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한국 : [미국 들여다보기] 의료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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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0.06.28 11:34:15 | 수정시간 : 2000.06.28 11:34:15
  • [미국 들여다보기] 의료제도



    미국에 온 유학생 사이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 중의 하나가 의료비다. 의료보험을 들 수 있는 정도의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걱정할 것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언제라도 병원에 갈 일이 생길까봐 가슴조리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부나 기업체에서 1-2년 정도의 단기간 해외연수를 나온 가정을 보면 “한국에서도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지냈으니 미국에 있는 동안에도 무슨 일 있겠나” 하면서, 그리고 “정 안되면 한국에 돌아가서 치료받지” 하는 생각에 의료보험을 아예 안 드는 경우가 적지않다.

    또 보험을 들었다가도 몇달이 지나 별일 없으면 공연히 본전도 뽑지 못한다는 생각에 취소하곤 한다. 아무리 학교에서 제공하는 학생보험이라 하더라도 가족까지 포함할 경우 적어도 한달에 200여 달러 이상을 보험료로 지불해야 하니 적지 않은 부담이다.

    미국은 의료비가 엄청나게 비싼 나라다. 출산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지극히 정상적인 분만을 하여 산모도 태아도 건강하여 하루만에 퇴원하였다고 한다면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을 수는 있으나 임신 초기부터 출산 때까지만 적어도 8,000-9,000 달러 정도가 든다.

    출산 이후에 받는 산모의 진료나 영아의 소아과 검사 및 예방 접종까지 따진다면 쉽게 1만 달러를 넘어간다. 정상분만의 경우가 이러하니 제왕절개 수술이라도 하는 경우에는 비용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만일 조산이라도 하여 아이가 인큐베이터에 2-3개월 있어야 하는 경우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따라서 의료보험이 없다면 웬만한 가정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의료비가 비싼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의사의 의료수가가 높다. 앞의 예에서 산부인과 의사는 정상분만에 대하여 2,000-2,500 달러 정도를 청구한다. 병원의 입원비가 하루에 600 달러 정도이고 기타 마취 비용, 시설 사용료 등이 추가된다.

    의료수가가 높은 만큼 미국 의사의 서비스는 최고다. 의사는 환자의 편에 서서 마치 자상한 부모가 자식에게 걸음마를 가르치듯 병의 증상이나 치료법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해주면서 정보를 환자와 공유하려고 노력한다. 의사를 만나고 나오면 이들이 서비스 업종에 종사한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게 한다.

    의사의 보수는 전문직종 중에서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의과대학 입학시험은 항상 경쟁이 치열하며 대학 때부터 의과대 준비과정은 늘 우수한 학생들로 만원이라고 한다.

    의과대학 내에서도 소위 인기학과에 대한 경쟁은 심하다. 신경외과, 심장외과, 성형외과 및 산부인과 등이 선호된다고 한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소위 인기학과의 전문의 수련과정의 선발 인원수가 매년 조정된다는 것이다.

    미국 의학협회(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는 매년 각 과별로 의사 수급 정도를 예상하여 전문의 선발인원을 결정함으로써 의사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미국의 각 의과대학은 의학협회로부터 인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협회의 뜻을 따를 수밖에 없도록 돼있다. 이익단체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비가 이렇게 높다보니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제대로 된 의료 시혜를 받기는 어렵다. 물론 극빈자와 노년층을 위한 Medicaid와 Medicare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이에 해당하지는 않으면서도 의료보험이 없는 사람이 4,000만명 가량이라고 한다.

    클린턴 행정부는 집권 초기에 의료보험제도를 개혁하려고 엄청난 힘을 쏟아부었으나 결국은 의사와 보험업계의 로비에 밀려 실패하고 말았다. 바로 미국식 민주주의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라고 하겠다.

    요사이 우리나라에서도 의사와 정부간에 의견대립이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민주주의가 반드시 사회선(社會善)을 택하지만은 았았다. 그러나 한국이 민주주의 사회를 지향한다면 이번 사태가 이익단체의 역할이 어떻게 정립되어야 될지에 대한 시금석이 되리라는 생각이 든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0/06/28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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