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바둑] 바둑가 겨울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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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9:02:00
  • 예선전을 마치 세계대회처럼-. 예선대국에서도 도전기같은 열띤 경쟁이 펼쳐져 바둑가가 부쩍 달구어지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각국의 고수들과 거액을 걸어놓고 빅승부를 펼쳐보는 건 프로기사의 공통된 꿈이다. 프로는 돈이다. 그러나 국내기전은 3억원에서 1억원 정도의 규모이기 때문에 160여 프로기사가 골고루 나눠갖는다고 해도 10개 남짓한 기전으로는 목돈을 만질 기회가 없다.

    그러나 세계대회가 봇물터지듯 생기면서 이창호가 아니라도 거금을 만지거나 세계대회에 나갈 기회가 차츰 늘어나 바둑가는 생기를 찾고있다. 예선 한판 본선 한판이 마치 도전기를 치르는 듯한 열전을 펼쳐 바둑가는 한파를 녹일 훈풍으로 가득하다.

    먼저 12월에 펼쳐질 바둑가의 빅카드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 흔히 연말연시는 전통적으로 도전기의 계절로 불려왔다. 각종 기전의 결승및 도전기가 연일 이어지면서 누가 타이틀을 몇개 차지했느니, 이창호가 전관왕을 하느니 마느니 설왕설래했던 때가 돌이켜보면 다 겨울철이었다.

    그러나 올 12월은 고작 하나의 도전기가 치뤄지나 무려 3개의 세계대회가 기다리고 있다. 6일부터 삼성화재배 결승, 16일에는 신라면배가, 22일에는 춘란배가 막을 올려 바둑가는 정신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된다.

    물론 세계대회가 많다고 해서 많은 기사가 다 따뜻한 겨울을 맞는 건 아니다. 그러나 수년전처럼 아예 세계대회는 내 몫이 아니라서 구경꾼으로 남겠다고 일찍 포기하는 분위기에서 이제는 나도 한번 나가보겠다는 자신감으로 바뀐 기사가 많아졌다는 점이 달라진 풍속도다.

    아직도 국내기전의 예선전은 10만원에서 30만원 정도의 대국료밖에 지급되지 않는다. 설사 승승장구하여 본선에 오른다고 해도 50만원에서 100만원의 수입이 있는 정도다. 목돈을 그래도 만지려면 결승쯤엔 올라야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우승이 아니라면 결코 천만원대를 손에 만지기는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러나 세계대회가 많아지고, 특히 국내선발전이 생겨남으로 해서 비록 타이틀 홀더가 되지 않더라도 수천만원대의 상금을 차지할 수도 있게 됐다. 국내에서 주최하는 LG배라든지 삼성화재배 등 굵직한 국제대회 예선전을 뚫게 되면 그 자체로 수백만원의 상금을 챙길 수 있고 본선에서 한두판을 이기게 된다면 거의 천만원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중순께 막을 올리는 신라면배 국내예선전은 열띤 경쟁의 대명사가 된 바 있다. 5명을 선발하는 예선전에서 이창호와 조훈현은 무난히 가시밭길을 헤쳐나왔지만 유창혁과 서봉수는 불의의 일격을 맞아 와일드카드를 놓고 반외신경전을 치열하게 벌인 바 있다.

    그 대회에서 목진석과 김영삼이 대표로 선발되었는데 만일 한국이 우승하게 된다면 (그 가능성은 아주 높다)우승상금이 10만달러가 된다. 따라서 5명이 똑같이 나눈다고 볼 때 2,500만원의 배당이 돌아오는 셈이다. 이는 랭킹 10위권의 기사가 한해동안 벌어들인 수입과 맞먹는다.

    열심히 하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바둑계는 뜨거울 수 밖에 없다. 그 뜨거움은 자연스레 기력향상을 가져올 것이고, 그것은 새천년에도 한국이 세계속에서 우뜩 솟은 강자의 위치를 차지할 것이란 희망과도 맞닿아있다.

    이창호를 위시한 정상급과 그들을 따라붙겠다는 숭고한 꿈을 가진 소수정예 신인들만 수놓던 바둑가에 점점 새로운 얼굴들이 상위 랭킹을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새로운 뉴스가 등장할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결코 한국바둑의 층이 얕지않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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