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편집실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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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9:39:00
  • 지난 7월 인종혐오범의 총격으로 미국에서 숨진 미 인니애나대 유학생 고 윤원준씨의 부모에게 미국인 215명이 추모금 2만2,000달러가 전달됐다는 보도가 최근 있었습니다.

    이에 앞서 11월11일에는 인디애나주 부지사가 윤씨의 서울 집을 직접 방문해 부모에게 용서를 빌었고, 나흘뒤에는 인디애나대 법대 교수도 찾았습니다. 교수는 애도를 표하면서 내년 가을학기 부터 법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매년 연구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학교측 공문도 전달했습니다.

    그들은 자신의 나라에서의 사회적 문제로 빚어진 참사에 대해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진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어떤 미친 놈의 미친 짓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를 않았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전 국가대표선수가 훈장을 반납하고 자신이 대표했던 나라를 버렸습니다. 당리당략으로 날을 새는 정치,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공직자, 부정부패, 되풀이 되는 같은 유형의 사건 사고 등은 우리의 고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고질은 국민의 생명·재산과 직결되는 사안들입니다. 제도에서부터 의식구조까지 제대로 고쳐야 하는데도 그러지를 못해 계속되고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국회를 보지요. 예산결산 심사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뤄졌습니다. 1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예결산 모니터시민연대’는 예산결산특위가 11월22일 올 세출 결산액 127조4,584억원을 749분만에 심의처리, 분당 결산금액이 1,701억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상임위들은 정부안보다 2조6,000억원이나 증액된 예산요구안을 예산결산위에 넘겼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둔 행정부의 선심성 예산편성을 철저하게 감시해야 할 그들이 혈세 나눠먹기에 혈안인 양상입니다. 혈세를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행태가 해마다 되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의원들의 제밥그릇 챙기기식 집단이기주의는 우리를 실소케 합니다. 국회정치개혁특위가 국회의원직을 유지한 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개정키로 합의했다가 하룻만에 철회했습니다.

    자치단체장은 자신이 속한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하려면 선거일전 180일 이내, 타 지역에 출마할 때는 선거일전 60일전까지 사퇴해야 합니다. 형평성 시비가 뻔한데도 여야는 그같은 합의를 했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던 것입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변해야 산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화두입니다. 개혁작업이 사회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회 법사위는 내부고발자 보호조항을 삭제키로 하는 등 변호사법을 개악했다가 비난여론이 일자 유보했습니다. 세제개혁도 당초 안에서 변질되고 있습니다. 부패방지기본법 등 개혁입법들의 처리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알 만합니다.

    옷로비의혹 사건은 어떻습니까. 급기야 국민들을 허탈과 분노속으로 내몰았습니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고위공직자들은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을 사적인 이유로 유출했습니다. 국가 기강이 무너졌다는 소리에서 부터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 사건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습니다. 진실은 언젠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는 진리를 애써 외면했던 것입니다.

    고대 중국의 이상적인 제왕인 요임금과 순임금 시절의 치수 이야기는 우리에게 금과옥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요임금 때 치수사업을 맡은 곤은 9년동안 전력을 다했으나 실패했습니다. 물길을 틀어막는 강제적인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큰 비가 올 때 오히려 홍수를 키웠습니다. 요임금의 뒤를 이은 순임금은 곤의 아들 우에게 치수사업을 맡겼습니다. 아버지의 실패를 거울삼은 아들은 지형과 지물을 두루 살핀 뒤 물길을 틔우는 방법으로 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바다로 이끌어 성공했습니다. 부자의 이야기는 매사를 물 흐르듯 처리해야 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다 선생님으로부터 손바닥을 자로 맞은 초등생들이 ‘집단’으로 파출소로 몰려가 선생님을 신고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로 부터 배운 것이 그런 것입니다.

    jr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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