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반항과 부드러움이 안방을 휘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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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1.30 19:33:00


  • 풋풋한 20대 초반의 신선한 남자들이 브라운관을 통해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젊은 남자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 99년 들어 새로이 나타난 현상은 아니지만 90년대 젊은이의 반항적인 이미지와 여성화된 귀여운 남성의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며 눈길을 끌고 있다는 점은 특이하다.

    인기몰이의 전면에 나선 이들은 장혁, 차태현, 심지호 등 세 남자.

    그들중에서 가장 먼저 스타로 떠오른 이는 장혁(23). 강렬한 눈빛, 선이 분명한 외모가 한눈에 들어오는 장혁은 올해 초 방영된 KBS 2TV 청소년 드라마 <학교>를 통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극중에서 그는 귓가에 항상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아무도 자신의 영역을 파고들어올 수 없다는 듯한 무언의 시위는 신비함마저 감돌게 한다. 그의 모습에 빨려들지 않을 10대들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수많은 팬들이 러브 사인을 보내고 있다.



    반항아적 이미지와 밉지않은 가벼움

    올해 서울 예대 영화과 2학년. 평소에도 무언가 설명하기 힘든 강한 기운이 항상 주변을 맴돈다. 왜 그를 좋아하는지 설명하는 것은 젊은 세대들에게 허공속에 떠도는 메아리나 다름없다. ‘그냥 느낌이 좋아서’일 뿐이다. 마음이 가는 곳에 몸을 맡길 뿐이다. 그래서인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는 10대들의 취향의 적절한 대상으로 등장했다.

    장혁은 현재 MBC TV 미니시리즈 <햇빛속으로>에서 완숙된 반항아적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 시덥잖은 상류계층을 비웃고 자신만의 질주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가끔씩 대상을 쏘아 본다. ‘난 나일뿐이야’라고 말하듯이.

    장혁과는 대조적인 이미지로 사랑받고 있는 이가 차태현(23)이다. 귀여운 외모에 부드러운 음성, 촐랑거리지만 밉지 않은 몸짓으로 젊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차태현은 지난 겨울 방영된 MBC TV <해바라기>에서 푼수끼가 있는 신경외과 레지던트 1년차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극중에서 실수로 뇌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는 여자 환자의 머리를 밀어버린다. 이 일을 계기로 얼떨결에 둘은 연인이 되어 버린다.

    그를 좋아한 여자 환자 김정은도 푼수끼에 어쩔줄 모르고 당황해하며 같이 푼수를 떠는 모습이 깜찍하기까지 했다. 김정은과 차태현은 드라마가 종영된지 1년 가까이 된 지금도 휴대폰 광고 모델로 함께 출연하고 있을 정도로 강한 이미지를 구축했다.

    차태현, 장혁을 바짝 뒤쫓고 있는 신세대 탤런트는 심지호(18). 장혁이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학교>의 후속 주자로 신세대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극중에서 그는 재벌의 아들로 교내 폭력서클도 함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귀공자 역을 맡고 있다. 큰 키에 호리호리한 몸매, 깔끔한 얼굴 등 10대들이 부러워할 만한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다. 거만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양보할 수 있다고 말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강함·부드러움·딱딱함의 공존



    성격이 다른 세 사람이 젊은 층에 크게 어필한 것은 지금 현재 10대 팬들의 가슴속에 상반된 캐릭터가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강함과 부드러움, 딱딱함의 상존은 사춘기와 세기말을 동시에 겪고 있는 10대들의 혼란스러움을 대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젊은 연기자들이 전성시대를 구가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스타를 좋아하는 팬들의 적극성 때문이다. 스타들을 자신의 문화적 욕구대상으로 자리매김한 상태에서 보다 강렬한 욕구충족을 원하는 것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중문화의 현상이다.

    또한 스타를 마음속에만 간직하고 이상적인 연인이나 멀리서 바라보는 대상으로 국한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이제 그들을 만지고 느끼고 싶어한다.

    좀 더 현상을 파고 들어가보자.

    90년대 들어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젊은 세대들이 문화 주도세력으로 등장했다. 마땅히 그들의 문화향유 욕구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그들은 다양한 소비형태로 자신들만의 모습을 형성해 나간다.

    공연장의 떠들석한 괴성들과 자지러지는 듯한 몸짓은 이미 흘러간 이야기가 되어버릴 정도로 급속한 변화를 거친 20세기 마지막 해. N세대로 불리는 젊은 층은 이제 더 이상 스타를 바라보고 있지만은 않다.

    이른바 팬덤. 스스로 팬클럽을 결성하고,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스타는 이제 브라운관이나 사진을 통해서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직접 그들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즐거움을 나눈다.

    10대들의 아이돌 스타는 대부분 가수에 국한된 경우가 많았다. 5분여의 짧은 순간동안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강력한 비트는 학교를 벗어난 곳에서는 발을 붙이기 힘든 문화소외의 한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이제 90년대 초반의 10대들은 사회의 다양한 제도권으로 흡수됐다. 이제 함성이 떠난 그 자리를 다시 차지한 90년대 후반의 10대들은 더 세련된 것을 원한다.

    보다 세련된 반항과 세련된 무관심이 그것이다. 적절한 요소를 갖춘 장혁과 차태현은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에 광고 시장에 진출했다. 만만치 않은 잠재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10대들을 유혹하기 위해 경쟁 관계에 있는 휴대폰 업체의 주력 모델로 등장했다.



    휴대폰시장 확대, 기대이사의 광고효과



    이들 둘은 포화상태라던 휴대폰 시장을 확대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것이 광고업계의 솔직한 답이다. 장혁은 안정된 기성세대를 상징하는 안성기와 함께 등장해 제품의 신세대 이미지를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

    사이버 세대로 불리는 10대들에게 그의 쏘아보는 듯한 눈빛과 비웃는 듯한 미소는 충분한 러브콜이다. 차태현은 순간 순간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변덕쟁이의 모습으로 소비를 유혹한다. 마음이 이끌리는 곳에 몸을 맡기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스타의 스케줄을 줄줄 꿰며 따라 다니지는 않아도 그들이 광고하는 제품은 갖고 싶어하기에 이들의 광고 효과는 기대치 이상이었다.

    TV드라마와 광고시장 전면에 나선 젊은 남자들. 이들은 10대들을 유혹하면서 당분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할 전망이다.



    ohy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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