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롯데그룹의 안과 밖] 재계 '질투' 부른 든든한 살림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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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2.07 18:19:00


  •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말이 생길만큼 월나라와 치열한 전쟁을 벌였던 오나라에 서시(西施)라는 미인이 있었다. 집권 초기 월나라를 정복까지 했던 오나라 왕 부차(夫差)는 결국 월나라 왕 구천(勾踐)이 바친 서시의 미모에 빠져, 향락을 일삼다가 나라까지 망쳐 버렸다.

    서시는 ‘서시빈목(西施 目+賓 目)’이라는 고사성어가 전해질 정도로 미모가 뛰어났다.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서시가 눈살을 찌푸린다’는 뜻인 ‘서시빈목’은 실제로는 ‘영문도 모르고 남의 흉내를 내는 사람’을 빗대어 표현할 때 사용된다.

    ‘서시빈목’이란 말이 생겨난 유래는 이렇다. 원래 월나라 저라산(苧羅山) 근처에 살았던 서시는 어려서부터 미인이었다. 때문에 서시의 패션이나 행동거지는 동네 아가씨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어느날 그녀가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배가 아파 눈살을 찌푸렸는데, 그것마저 예쁘게 여긴 동네 여인네들이 눈살을 찌푸리고 다녔다는 것이다.





    일거수 일투족 재계의 주목거리



    그렇다면 1999년 12월 현재 국내 기업중에서 ‘서시’라는 이름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곳은 어디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롯데그룹’이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인 ‘샤롯데’의 이름에서 유래한 롯데그룹은 그 매력적인 이름만큼이나 ‘일거수 일투족’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해태음료와 포철지분 매각과 관련해 ‘롯데그룹이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두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는데, 이는 롯데의 묘한 처지를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조흥은행 등 해태그룹 채권단은 최근 3,085억원을 받고 일본계 컨소시엄에 해태음료를 매각키로 했으나 일부 음료업체를 중심으로 ‘롯데 배후설’이 제기돼 난항을 겪었다.

    요컨대 컨소시엄의 최대주주이자 51%의 지분을 갖고 있는 ‘히카리 인쇄그룹’이 롯데그룹의 대리인에 불과하며 따라서 ‘일본계 컨소시엄’의 해태음료 인수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음료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칠성(33%)과 해태음료(25%)이 통합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제한선인 50%를 넘게 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같은 주장에 대해 롯데와 조흥은행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롯데는 “평소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과 교분이 깊은 히카리 인쇄그룹 사장이 ‘한국 실정에 어둡다’며 컨소시엄 참여 요청을 해와 이를 받아들인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한국시장 석권을 노리는 다국적 음료회사가 소문의 진원지”라고 주장했다.

    조흥은행도 “해태음료의 헐값 인수를 추진하다가 실패한 일부 업체들이 의도적으로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흥은행 김상현 심사역은 “1,800억원에 불과한 헐값으로 해태음료를 인수하려는 모 업체가 3,085억원을 내놓은 일본 컨소시엄을 몰아내려고 악의적인 소문을 퍼뜨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러움 넘쳐 '질시'로 이어져



    정부보유 포항제철 주식의 매각과 관련, “롯데가 포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해태음료’의 경우와 사정이 비슷하다. 지난 12월 1일을 전후로 철강업계에서는 “정부가 산업은행이 보유중인 포철주(12.84%)를 매입, 포철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퍼졌는데 이 역시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롯데측의 공식입장이다.

    해태음료와 포철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IMF체제 이후 2년 동안 롯데그룹은, 서시가 ‘저라산’마을의 평범한 여자들로부터 질시섞인 주목을 받은 것보다도 훨씬 더 많은 질시와 주목을 받았다.

    숱한 언론보도와 소문을 통해 “제일·서울은행, 담배인삼공사, 포항제철, 대한생명, 동서증권, 그랜드백화점(강남점), 인천 동아시티백화점, 블루힐백화점 등이 롯데로 넘어갈 것”이라고 알려졌으나 실제로 주인이 바뀐 것은 기존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사들인 그랜드와 블루힐백화점뿐이다.

    더구나 그랜드백화점 인수는 그랜드백화점 김만진 회장이 중도금 800억원을 받은뒤에 “너무 싸게 팔았다”고 계약파기를 선언, 롯데가 체면을 구기면서 법정소송까지 벌여야 했다.

    그렇다면 왜 기업인수와 관련, 롯데그룹에만 재계의 관심이 쏟아지는 걸까. 그리고 롯데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재계와 언론의 특별한 관심에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일까.







    백화점·할인점등에 엄청난 투자



    롯데그룹이 한국 재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다른 재벌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낮은 부채비율과 막강한 자금동원 능력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내로라하는 국내 주요 재벌들의 부채비율이 400%를 웃돌던 97년말에도 부채비율이 216%에 불과했고 최근에는 93%에 머물고 있다. 게다가 한때 세계 10대 갑부에 꼽힐 정도인 신격호 롯데회장의 개인재산은 롯데의 막강한 자금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회장이 98년초 국내사업 투자용으로 개인재산 1,000만달러를 들여오는 등 롯데그룹 전체로 총 5,000억원 가량의 투자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98년 이후 롯데가 백화점이나 할인점 부지매입 등을 위해 투자하는 엄청난 돈의 대부분이 이때 들여온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롯데가 다른 재벌들로부터 ‘질시의 대상’이 되는 이유는 그 막강한 자금력 때문인 셈이다.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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