향해 가고 있다. 적어도 김태정 전 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가 내가 ‘하나님’을 걸고 증언한 것은 거짓임이 드러났다.

    연씨는 “배정숙씨(강인덕 전 통일원장관 부인)에게 수사기밀을 사전에 누츨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성경에 손을 얹고 맹세할 수 있느냐”는 국회 청문회에서의 질문에 단호히,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저를 아십니다.” 그러나 연씨는 문서를 배씨에게 내밀었던 것이다. ‘하나님’은 그녀의 거짓말을 아셨을 것이다.

    진실이라는 것은 ‘하나님’만이 아는 것이 아니다. 진술하는 본인이 제일 잘안다. 또 수사나 추적기자에 의해 밝혀질 수도 있고 피해자의 고발에 의해서도 드러난다.

    래니 데이비스는 96년 11월부터 14개월간 클린턴의 백악관에서 법률고문겸 언론대책 담당자였다. 그는 클린턴과 그의 핵심 참모들로부터 ‘우리편’이라는 평가를 받아야 했고 기자들에게도 가장 근접한 사실을 흘려주는 ‘그들편’이기도 해야했다.

    그가 이런 어정쩡한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정치인이나 변호사나 기자들이 문제가 터졌을 때 서로 교차하면서 문제를 파헤치나 핵심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었다. 그는 때로는 사실을 은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기자들에게 사실을 알려줌으로써 대통령을 법적이나 정치적 위기에서 빠져 나올 수 있음을 체득했다.

    그래선지 클린턴은 데이비스가 백악관을 떠난후인 98년 8월, 루윈스키와의 관계를 증언한 후 그에게 자문을 구했다.

    데이비스는 스타검사의 무모한 정치적 수사, FBI 국장의 스캔들 사건의 수사자료 유출 및 협조를 비난하는 클린턴의 이야기를 들으며 충고했다.

    “당신을 미국 대통령이 아니라 피고인처럼 행동한다. 정치참모들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변호사들 이야기만 듣는다. 이런 방법은 바뀌어야 한다. 기본전략은 한가지다. 사건에 관한 모든 것을 다 말해 버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건은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라는 마음이 들도록 해야한다. 신용을 얻어야 한다. 절대 유출되지 않을 자신이 있고 스타검사의 의회 보고서에도 누락될 것이 있다 하더라도 전부를 공개해야 한다.”

    클린턴은 그의 변호사와 상의해 이 충고를 듣지 않았고 탄핵문전까지 갔다. ‘모피게이트’는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는 면에서 닉슨을 사임케한 워터게이트 사건에 비유되고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불러 일으킨 워싱턴포스트지의 봅 우드워드는 ‘권력의 그늘- 다섯명의 대통령과 워터게이트 사건의 유산’에서 클린턴의 지퍼게이트를 분석하고 있다.

    지퍼게이트는 워터게이트와는 달리 클린턴 혼자서 모든 작전을 지휘하고 치뤄낸 사건이라는 것이다. 닉슨이 비서진, 공화당 등을 은폐에 사용한 것과는 달랐다. 이 사건에는 음모가 없었다. 클린턴은 부끄러운 일로 대통령직이 무너져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속에 거짓말을 했으나 월권적 행위, 초법적 행위는 하지 않았다. 그의 변호사나 비서도 워터게이트식 허위진술을 하지 않았다. 그가 은폐한 것은 부끄러움 때문으로 인한 개인적인 행위였다.

    다만 이 사적인 행위를 스타검사와의 정치적 타협으로 일찍 끝낼 수 있었던 것을 정쟁의 마당으로 끌고 간 것은 잘못이었다. 그리고 부끄러움을 만회하기 위해,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 이라크를 재공습하고, 보스니아 전쟁을 일으킨 것은 허망한 노력일 뿐이라고 우드워드는 비난했다.

    백악관의 제3인자로 4년여간 클린턴의 정책고문이었던 조지 스테파노플러스(현재 TV 논평가)는 루윈스키 사건이 터진 98년 1월 ABC TV에 나와 말했다. “대통령 각하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가능한 한 빨리 빠져 나오십시오. 진실을 말씀 하세요. 책임을 지십시오. 전에도 어려운 시기를 잘 헤쳐 나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모피게이트는 물론 김대중 대통령과는 관계가 없다. 그러나 그 밑의 핵심관료였던 법무부장관, 검찰총장, 청와대 법무비서관, 영부인의 이름도 들먹거려 진다. 오래끌 사건이 아니다.

    래리 데이비스는 지난 5월 백악관의 언론대책 경험을 살려 ‘진실을 말하라. 빨리, 모두, 당신 자신이. 나의 백악관에서의 경험’이란 제목의 책을 냈다. 그의 결론은 “당신은 나쁜 뉴스를 보다 빨리, 모든 것을 당신 자신이 말한다면 좋은 뉴스로 바꿀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 지도자들이 알아야 할 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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