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문화로 세상읽기] 영화제 난무,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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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8:49:00


  • 자고나면 영화제이다. 하루가 멀다고 이 땅에서는 영화제가 열린다. 바야흐로 영화제천국이다. 그 유행은 작은 소도시에까지 번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주민을 위한 잔치로 이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들인가 보다. 국제란 타이틀을 단 영화제만 해도 10여개가 넘는다.

    그중 정말 ‘국제’다운 영화제만 3개로 늘어난다. 내년 4월 전주에서도 국제영화제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마치 세계 3대영화제(칸, 베를린, 베니스)처럼 우리도 부산, 부천, 전주의 3대 국제영화제가 존재하게 된다.

    이런 종합축제말고도 많다. 이른바 테마영화제. 여성, 퀴어(동성애), 사이버, 인권이란 주제를 내걸고 쉼없이 영화제가 이어진다. 이런 잔치를 두고 말이 많아졌다.

    “영화제가 귀한 영화들을 볼 수 있게 해줘 다다익선이다”“예술영화 상영과 제작문화 없는 일회성의 속빈 강정”“극소수 마니아를 위해 돈을 낭비한다”“지방자치단체의 생색내기와 단체장들의 업적올리기”

    이런 분분한 의견을 의식하듯 영화문화정책연구소는 11월22일 한국영상자료원 자료실에서 ‘바람직한 영화제에 대한 논의’란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영화제는 많이 생겼지만 어떻게 영화제를 열고, 영화제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는 처음이었다. 김홍준 전 부천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용관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이혜경 여성영화제집행위원장 등이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했다.

    김홍준씨는 영화제를 세가지로 분류했다. 대종상 영화제같은 시상식과 필름 페스티티벌과 영화를 사고파는 쇼케이스. 그의 분류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화제는 모두 필름페스티벌이다. 그것도 큰 것은 관(官)주도의 거액 행사이고, 작은 것은 민간단체의 초라한 영화보기행사이다. 그는 우리의 큰 영화제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조급성, 규모에 집착, 일회성, 하향식.게다가 전문가의 부재.

    이용관 프로그래머는 부산영화제의 탄생과정을 이렇게 밝혔다.“85년 처음 영화제 얘기가 나왔을 때 반대했다. 그러다가 3억~5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영화제를 열기로 했다.

    국내 처음이기에 외국 것을 흉내내기로 했다. 그러다보니 예산이 23억원으로 커지는 우를 범했다. 프로그래머를 하라고 하기에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아무도 분명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그저 재미있는 영화나 골라오면 되는 것이란 대답만 들었다.”

    이혜경씨는 이를 ‘권력형 영화제’라고 했다. 다분히 정치적인 이유로 만들어져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돈을 쓰면서 외형만 자꾸 키우는. 큼직한 국제행사를 유치하면 치적이 되는. 실제 부산영화제는 갈수록 규모가 커져 마치 몇개국 몇작품이 영화제의 권위와 힘의 척도인양 슈퍼마켓을 방불케 하는 잡다한 영화제가 됐다.

    동국대 정재형 교수의 비판은 더 신랄하다. 영화제 난립을 병적인 현상이라고까지 했다. 그리고 “지역문화 활성화의 목적없이 관객 갖고 장사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목표도 불분명하고, 뚜렷한 차별성도 없는 우리의 국제영화제. 전주가 궁리하다 못해 ‘대안 영화제’라고 했지만 그것이 부산이나 부천과 얼마나 다를지 알 수 없다. 외국 유명작품, 재미있는 영화, 독특한 영화를 가져와 상영하고 관객이 얼마였다고 자랑하는 영화제. 외화수입업자들의 홍보장이 된 영화제. 그 전시효과와 장삿속에 정부는‘영상문화발전’이란 명목으로 국민의 세금을 쏟아붓는다.

    다양한 영화의 소개란 측면에서는 오히려 테마영화제가 바람직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많다 보니 한 작품이 이곳저곳에서 중복 상영되는 사례가 잦다. 축제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영화제는 문화적 욕구에 의해 만들어져야 진정한 색깔을 가질 수 있다. 그러자면 예술영화에 대한 토양부터 만들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영화제 놓고 “왜?”“어떻게?”를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다.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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