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용감한 선수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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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8:15:00
  • 프로야구 13년차 노장인 송유석(33)에게 올 겨울은 그야말로 ‘위기의 계절’이다. 소속 구단인 LG가 FA(Free Agent)를 선언한 그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채 정리해고 대상에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97년 해태에서 LG로 이적해온 그는 새 제도가 생겼는데 팀의 주장이자 맏형된 입장에서 구단 눈치만 보고 이제도를 활용을 않으면 후배들에게 나쁜 선례를 남길 수도 있을 것 같아 ‘충정’에서 과감히 FA를 신청했다.

    물론 그간 LG 구단측과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터라 이참에 자신의 위상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없진 않았다.





    공룡 구단과 싸워야 하는 국내선수들



    송유석은 단지 돈 때문이 아니라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구단측에 연봉도 백지위임했다. 그러나 LG구단측은 송에게 ‘괘씸죄’를 적용, 11월 27일 소속구단과의 계약 마감일까지 재계약에 대한 어떠한 언질도 주지 않았다. 그는 이달말까지 타구단과 접촉한 뒤 내달 31일까지 전구단을 상대로 협상을 벌여 계약이 안되면 내년 1년을 실업자로 남아야 한다.

    더구나 얼마전 FA선수를 영입한 새 구단이 지불해야할 보상금이 150%에서 200%로 늘어나고 팀 보류선수 (타팀에서 지목해 빼내갈 수 없도록 소속 구단이 정한 이적 불가능 선수)수도 25명에서 20명까지 줄어드는 등 보상 조건이 까다로워져 더욱 그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와 같은 국내 프로스포츠 여건에서 송유석처럼 ‘용감한’선수들은 제도권의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매년 엄청난 흑자를 내는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과 달리 지반이 취약한 국내에서는 재정권을 가진 구단의 입김에 따라 판이 이끌려 갈 수 밖에 없다.

    ‘선수노조가 생기면 아예 팀을 해체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공룡’ 구단을 상대로 선수들이 권리를 찾는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구단들은 선수 연봉을 줄이기 위해 FA제도내에 보상규정, 보류선수규정, 계약기간 단축 등 갖가지 규제 장치를 만들었다.

    76년부터 FA제도를 실시해온 야구 선진국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초기에는 구단의 횡포가 막강했다. 당시 메이저리그는 FA제도를 실시했지만 보상규정이라는 장치를 만들어 선수들을 옭아맸다.

    이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을 A급(각 포지션에서 상위 20% 이내 선수), B급(상위 21~30%에 속하는 선수)으로 분류해 자유계약을 선언한 A급 선수를 내준 팀은 다른팀에서 보류선수(구단이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지명한 24명)가 아닌 선수중 1명을 마음대로 데려오고 신인드래프트 1회의 추가 지명권을 갖도록 했다. B급 선수를 빼앗긴 구단은 신인드래프트에서 2번의 추가 지명권을 갖도록 했다.

    물론 계약 연봉의 200%를 추가로 기존 구단에 물어줘야 하는 우리보다는 덜 가혹하지만 선수들이 쉽사리 FA를 신청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불합리한 보상 조항은 결국 각종 부작용으로 인해 85년부터 사라졌다.





    미국·일본, 구단과 대등한 위치



    이런 불합리한 규정 폐지에 공헌한 것은 역시 선수 노조였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885년부터 구단 전횡에 맞서 힘을 결집하려는 선수들의 노력이 있었으나 매번 구단측의 압력에 굴복해야 했다. 그러다 1954년 선수회가 결성돼 현재의 선수 노조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선수 노조는 동맹 파업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구단측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도 미국처럼 활발하지는 않지만 선수 노조가 결성돼 선수 권익 보호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88년 최동원이 선수 노조를 추진했으나 ‘팀 해체 불사’를 선언하며 강경하게 나온 구단측의 힘에 눌려 무산된 바 있다.

    국내 프로야구 구단측은 올해 등록 선수 456명의 평균 연봉이 3,700만원, 그중에서도 25명 엔트리안에 드는 선수의 연봉은 6,800만원에 달하는 등 결코 연봉액이 적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돈이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다. 선수들도 당당히 자신들의 주장과 권리를 펼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은 보장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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