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다국적 기업 순례] 리바이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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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0.06.27 20:20:43 | 수정시간 : 2000.06.27 20:20:43
  • [다국적 기업 순례] 리바이스(18)

    서부개척시대부터 이어온 ‘청바지의 원조’


    유명 브랜드에 대한 한국인의 선호는 가히 병적이다. 한국 뿐 아니라 아시아 전체가 브랜드 선호병에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이 유사상표나 해적판 생산 ‘요주의 지역’으로 지목되는 것도 이와 표리관계에 있다. 브랜드는 돈이자 힘이다. 코카콜라나 맥도날드는 브랜드 가치만 수백억 달러가 넘는다.

    그런데 왜 아시아에는 미국이나 유럽의 유명 브랜드에 필적할만한 자체 브랜드가 없을까. 브랜드 선호열기와 비교하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격주간 포천지는 그 이유를 세가지로 설명했다.

    우선, 대부분의 아시아 기업은 브랜드화할 가치가 있는 제품을 대량생산할 기술과 자금조달에 한계가 있다. 둘째, 아시아 기업은 외국기업과의 경쟁에서 국가차원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해 왔기 때문에 브랜드가 굳이 필요없었다. 셋째, 아시아 기업들은 서구 다국적 기업들에 시장을 선점당해 브랜드에 대한 신경을 거의 쓸 수 없었다.

    그러면 아시아 기업들은 브랜드화 전략을 포기해야 할까. 포천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포천지는 아시아 기업을 위해 4가지 브랜드화 전략을 권고했다.

    첫째, 확고부동한 현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현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셋째, 서비스를 생명으로 여겨야 한다. 넷째, 고객에 직접 다가가야 한다. 광고만이 대중에게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포천지의 권고는 서구 기업들의 브랜드화 역사와 전략을 압축하고 있다. 하지만 포천지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문화적 힘이다. 비 서구 세계의 서구화는 서구적 생활 양식과 서구적 문화의 흡수 과정이기도 했다. 일종의 문화적 매력을 등에 업고 브랜드 네임이 가속적으로 확산된 것이다.




    텐트 천으로 만든 광부 작업복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는 이런 점에서 코카콜라, 맥도날드와 함께 미국주의(Americanism)의 세계화(Globalization)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리바이스의 역사는 진의 역사이자 곧 미국문화의 대외수출 역사인 셈이다.

    진은 우연하게 탄생했다. 미국 서부개척 열풍이 몰아치던 19세기 중엽. 독일 바바리아 출신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서부에 도착했다.

    그는 금광 광부들이 바지가 너무 쉽게 헤진다며 불평하는데 착안해 투박하고 질긴 텐트용 천으로 바지를 만들어 팔았다. 1853년이었다. 리바이스란 브랜드는 리바이(Levi)가 만든 바지(Levi's Pants)에서 나왔다.

    주머니에 박힌 리벳도 지극히 실용적인데서 유래했다. 광부들이 무리하게 물건을 쑤셔넣다보니 주머니가 쉽게 터지는 걸 보고 아예 리벳으로 단단히 박아버린 것. 이런 점에서 진은 미국적 실용주의의 대표적인 소산이다.

    질긴 소재로 각광받게 된 진은 시간이 가면서 젊은이들의 야성과 반항적 이미지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1960년대 이후 영화에서 젊은 세대의 생활양식을 보여주는 단골복장으로 등장하면서 베이비 붐 세대의 유니폼이 됐다. 제임스 딘이 주연한 영화 ‘이유없는 반항’과 말론 브란도의 ‘와일드 원’이 대표적인 예. 청바지가 히피문화의 빠질수 없는 일부분이 되고, 최근 찢어진 진이 유행하는 것도 청바지에 내포된 젊음과 야성, 반항의 메시지와 연결돼 있다.

    리바이스의 1998년 매출은 60억달러로 세계 진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지역별 매출은 미주 39억달러, 유럽·중동·아프리카 17억달러, 아시아·태평양 3억6,900만달러 등이다. 세계 60여개국에 자회사와 3만여개의 판매망을 두고 직원 3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미국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리바이스가 진 패션의 리더로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제품을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문화와 상징으로 승화시키는 노력을 계속했기 때문이다. 리바이스의 브랜드 철학은 ‘젊음이 넘치는 개성’(Youthful Individuality)이다.

    브랜드 비전 또한 야심만만하다. 리바이스의 비전은 ‘세계를 바꾸도록 젊은이들을 무장시키는 것’이다. 이같은 철학은 ‘리바이스 501’이란 걸작을 탄생시켰다. 리바이스 501은 타임이 선정한 ‘20세기 베스트 패션’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리바이스는 한국에서도 1993년 리바이스 코리아로 독자진출한 이래 줄곳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다.

    현재 리바이스의 국내 매장은 공식 대리점 75개와 백화점 매장 45개. 본사 직원 56명과 협력업체 공장을 포함해 약 500명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리바이스 코리아는 청바지 뿐 아니라 자켓, 남방, 양말, 벨트, 지갑, 모자 등 제품의 70%를 국내생산하고 있다.

    나머지 30%도 반제품 형태로 수입돼 국내에서 마무리 공정을 거친다. 때문에 리바이스 코리아의 박영미 대표이사는 “리바이스 코리아는 미국회사가 아니라 한국회사”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차세대용 브랜드 개발로 21세기 대비



    리바이스는 올해 차세대형 브랜드 ‘엔지니어드 진’을 출시해 21세기 진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엔지니어드 진은 100년 이상 유지해온 허리뒤의 패치를 떼내고 그 자리에 박음질만 넣어 패치가 있었다는 표시를 했다.

    동전을 넣도록 고안됐던 앞의 작은 주머니를 신용카드를 넣을 수 있는 크기로 키웠다. 시대상을 반영한 이같은 디자인은 리바이스가 147년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리바이스의 21세기 공략 표어는 ‘무한대의 활동성 보장’.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 제품에 담긴 메시지를 구매한다는 사회학적 논리는 리바이스에서 분명히 확인된다.




    환경·사회적 친화로 현지화에 성공



    현지화와 문화적 적응에 실패하는 기업은 살아남지 못한다. 현지화의 제1 요건은 우호적인 기업 이미지를 심는데 있다.

    리바이스의 현지화 전략은 환경친화와 사회적 책임. 리바이스는 전세계적으로 ‘재활용, 재사용, 절약’을 사내규정으로 하고 있다. 한 예로 리바이스는 섬유를 재가공해 직원들의 명함과 사내에서 사용하는 연필을 만들고 있다. 이를 위해 회사 차원에서 별도의 재활용 생산라인을 두고 있다.

    생산공장과의 계약조건에도 엄격한 폐수 기준치를 책정해 이를 위반할 경우 제재한다. 특히 청바지를 가공, 세척하는 생산공장에는 독성물질이 없는 화학염료를 쓰도록 규정하고 있다.

    리바이스는 지역사회 지원을 통한 이미지 제고에도 노력하고 있다. 연간 2,000만달러 이상을 40여개국 지역단체에 기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 에이즈 대책 지원, 인종차별 철폐, 빈곤층 지원 등도 빠뜨릴 수 없는 항목이다.

    사내에는 ‘지역사회참여팀(CIT)’을 조직해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1968년 처음 조직된 CIT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100개가 넘는다.

    이같은 현지화 전략은 리바이스가 표방하는 젊음, 야성, 변화의 메시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중국과 동남아에 진출한 일부 한국기업들이 현지화에 실패해 퇴출을 강요당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리바이스의 경쟁력은 분명히 드러나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6/2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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