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김태정 밟고 재벌을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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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2.07 17:28:00


  • “우리는 반개혁세력에 너무 많이 약점에 노출돼 있었다.”(국민회의 한화갑사무총장)

    “알고보니 보복공작이었다.”(이영일대변인)

    김태정 전법무부장관이 검찰에 소환된 3일 아침, 회의를 위해 국회총재실에 모인 국민회의 간부들은 착잡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15대 대선 당시 ‘DJ비자금’사건 수사를 유보했던 김 전장관은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은인(恩人)이었고 불안하기만 했던 정권초기 정권안보를 짊어진 ‘동지’였다. 북풍 세풍으로 이어진 사정작업의 전위대였던 김 전장관의 추락은 당직자들에게도 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김 전장관의 구속까지 여권내부에선 진통이 계속됐다. 우선 김 전장관이 사직동팀 문서를 신동아 로비스트인 박시언씨에게 준 행위가 과연 구속으로까지 가야하는 사안인가라는 점이 논란이 됐다. 물론 김 전장관의 평가까지 겸해진 논쟁이었다.

    한 축에서는 엄연한 기밀유출행위로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고,또다른 한편에서는 “일종의 실수인데 과실을 처벌할 수 있겠느냐”고 맞섰다. 전자가 청와대와 동교동 그룹이라면 후자는 권력 핵심부의 주변에서 한발 비켜선 사람들이었다. 후자쪽 사람들은 ‘반개혁세력론’을 제기하며 “너무 쉽게 야당과 반개혁세력의 페이스에 밀렸다”고 지적했다.





    거짓말 드러나며 분위기 바뀌어



    옷로비사건 와중에서 동교동그룹의 김 전장관에 대한 평가는 문건 유출사실이 밝혀진 전후로 상반된다. 옷로비사건 특검전에만해도 한화갑총장과 김옥두총재비서실장등은 김 전장관에 대해선 온정적이었고 보호하려는 입장이었다.

    “김전장관은 옷로비사건의 피해자”라는 논리였다. 부인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지만 최순영회장을 구속시킨 장본인으로 본인이 직접 비난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 ‘실패한 로비극’이라는 여권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러나 특검 수사과정에서 문건유출사실이 드러나고 사건의 포인트가 ‘로비’에서 ‘거짓말’로 바뀌면서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동교동사람들의 입에서 “공직자로서 처신이 문제였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공직기강의 문제로 흘러갔다.

    물론 이같은 반응은 김대중대통령이 11월 27일 “신동아에서 나에게 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로비를 펼쳤으나 결국 실패했다”면서 “그러나 대통령에게 보고된 문서가 유출되고 심지어 피의자측에 전달된 것은 이해하거나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언명한 직후의 상황이다.

    여권내부에선 김대통령의 메시지로 김전장관의 구속은 피할 수 없다는 감이 잡힌 것이다. 대통령에게까지 화가 미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선 희생양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27일 발언이후 누군가는 구속되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고 그 사람이 김전장관이라는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었다”고 말했다.





    대통령 ‘엄벌’ 의지로 구속 급물살



    그러나 여권의 분위기는 김대통령의 출국이후 ‘신동아 음모론’이 제기되고 김 전장관측의 적극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또다른 반전을 겪는다. 청와대 관계자의 이어지는 이야기. “김 전장관이 신동아측에 협박을 당하고 사직동팀 문건공개도 신동아(박시언)씨의 작품임이 밝혀지면서 동정여론이 돌았어요.

    그럼 두고보자는 쪽으로 반전되는 분위기였지요. 검찰쪽에서도 은근히 불구속기소를 기대하며 이쪽의 눈치를 보는 것 같았어요. 사실 김 전장관에게 적용할 업무상 기밀누설죄도 딱 떨어지는 죄목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30일 필리핀 국빈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대통령이 ‘모든 의혹사건을 엄격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겠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강조하면서 대세는 결정이 났습니다. 대통령의 의지가 확인된 이상 검찰도 머뭇거릴 처지가 못됐던 겁니다.”

    김 전장관은 결국 4일 밤 구속수감됐다. 검찰은 김 전장관에게 업무상 기밀누설죄와 문서변조죄를 적용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김 전장관이 누설한 기밀은 본인이 취급하는 업무상 비밀이 아니라 제3자인 ‘박주선비서관’의 업무상 비밀을 지칭한다는 점이다.

    또 사직동팀 보고서 제목과 사건의 핵심인 (최회장 구속)검토의견 등을 제외하고 복사한 문건을 박시언씨에게 넘겨준 것을 문서 ‘변조’로 본 것 등은 재판과정에서 두고두고 논란이 될 전망. 법률적으로 김 전장관의 구속사유가 걸맞지 않음을 느낀 검찰이 다소 ‘무리’를 해서 법률구성을 했음을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김 전장관 구속이후 여권도 논리를 재정비했다. 앞서 이야기 했던 양론(兩論)의 장점만을 뽑아 여론 장악에 나선 것. 5일 국민회의는 공식논평을 통해 “김씨의 구속은 개혁이 얼마나 어려우며, 재벌등 반개혁세력의 저항이 얼마나 거센지를 새삼 일깨워 준다. 김씨는 개혁세력대 반개혁세력간의 대결에서 반개혁세력의 음모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물론 “옷로비사건과 관련해 책임질 사람에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말이 첫머리에 올라있다. 청와대 박준영대변인은 “이를 계기로 고위공직자들은 새정부의 철학과 국민들의 기대에 맞게 몸가짐과 행동거지를 바로하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권, 반개혁 세력과의 대결 공언



    여권은 김전장관의 구속을 계기로 옷로비사건이 수습국면으로 전환하길 기대하고 있다. 국민회의 이만섭총재대행은 김전장관의 구속 직후 “그렇게 되지 않으면 사태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언급,이같은 의중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김 전장관 이후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여권은 김 전장관 구속으로 반개혁세력과의 대결을 공언했다. 반개혁세력이란 구체적으로 재벌을 의미한다. 정가에선 일차적으로 ‘보복공작’의 주역인 최순영회장측에게도 김 전장관 못지 않은 강도높은 사법처리 절차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대재벌 정책이 더욱 강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사건이 ‘재벌=개혁저항세력’이라는 인식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었다는 것이 여권의 시각이다. 여권은 ‘반개혁 세력의 거센 저항을 자각한’ 국민들이 정부의 개혁을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aehee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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