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연타석 안타' 앞서가는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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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8:23:00


  • 고건 서울시장은 흔히 “관운(官運)을 타고난 사람”으로 통한다. 호남출신 고위관리가 가뭄에 콩나듯 하던 과거 정권에서도 승승장구해 마침내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총리까지 지냈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고 시장의 이같은 관운에 대해 주변에서는 ‘조심스런 몸가짐과 매사에 철저하고 튀지 않는 성격 덕분’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고 시장이 마침내 ‘선도(先導)시장’의 본때를 보이기라도 하듯이 선봉을 자처하고 나섰다. 최근 잇따라 내놓은 판공비 내역 공개와 청소년 보호 특별종합대책이 그것이다. 인구 1,000만명에다 정치·경제·외교의 중심지인 서울시장의 일거수 일투족은 바로 전국 지자체장들의 행동지침으로 원용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치보던 단체장들 동참의사 밝혀



    11월25일. 고 시장은 판공비를 전격 공개했다. 판공비 공개 문제는 그동안 공개를 요구하는 시민단체들과 서울시가 맞서 행정소송까지 가있던 터였다. 고 시장이 공개한 판공비 사용내역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지난달 말까지 모두 4억9,335만5,000원.

    고 시장은 나아가 “오늘 공개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에 대해서도 요청이 있을 경우 지출 결의서와 신용카드 영수증 등 증빙서류 사본까지 열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광역자치단체장과 중앙부처 장관 중 판공비를 공개한 것은 고시장이 처음. 시민들의 반응은 좋았다. “광역단체장중 최초로 공개한 만큼 다른 지자체에 모범도 될 것”이라는 평가도 많았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광역자치단체장들이 속속 판공비 공개에 동참하거나 이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표명하고 나섰다. 판공비가 국민 세금으로 조성된 만큼 공개해야 한다는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더욱이 시민·사회단체가 자치단체장의 판공비 공개를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마당에 이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인천에서는 판결에도 불구, 판공비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기초자치단체장들에 대한 주민투표도 거론되는 마당이다.

    그러나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판공비 공개에 동참의사를 밝힌 단체장들은 “고 시장이 너무 튀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장은 업무 성격상 접대비나 위로금 지급 등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지출 항목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전면적인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지역 이익을 관철시키기 위한 로비성 자금의 집행에 제동이 걸릴 경우 업무 추진이 위축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다시 말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전면 공개는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여기에는 ‘아무리 서울시장이라지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안에 대해 한마디 상의도 그럴 수가 있느냐’는 불만도 내포돼 있다.



    시민단체, 환영 속 '전면공개' 촉구



    판공비 공개를 위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는 참여연대는 고시장의 공개를 일단 환영하면서도 ‘꿍꿍이 속’이 있지 않나 하는 반응을 보였다.

    참여연대의 주장은 크게 두가지. 우선, 공개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것. 참여연대는 서울시가 고 시장분에 한해서만 공개하고 부시장이나 각 국의 판공비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판공비가 여러 항목으로 분산·은닉되는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하면 이번 공개분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두번째는 지금까지 공개를 거부하다가 행정소송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서 공개한 것은 의도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법원이 공개 판결을 내릴 경우 전면공개해야 하는 정치적 부담을 덜기 위한 술책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인천시 구청장 판공비 공개를 위한 행정소송 1심판결이 ‘공개’로 내려져 설득력을 더한다.





    청소년 유해업소에 '철퇴'



    청소년 특별종합대책에 대해서도 전혀 준비가 안된 다른 지자체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11월 24일 발표된 ‘서울 청소년보호 특별종합대책’은 크게 청소년 유해업소 근절과 건전한 놀이마당 조성이라는 두가지 목표를 담고 있다. 서울시가 주관한 이번 대책은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 유해업소는 ‘죽이고’, 청소년들이 젊음을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안전시설(그린 존)은 대폭 늘린다는 게 골자다.

    청소년 유해업소에 대한 압박책으로 제시된 ‘엄정 처벌’중에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One Strike Out)제 도입방침이 단연 눈에 띈다. 청소년을 고용하거나, 출입시켜 술을 파는 경우 한번만 적발돼도 허가취소와 함께 영업장을 폐쇄하는 이 제도는 업주들에게 ‘섬뜩한’ 카드임에 틀림없다.

    이와 함께 시내 32곳에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콜라텍과 노래방, 게임방 등의 기능을 한데 묶은 청소년 복합전용시설(가칭 서울 유스텍)을 만들기로 했다.

    그렇다면 서울시가 왜 그같은 처방을 내놓았을까. 지난 10월 청소년들이 떼죽음을 당한 인천 호프집 화재 참사가 반면교사 역할을 했다. 단속 공무원과 유흥업소와의 유착, 유관 기관간의 협조미비 등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 사건은 서울시의 간담을 서늘케 하기에 충분했다.

    유착과 협조미비는 일단 논외로 치더라도 서울 시내에는 청소년 유해업소로 추정되는 업소만 3만1,000여개에 달하고, 이들 업소중 상당수는 안전과는 동떨어진 채 건물 지하에 방치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 7월부터 청소년보호 일부 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됨에 따라 ‘나홀로’ 유흥업소 단속에 의욕을 보였던 서울시는 ‘힘의 한계’를 절감하던 참이었다. 유해업소를 단속하던 시 공무원들이 술집 주인에게 잇달아 폭행당하는 등 ‘신변의 안전’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했다.

    실제로 11월 14일밤에는 용산구 갈월동 숙명여대앞 D식당에서 술을 마시던 송모(18)군을 적발한 시 공무원 오모(7급·44)씨가 업주의 남편으로부터 “죽여 버리겠다”는 폭언과 함께 폭행을 당했다. 전날인 13일밤에도 광진구 화양동 A호프집에서 위생점검을 하던 시 공무원 김모(6급·46)씨가 업주에게 멱살을 잡힌 채 얼굴 등을 얻어 맞았다.

    이 업주는 동료직원 3명과 함께 단속에 나선 김씨가 영업허가증을 확인하려 하자 “너희들 나가. 법대로 해”라고 말하면서 테이블과 벽을 치는등 공포분위기를 조성한 뒤, 김씨의 뺨을 때리고 신문 판매대를 집어던지는 등 난동을 부렸다.

    시 공무원 B씨는 “사법권이 없는 시나 구청 공무원들은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면서 “심지어 단속공무원의 이름을 알아낸 뒤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퇴근때 보자’는 등 협박을 일삼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단속·처벌 강화, 반발도 만만찮아



    이처럼 공무원이 폭행당하는 사건이 빈발한다는 보고를 받은 고시장은 검찰 경찰 국세청 등 이른바 ‘힘있는 부서’와 시교육청 등 유관 기관을 ‘끌여’ 들였다.

    인천 호프집 참사 등이 있은 마당이라 그 누구도 고시장의 명분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종합대책 발표현장에 ‘배석’한 임휘윤 서울지검장, 윤웅섭 서울경찰청장, 김성호 서울국세청장 등 서울지역 기관장들은 ‘가벼운 처벌에 그쳤던 청소년 출입업소와 주류 제공업주 구속 수사’ ‘청소년 유해업소 밀집지역에 대한 특별기동단속반 24시간 감시’‘세무조사 강화’ 등의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나 이번 대책은 현행 법상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허가취소된 업소에 대해 유사 업종까지 영업을 막겠다는 부분은 유사 업종의 범위를 정하는 게 쉽지 않은데다, 개인의 영업권을 침해할 소지도 크다.

    한번 적발된 업소를 퇴출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는 업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시민 단체들은 “공무원과 업주와의 유착고리 끊기, 관련법 개정 등 극복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며 “특히 시민들이 청소년 보호에 직접 나선다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j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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