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비디오] 역사적 죄악에 대한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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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2.08 10:55:00


  • 나치의 유태인 학살 만행 고발과 죽음의 구렁텅이에서 살아남은 유태인의 고통을 조명한 영화들은 정말 끈질기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소재 고갈을 호소할 만도 한데 잊을만하면 한 편씩 발표되어 망각을 당연시하는 우리의 양심을 후비고, 일본 강점기에 대한 이렇다할 영화 한 편 못 만들고 있는 우리 실정을 한탄하게 하기도 한다.

    세계적인 흥행을 한 <쉰들러 리스트>와 <인생은 아름다워>의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로베르또 베니니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유태계이다.

    따라서 영화 자체의 완성도보다 그 심정을 헤아려 높은 평가를 받은 면이 없지 않다. 유태인 학살 고발 영화는 할리우드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는 유태계 영화인들의 의무 제작 영화가 된 것이 아닐까 싶을 만큼 많은 편수를 자랑하고 있고, 끊임없이 제작되는 이들 영화가 전하는 감동, 인간에 대한 회한, 반성은 위의 두 영화에 못지 않다.

    최근에 나온 영화만 꼽아보면. 케이스 고든의 <마더 나이트>와 브라이언 싱어의 <죽음보다 무서운 비밀>은 나치 전범을 쫓는 추리 서스펜스 풍이고, 다니엘 설리번의 <파더스 메모리>, 잭 벤더의 <콜 투 리멤버>는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유태인의 정신적 후유증을 다룬 영화이며, 토마스 미첼 도넬리의 <사랑과 용기>, 팀 헌터 등의 감독이 연작으로 발표한 <린다 해밀턴의 희생>과 <포화 속의 용기>는 목숨을 걸고 유태인을 도운 용감한 여성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1998년 작 <지라프 The Giraffe>(18세 이용가 등급, 우일 출시)는 독일의 젊은 감독 데니 레비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마리아 슈레더와 함께 직접 각본을 써서 만든 참으로 장한 영화다. 장하다는 표현을 쓴 것은 전후 세대인 이들이 부모 세대의 과오를 지금 자신들의 문제로 인식한 때문이다.

    이보다 극적일 수 있을까 싶을 만큼 이상적인 영화 소재이지만, 이런 고발 영화가 독일인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은 독일 차세대 감독으로 기대를 모으는 데니 레비, 톰 티크베어, 볼프강 베터 등이 만든 영화사 X필름의 정신 때문일 것이다. 각본과 연기, 연출을 다 해내는 재능에다 역사 인식, 사명감까지 있으니 여간 부러운게 아니다.

    뉴욕에서 패션 장식가로 활동하는 리나 카즈(마리아 슈레더)는 반유태주의자의 소행으로 짐작되는 방화로 공장을 잃은 할아버지 엘리아 골드버그를 위로하러 고향 베를린을 방문한다. 이 방화 뉴스를 접한 뉴욕의 루스라는 중년 여성은 엘리아 골드버그가 자신의 아버지라는 심증을 갖고 아들 데이빗 피셔(데니 레비)와 함께 유태인 변호사 찰스 카민스키(데이비드 스트라세런)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러나 루스의 아버지와 생일, 출생지 등이 똑같은 골드버그에게는 딸이 있었고, 기이하게도 그 딸의 이름 역시 루스이며 뉴욕의 루스와 생일까지 똑같다.

    두 중년 여성의 40여년 간 묻혀온 과거 비밀이 한꺼풀씩 벗겨지며 엄청난 진실에 다가간다. 그러나 그 과정은 너무나 힘겹고 비극적이며, 과거 비밀을 알지도 못하고 또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두 여성의 아들과 딸인 리나와 데이빗에게 심적 고통이 된다. 긴박감과 궁금증을 늦추지 않는 서스펜스, 미스테리의 형식미가 영화의 진실에 압도당하지 않음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베를린영화제 촬영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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