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누가 벗는 것을 두려워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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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1970.01.01 09:00:00 | 수정시간 : 1999.12.08 11:08:00


  • ‘작품을 위해서라면 벗겠다.’

    국내외 여배우들이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하지만 여배우들은 말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결정적인 순간에 설득력 없는 이유를 들거나 벗을 대목이 아니라고 강변하면서 노출을 꺼린다.

    80년대말 월드스타로 급부상하면서 콧대가 높아진 강수연은 <씨받이> 이후 벗기를 거부했다. 지난해 여성의 눈으로 성을 다룬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4명의 여자 주인공중 유독 혼자서 몸을 사려 신인 임상수감독의 애를 태웠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국내 정상급 여배우인 심은하와 최진실도 같은 과. 노출과 정사신이라는 단어와는 이미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충무로에서는 두 여배우 앞에서 노출 이야기를 끄낸다는 것 자체가 금기시 될 정도다.

    하지만 올해들어 분위기가 상당히 바뀌고 있다.



    서슴없는 '벗음'에 박수



    최근 여배우들이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소신으로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스크린에 몸을 내던져 박수를 받고 있다. <노랑머리>의 이재은, <거짓말>의 김태연, 그리고 <해피엔드>의 전도연이 그렇다. 이들은 언론 매체나 대중 앞에서 촬영 당시의 느낌과 갈등을 서슴없이 이야기하는 위풍당당한 태도 때문에 더욱 박수를 받는다.

    세명의 여배우는 입장과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아역 탤런트 출신의 이재은은 자신의 아역 이미지를 벗기 위해, 성인 연기자로서 홀로 서기 위해 극단적인 길을 선택했다. 촬영중 주위의 따가운 시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위해 평소에도 노랑머리를 물들이고 다니면서 나약해지는 마음을 다졌다. 11일 개봉하는 <세기말>에서도 원조 교제하는 여대생으로 다시 한번 옷을 벗어던졌다.

    <거짓말>의 김태연은 패션 모델 출신으로 영화는 물론 연기가 처음. 러닝타임 절반 가까이 올 누드로 영화 촬영을 해야했기에 촬영 당시 제일 큰 충격을 경험했다. 심한 우울증에 걸리는 심각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 갈등을 겪고 난 후 소신이 생겼다. “모니터를 통해 제가 움츠려지는 모습이 너무 싫었어요. 차라리 확실하게 연기하자”며 굳은 다짐을 한후 촬영에 임했다.

    요즈음 제일 화제가 되는 인물은 전도연. <접속>과 <약속>에서 순정 멜로 이미지가 강하던 전도연은 불륜을 다룬 <해피엔드>에서 전라로 출연하는 용기를 발휘했다. 간절한 욕망을 표현하기위해 상대역인 주진모 보다 적극적인 정사신을 연출했다.

    개봉전 성인용 예고편을 계기로 전라 출연 사실이 널리 알려지며 어머니로부터 “네가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질책을 받기도 한 전도연은 한때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며 심각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시사회를 본 충무로에서 칭찬 일색의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자 자신의 옳은 판단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했다.





    여배우들 프로의식 강해져



    이처럼 여배우들의 의식이 많이 바뀌었다. 소위 프로 의식이 예전보다 강해진 것이다. ‘연기를 위해서라면 벗어 줄 용의도 있다’라는 소극적이고 베푼다는 식이 아니라 ‘연기를 위해서 벗는게 무엇이 이상하냐’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여배우들의 의식만 바뀌는 건 아니다. 예전 누드와 정사신 연기를 펼쳤던 여배우들은 에로 배우라는 낙인이 찍혀 그 이미지를 벗는데 애를 먹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정선경이 <너에게 나를 보낸다>의 엉덩이가 예쁜 여자 그리고 배우의 이미지를 중시하는 CF업계로부터 외면당하는 불이익을 당했다.

    CF 출연료는 배우와 탤런트 등 연예인의 주수입원이기 때문에 대단한 손해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현저하게 달라졌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화제가 된 김태연은 단발 광고이기는 했지만 지면 광고에 출연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두차례에 걸친 상영등급 보류 판정과 외설적이고 퇴폐적인 작품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는 영화의 여주인공임을 상업적인 광고에 기용하는 일은 대단히 파격적인 일이며 사회가 그만큼 달라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올해 3명의 여배우 말고도 배우로서의 프로의식을 보여주는 사례는 많다. 지난해 <정사>에서 3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나신을 드러낸 이미숙이 바로 그 경우. 10년만에 스크린 나들이에서 성공한 이유는 열정적인 연기가 밑바탕이 되기도 했지만 온몸을 던질 수 있는 자세를 관객들은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음주운전 및 뺑소니 사고로 지탄받았던 신은경은 <창>의 리얼한 창녀 연기로 팬들로부터 절반의 용서(?)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노출 연기를 보여준 여배우들은 또한 한국 영화의 수준 향상 때문에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눈요기 거리나 싸구려 수준의 에로물처럼 보이지 않은 영화라는 확신과 감독과 제작자에 대한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자신을 던지는 연기가 가능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신세대 신인들의 당당함과 아울러 정상급 여배우인 전도연의 과감한 노출 연기에 대해 충무로는 찬사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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