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해적] "해군력 길러 건드리지 못하게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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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2.07 19:17:00
  • 탈냉전기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불안 중 하나는 그 연원이 바다에 있다. 냉전기 해양대국 미국은 막강한 해군력을 동원해 전세계 바다의 안전을 보장해 주었다. 자본주의 자유무역 국가들과 동맹을 맺고, 소련을 위시한 사회주의 대륙국가와 경쟁을 벌였던 미국은 전세계 자본주의 무역국가들이 마음놓고 국제무역에 종사할 수 있도록 세계의 바다를 지켰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환경속에서 해군력의 뒷받침이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무역국가로 발전할 수 있었다. 우리의 화물선과 상선은 세계 5대양 6대주를 마음놓고 다녔다. 미국 해군이 우리 화물선과 상선의 해로 안보를 보장해 주었기 때문이다.





    미해군력 약화, 바다질서 붕괴



    탈냉전기 미국의 해양 역할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캐스퍼 와인버거 전 미 국방장관은 미국 해군이 냉전종식 이후 급격히 약해지고 있다며 “1999년의 미 해군은 1939년이래 최약(最弱)의 해군”이라고 걱정한 바 있다.

    미 해군은 군함 숫자도 줄어들어 세계의 바다 전체를 누비고 다니며 경계 근무를 했던 과거의 모습을 점차 보기 힘들게 됐다. 아시아의 경우를 보아도 이런 상황은 분명하다. 필리핀 수빅만에 있던 미국 기지가 폐쇄된 것도 냉전 종식 이후의 일이다. 미 해군은 냉전시대의 수준으로 대만해협을 정기적으로 순찰하지도 않는다. 즉 바다에서의 질서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아시아에서 더욱 심각하다. 중국과 일본은 미국이 빠져나간 서 태평양 해역에 힘의 공백이 생겼다고 느끼고 있으며 그 힘을 자국 해군으로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근년에 이르러 나타나는 중국과 일본의 해군력 증강은 우리가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이와 더불어 임자가 없어진 바다에 나타난 것이 동화에나 나올 법한 해적들이다. 21세기를 맞이하는 마당에 해적이 웬말이냐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해적이란 바다의 강도들이다. 돈과 화물을 잔뜩 싣고 항해하는 선박을 강탈해서 먹고사는 깡패들이다. 그런 해적이 냉전 이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돈만 뺐는 것이 아니라 배도 빼앗고 이에 대항하는 선원의 생명도 빼앗는 불한당들이다. 바다의 무질서 상태가 형성되는 것이다.





    해적사건 대부분 남중국해서 발생



    99년 7월5일자 뉴스위크지는 해적문제를 특집으로 삼을 정도로 해적의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그런데 전세계 해적 사건, 특히 해적들에 의한 살인사건의 대부분이 남중국해에서 야기되고 있다. 98년 해적에 의한 선원 사망은 67 명이었는데 그중 66명이 이 해역에서 살해되었다. 99년에는 전반기 반년 동안 해적에 의한 사망자 숫자가 전년도 전체 사망자 숫자를 넘을 지경이다.

    해적 사건의 3분의 2가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남중국해는 우리나라 수입 화물 물동량 총량의 4분의 3 이상이 지나는 바다이다. 특히 우리의 운명에 사활적인 유조선이 끊임없이 지나 다니는 곳이다. 이미 우리나라의 선원들은 해적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선장이 승선했던 텐유호 사건은 아직도 미궁에 빠져있고 선원들의 생사조차도 알 길이 없다.

    바다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낄 때 우리처럼 국가의 운명을 바다에 걸고 있는 나라들은 대단히 어렵게 된다. 해적은 그 규모를 본다면 별 것 아니라 해도 찾아내 혼내주기가 정말 힘든 존재들이다. 항상 경계를 함으로써 사전에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것이며 우리 해군력만으로는 벅찬 일이다.

    해적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나라들이 힘을 합쳐 대처해야 할 일이다. 우리해군은 해적의 출몰을 억제하기 위한 연합해군의 대해적작전에 참여하기 위해서라도 지금보다 막강해져야 한다. 해적을 막기 위해서는 수천Km 이상 떨어진 원양에서 작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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